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Z issue] 막장드라마 쓴 최희진, 연예계에 무엇을 남겼나

[Ki-Z issue] 막장드라마 쓴 최희진, 연예계에 무엇을 남겼나

기사승인 2010-10-23 12:59:01

[쿠키 연예] 긴 분쟁의 터널을 지나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됐다. KBS 드라마 ‘가을동화’ 수록곡 ‘기도’를 만들며 재능을 인정받았던 작사가 최희진이 전 남자친구인, 가수 이루와의 애정사를 두고 기나긴 진실 공방을 벌여왔다. 결국 최희진의 ‘임신·낙태’ 주장은 모두 거짓임이 드러났고, 이루와의 과거사를 빌미로 1억 원을 요구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구속’ 명령이 떨어졌다. 그가 주장했던 이야기들은 한 편의 ‘막장 드라마’가 돼 비극의 결말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최희진은 지난 6월27일 자신의 미니홈피에 “가수 이루와 결별하는 과정에서 태진아 부자로부터 수모를 당했다”고 폭로, 한 남자로부터 상처를 받았던 나약한 여자임을 알리며 연예계를 발칵 뒤집어 놨다. 미니홈피를 통로 삼아 태진아 부자를 향한 거침없는 발언을 늘어놨고 대중은 “당한 게 있으니까 이렇게 자신 있게 밝힐 수 있는 것”이라며 최희진에게 동정표를 던져줬다.

게다가 태진아 측이 명확한 입장 표명 없이 지지부진한 대응을 보이자 일부 대중은 “아니 뗀 굴뚝에 연기가 나겠냐”며 최희진을 더욱 감쌌고, 이루를 향한 질타와 비난의 화살을 멈추지 않았다. 하지만 실상은 달랐다. 당시 태진아 부자는 최희진의 거짓 주장에 대한 법적 소송을 준비 중이었고, 이와 관련된 이야기가 발설될 시 최희진이 증거를 인멸할 가능성이 있어 말을 아끼던 중이었다. 최희진의 날조와 과장 표현을 증거 자료로 수집하며 때를 기다렸던 것이다.

태진아 부자는 7일 기자회견을 개최했고, 최희진은 현장에 모습을 드러내 “그동안 주장했던 내용은 모두 거짓”이라는 각서를 작성했다. 이렇게 사건은 일단락되는 듯 했다. 하지만 최희진은 기자회견 다음날 ‘사과’가 아닌 ‘화해’라며 기존의 주장을 번복했고, 이후 오락가락 행보를 반복되면서 신뢰를 잃었다. 대중이 하나 둘 등을 돌리자 상반신을 노출한 사진을 올리는 등 납득하기 어려운 행동을 보였다.

지난 4개월 동안 벌어진 최희진의 자작극. 이 과정에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사람은 두말 할 것도 없이 이루와 태진아다. 당시 이루는 소집해제 이후 4집 앨범 ‘하얀 눈물’로 막 컴백한 터라 최희진의 거짓 폭로로 인해 이미지와 명예가 실추됐고, 앨범 활동에도 큰 차질을 빚었다. 여론도 싸늘해 방송 출연에 제약을 받았다. 심지어 사전에 녹화된 분량이 사건 이후 전파를 타자 언행 하나하나가 비난의 표적이 됐다.

아들의 문제를 해결하느라 동분서주했던 태진아도 말할 수 없는 심적 고통을 겪었고 공연, 해외 활동, 앨범 작업 등 다방면에서 막심한 손해를 입었다. 지난달 기자회견장에 모습을 드러낸 태진아는 아들의 과거사가 이슈화되고 대중적 문제로 불거진 현실에 심한 정신적 충격을 받은 듯 수척해진 얼굴이었다. 이따금씩 마른 침만 삼기고 말을 잇지 못할 정도로 그간의 심정 고통이 상당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태진아는 쿠키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이번 사건으로 우리 가족은 정말 힘들었다”고 어렵게 입을 뗀 뒤 “특히 이루가 오랜만에 공들여 낸 앨범이 이런 일로 인해 물거품이 돼 정말 괴로워했다”고 되돌아봤다.

이번 ‘최희진 거짓 폭로전’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ocial Network Service)의 이면을 단적으로 드러낸 사건이 됐다. 미니홈피, 블로그, 트위터 등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가 점점 발달하면서 일반인의 한 마디가 상당한 파급 효과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최희진이 미니홈피에 글을 올리는 순간 ‘거짓’은 삽시간에 ‘진실’로 둔갑돼 인터넷 각종 커뮤니티 게시판에 퍼졌다. 최희진도 예상하지 못했던 발 빠른 반응에 거짓말이 거짓말을 낳는 악순환을 반복하게 된 것이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가 성행하는 사이버 공간에는 누구에게나 발언권이 주어진다. 따라서 어떠한 제약이나 법적 동의를 구하지 않고도 하고 싶은 말을 속 시원하게 털어놓을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대중의 높은 관심을 받고 있는 연예인은 표적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누군가의 발언으로 인해 무고한 일에 휘말릴 수 있고, 발설하지 않은 내용이 사실인 것처럼 포장되기도 한다. ‘유전무죄 무전유죄’가 벌어지는 것이다.

최희진은 이를 교묘하게 악용했다. 이미지로 먹고 사는 연예인이 과거의 애정 행각에 대한 이야기가 하나라도 폭로되면 득이 될게 없기 때문이다. 일단 진실이 어찌되었건 해당 연예인은 상당한 이미지 타격을 입게 된다. 이로 인해 진실 규명은 접어두고, 발등에 떨어진 불부터 끄기 위해 상대가 요구한 조건을 들어줄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하는 것이다.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아 대중에게 알려지지 않았지만, 일부 연예인 중에는 이미지에 타격을 입을만한 사건·사고의 전말을 은폐하기 위해 암묵적으로 거래에 동의하는 경우가 간혹 있다.

하지만 태진아 부자는 정면 돌파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분쟁 과정에서 만신창이가 되고 막대한 손해를 보게 되더라도 진실을 밝히려는 힘겨운 싸움을 택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대중은 약자로 보였던 최희진의 주장에 귀를 더 기울일 수밖에 없었다. 이루와 태진아는 최희진과의 대립각은 물론이거니와 어떤 말을 해도 믿어주지 않으려하는 대중의 싸늘한 반응에 더욱 큰 상처를 받았을 것이다.

기나긴 진실 싸움은 태진아 부자에게 유리하게 기울고 있다. 결백하다는 주장이 입증되고, 사건의 전말이 속속 모습을 드러내고 있지만 이루와 태진아는 사회와 대중으로부터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받았다.

태진아가 전화통화를 하면서 대화 말미에 기자에게 남긴 말은 우리 사회를 향해 던지는 뼈 있는 메시지였다. “이것은 명백한 살인이다. 꼭 사람을 죽여야만 살인이 아니다. 말도 안 되는 것들이 사실인 것처럼 포장되고 죄인으로 매도되고…. 우리 가족에게 씻을 수 없는 아픔이 됐다. 이 사건은 평생 내 가슴에 남을 것 같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은주 기자 kimej@kmib.co.kr

Ki-Z는 쿠키뉴스에서 한 주간 연예/문화 이슈를 정리하는 주말 웹진으로 Kuki-Zoom의 약자입니다.
김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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