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저녀-명품녀’ 논란 방송사 책임 크다

‘루저녀-명품녀’ 논란 방송사 책임 크다

기사승인 2010-09-14 14:26:00


[쿠키 연예] "작가가 준 대본대로 읽었다" VS
자기 스스로 그런 발언을 했다"

'4억 명품녀' 사건이 진실게임으로 비화되고 있다. 지난 7일 케이블 방송 엠넷(Mnet) ‘텐트 인 더 시트’에 출연한 김경아(24)씨는 13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4억 명품 등 발언은 녹화 현장에서 작가가 준 대본대로 읽은 것”이라며 “엠넷에 대해 명예훼손과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이번 주 중 고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엠넷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김씨가 본인 스스로 그런 발언을 했다며 법적 대응을 불사한다는 태도다.

김씨는 방송 당시 “직업이 없지만 부모의 용돈으로 화려한 생활을 유지한다”며 수억 원에 달하는 명품 가방을 공개했다. 방송 내용이 공개되자 여론은 급격히 악화됐다. 대다수 시청자들은 불법 증여가 아니냐고 꼬집었다. 국세청은 이례적으로 증여 및 탈세 조사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자극적인 발언 누가 강요하나=4억 명품녀는 지난해 KBS ‘미녀들의 수다’에서 “키 작은 남자는 루저”라고 말해 하루 아침에 ‘루저녀’가 된 한 여대생과 닮았다. 당시 어렵게 만난 그녀의 지인은 “사전에 방송 작가와 이메일로 인터뷰를 진행했는데 자신이 키가 조금 큰 편이라 배우자는 키가 컸으면 좋겠다는 식의 말을 했다고 한다”며 “하지만 현장에서 화이트 보드로 루저라는 단어를 쓰며 보여줘 그대로 읽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제작진이 루저라는 단어를 말하도록 압박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최근 예능 프로그램은 온통 리얼 버라이어티 천국이다. 같은 표현이라도 표준어 대신 비속어를 통해 막말하는 것이 하나의 유행이다. 그나마 공영성을 애써 의식하는 지상파는 사정이 조금 낫다. 하루가 멀다하고 프로그램이 신설되고 폐지되는 케이블 채널은 선정성의 사각지대다. 제작진은 시청률을 위해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아이템을 연일 동원하고 출연자에게서 조금이라도 자극적인 코멘트를 얻어내기 위해 유도심문을 불사한다.

△리얼 만능주의의 폐해=김씨와 엠넷의 합의가 없는 이상 4억 명품녀 논란의 시시비비는 법정에서 가리면 된다. 문제는 엠넷의 주장처럼 설령 김씨가 4억 명품 발언을 했다고 하더라도 제작진이 이를 그대로 방송에 내보냈다는 점이다. 사회적 위화감을 조성할 수 있는 선정적인 내용을 거르지 않은 엠넷의 책임은 결코 가볍지 않다. 시청률 올리기에 혈안이 된 케이블 채널의 현실이자, 리얼 버라이어티 만능주의에 빠진 방송가를 보여주는 씁쓸한 풍경이다.국민일보 쿠키뉴스 조현우 기자 canne@kmib.co.kr



조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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