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우의 쾌도난마] 원더걸스 부당대우 논란…그런데 대중은 왜 JYP 말을 믿지 않나

[조현우의 쾌도난마] 원더걸스 부당대우 논란…그런데 대중은 왜 JYP 말을 믿지 않나

기사승인 2010-05-13 19:23:00

[쿠키 연예] 그룹 원더걸스의 ‘부당 대우’ 논란이 점입가경이다. 미국에 진출한 원더걸스의 영어 교습을 담당한 A씨는 11일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원더걸스가 최소한의 의료 보험도 없이 활동했고, JYP엔터테인먼트(이하 JYP) 사무실을 개조해 멤버들을 머무르게 해 뉴욕시로부터 2500달러의 벌금을 부과받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선예의 아버지가 호흡 곤란 상태로 응급차에 실려 간 상황에서도 선예는 무대에 올랐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원더걸스와 JYP는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나섰다. 멤버 선예와 예은이 직접 글을 올려 진화에 나섰고, JYP는 강력한 법적 대응을 시사했다. 하지만 대중의 반응은 싸늘하기 짝이 없다. A씨의 주장에 동조하는 가요 팬들이 적지 않다. JYP가 부당한 대우를 한 적이 없고, 원더걸스 또한 부당한 대우를 받은 적이 없다고 하는데도 제3자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괴이한 상황이다. JYP가 미운 털이 박혀도 단단히 박힌 셈이다.

△JYP에 대한 불신=이번 원더걸스의 논란을 두고 대다수 미디어는 JYP의 위기를 언급한다. 하지만 JYP는 결코 위기가 아니다. 프로듀서 박진영이 심혈을 기울인 2PM과 2AM은 이미 어느 정도 궤도에 올라섰고, 원더걸스는 미국 진출로 인해 장기간 내수 시장을 비웠어도 여전히 여성 아이돌 그룹 시장의 블루칩이다. 회사 내부의 수익 구조도 점차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중요한 것은 대중의 심리 속에 JYP에 대한 불신이 도사리고 있다는 점이다. 당장 원더걸스가 ‘텔 미(Tell Me)’ 열풍을 뒤로 하고 멤버를 교체해가며 왜 미국 시장에 진출했는지 쉽게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그저 큰 물에서 성공하고 싶다는 개인적인 목표 정도로 유추하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상황이 좋지 않다. 국내 내수 시장은 이미 소녀시대에게 헤게모니가 넘어간 상태다. 원더걸스는 과거의 강자 비슷한 이미지만 남아있는 수준이다. ‘텔 미’, ‘노바디(Nobody)' 수준의 히트곡이 나오지 않는다면 상황은 복잡하게 꼬인다.

빌보드 차트 진입에 성공하기는 했지만 미국 시장의 결과도 그리 밝지 않다. 아직 인지도는 바닥에 머무르고 있고 데뷔 싱글 ‘노바디’를 모르는 사람도 부지기수다. 미국 아이돌 그룹 조나스 브라더스(Jonas Brothers)의 투어에 참여한 경력 정도가 가끔 회자되기는 하지만 이마저도 동양 여성 아이돌 가수에 대한 미국인들의 기초적인 호기심에 근거한다. 원더걸스의 미국 진출 자체가 박진영의 개인적인 음악적 욕심에서 비롯된 일이 아니겠냐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이유다.

2PM 사건도 JYP를 바라보는 시선을 어둡게 만들었다. 2PM은 지난해 최고의 인기를 모으며 동방신기와 빅뱅의 부재 속에 남성 아이돌 그룹 강자로 급부상 했지만 재범의 한국 비하 논란과 영구탈퇴로 이미지에 직격탄을 맞았다. 심각한 사생활 문제라는 영구탈퇴 이유는 온갖 소문만 양산하는 결과만 낳았다. 대형 연예기획사 답지 않게 팬덤과 간담회까지 주최했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수준에 머물렀다.

△과도한 미디어 노출이 결국 부메랑=대중은 JYP를 불신하는 배경으로 소위 ‘언론 플레이’를 꼽는다. 대형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마다 JYP와 함께 언급되는 단어다. 하지만 이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이야기다. JYP가 보도자료를 배포하는 것은 맞지만 SM엔테테인먼트(이하 SM)와 YG엔터테인먼트(이하 YG)도 이에 못지 않다. 오히려 보도자료에 길들여진 매체 환경을 탓하는 것이 먼저다. JYP는 건강한 긴장 관계에 있는 매체도 많다.

정작 JYP 불신의 근본적인 원인은 따로 있다. 우선 박진영의 성공 이데올로기가 보다 섬세하게 가다듬어질 필요가 있다. 박진영은 JYP 수장이자, 프로듀서에 앞서 가수로 분명한 목표가 있는 연예인이다. 흑인 음악에 대한 꿈이 있고, 미국 팝 시장을 호령하고 싶은 패기를 호기 있게 말한다. 한창 전성기를 누리던 시절에 영어 앨범을 시도한 적이 있을 정도다.

하지만 그는 미래를 개척하는 기술에 비해 현재를 다지는 능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시장에 내놓은 새로운 상품은 어김없이 성공시키지만 과거 상품의 마무리가 좋지 않았다. 이는 그동안 JYP 소속 연예인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보통 대형 연예기획사가 대부분 그렇지만 JYP 역시 소속 가수와 재계약은 거의 없다. 박지윤과 진주, 노을과 원투 등은 지금 박진영과 직접적인 관계를 맺지 않고 있다. 특히 박지윤은 과거에 대한 힘든 경험을 털어놓으며 아예 음악적 색깔을 바꾸기까지 했다.

본인 마케팅을 한 단계 톤 다운 할 필요성도 감지된다. 정말 비가 월드 스타라면 굳이 국내 방송에 나와 많은 시간을 할애해가며 설명할 필요가 없었다. 미국 유수의 팝 스타들이 자신의 곡을 찾고 있다는 일화도 마찬가지다. 과도한 노출이 오히려 대중의 반감을 살 수 있다. SM의 이수만, YG의 양현석은 프로듀서임에도 직접 마케팅에 뛰어드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그래도 JYP=아무리 대중에게 JYP가 미운 털이 박혀 있어도 분명히 저력은 있다. 박진영은 이수만, 양현석과 달리 연예기획사의 실질적인 수장이면서도 직접 작사와 작곡, 편곡이 가능한 뮤지션이자, 탁월한 안무가다. 박진영만큼 대중의 귀를 사로잡는 후크(Hook)을 만들어내는 이도 없다.

JYP의 정욱 대표 또한 업계에서 브레인으로 통하는 인물 중 한 사람이다. 수많은 가수가 100만장을 돌파할 정도로 가요 시장이 팽창했을 때 이미 MP3로 인한 위기를 내다봤고, 예전 음악인들과 잦은 교류를 하고 있는 몇 안 되는 젊은 CEO다.

SM이 소속 가수들과 법적 분쟁을 벌일 정도로 갈등에 봉착했고, YG가 지나치게 자신만만한 신비주의 마케팅을 벌인다는 지적이 많다면 JYP는 그나마 성공적인 외줄타기를 했다. 다만, 최근 들어 터진 연이은 사건에 대해 박진영이 직접 작사한 2PM의 이번 신곡 ‘위드아웃 유(Without You)’의 ‘Everything happens for a reason’ 가사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조현우 기자 canne@kmib.co.kr
조현우 기자
canne@kmib.co.kr
조현우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