두 사람은 90분간 진행된 토론에서 최저임금제, 금융사 보너스 규제, 원자력 발전소 문제 등 핵심 쟁점을 놓고 갑론을박했다. 메르켈 총리는 경기침체 조기 탈출, GM 자회사 오펠 매각 등의 치적을 홍보하며 “기민당이 자민당과 새로운 정부를 구성해야 독일 경제가 가속도를 낼 수 있다”고 지지를 호소했다. 하지만 4년의 대연정 탓에 두 사람 모두 차별성을 부각시키지 못했다고 BBC가 보도했다.
슈타인마이어 당수는 회심의 카드로 아프가니스탄 주둔 독일군 조기 철군 문제를 빼들었다. 그는 “독일군을 이르면 2011년 아프간에서 철수시킨다는 것이 사민당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지금까지 아프간에서 독일군 35명이 사망했다. 게다가 이달 초 독일 사령관 명령에 따른 나토군 공습으로 민간인 수십명이 사망, 독일 내에서 철군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사민당은 파병을 주도한 기민당이 정치적 부담을 느끼고 있는 상황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독일군 철수 공약은 독일군 증파를 요구하는 미국의 비난을 살 수 있다. 이를 의식한 때문인지 슈타인마이어 당수는 “독일군 철군은 나토 동맹국과의 의견 교환 후 추진될 것”이라고 단서를 달았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 기민당 37%, 사민당 22%로 기민당이 15% 포인트 앞서있다. 문제는 메르켈이 총리직을 유지할 정도의 지지는 받고 있지만 자민당과 연정을 구성할만큼 압도적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자민당 지지율 13%를 합쳐봐야 과반에 턱걸이 하는 수준이다.
더욱이 사민당은 지난달 말 치러진 3개 주의회 선거 가운데 2개 주에서 사실상 승리, 기세가 오르고 있는 중이다. 제1당을 차지해 총리를 목표로 뛰고 있는 슈타인마이어의 선거전도 위력을 더해가고 있다. 대연정을 지속하려고 하는 사민당은 ‘강한 사민당’을 내걸고 “기민·자민 연정이 구성되면 부자를 위한 감세, 국민복지가 약화될 것”이라고 기민당을 공격하고 있다. 국민들도 현재의 대연정이 독일 경제를 무리없이 이끌어왔다고 평가하고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손영옥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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