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Z 클릭진단] ‘슈퍼스타K2’ 반전에 반전…허각, 대역전한 이유는?

[Ki-Z 클릭진단] ‘슈퍼스타K2’ 반전에 반전…허각, 대역전한 이유는?

기사승인 2010-10-23 13:29:00

"[쿠키 연예] 참가자 134만 6402명. 우승 상금 2억, 실력파 뮤지션 30명의 심사위원. 제작 기간 11개월. 지상파 포함 동시간대 시청률 1위. 이 모든 기록을 낳은 ‘케이블계의 신데렐라’ Mnet ‘슈퍼스타K2’가 23일 새벽 치열한 접전의 나날을 뒤로하고 ‘한국의 폴포츠’ 허각을 배출해내며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23일 새벽 1시2분. ‘슈퍼스타K2’가 열린 생방송 공개 무대인 서울 회기동 경희대학교 평화의 전당 무대 중앙에는 진행자 김성주의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렸다. 최종 우승자 발표를 위해 특별 출연한 방송인 배철수가 김성주로부터 마이크를 건네받았고, 잠시 후 “영광의 주인공은 바로 허각입니다”고 외치자 장내에서는 일순간 환호성이 쏟아져 나왔다. 대한민국을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슈퍼스타K2’ 영웅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최후의 1인으로 지목된 허각은 현실을 믿을 수 없다는 듯 하염없이 눈물을 흘렀으며, 울먹이느라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최후의 1인을 예상하지 못한 눈치였으나 결과는 988점 대 596점. 허각의 완승이었다. 곱절에 가까운 차이로 강력한 우승 후보자 존박을 따돌린 허각. 어려운 가정 형편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았던 그가 심금을 울리는 목소리로 기적의 드라마를 완성시킨 것이다.

“신은 목소리만 빼고 모든 걸 빼앗아갔다”는 허각의 푸념 섞인 신세한탄이 결국 그의 전매특허인 무기로 작용하며 시청자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심사위원의 평가처럼 “영혼을 울리는 목소리”라는 찬사를 받을 만큼, 오로지 노래 하나로 새 역사의 주인공이 됐다.

가수를 발굴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이기에 최후의 1인은 노래를 잘해야 한다. 그렇다고 노래만 잘한다고 해서 누구나 우승할 수 없다. 가수로서의 자질과 잠재력 그리고 스타성을 두루 갖춰야지만 차세대 스타로서 인정되며, 심사위원도 성장 가능성에 가장 큰 무게를 두고 채점을 했다. 물론 허각에게도 이런 요소들이 내재돼 있었지만 ‘아메리칸 아이돌’ 출신의 준수한 외모를 갖춘 존박에게는 다소 어려울 것으로 점쳐졌다.

허각이 본선 TOP11에 이름을 올렸을 때 그가 우승까지 할 것이라는 점을 예상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외모지상주의가 팽배한 이 사회에 달리 내세울 게 없었던 ‘작은 거인’ 허각은 잘생기고 예쁜 후보들에 밀려 화제 면에서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스타성과 인기를 두루 갖춘 존박, 강승윤, 장재인 등 쟁쟁한 후보자에 밀려 매번 탈락 후보 1순위로 지목되며 살얼음판을 걷는 형국이었다.



하지만 허각의 뒷심은 후반부로 갈수록 무섭게 발휘됐다. 날이 갈수록 후보자가 하나 둘 떨어지면서 허각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쏟아졌고, 그의 노래가 청취자의 가슴을 흔드는 강력한 한방이 되어 돌아왔다. 그리고 떨어진 후보자의 표가 탁월한 노래 실력을 보여줬던 허각에게 대거 쏠리면서 역전 드라마를 연출할 수 있었던 것이다.

직접 들어야 진가를 알 수 있었던 허각의 목소리는 지난 8일 취재진과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공개되면서 유감없이 발휘됐다. 생방송 무대 현장에서 직접 들어본 허각의 노래 솜씨는 그야말로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고음으로 갈수록 허각의 맑고 힘 있게 내지르는 목소리는 빛을 발했고, 장내를 꽉 채우고도 남을 듯 박력 있는 목소리에 관객도 시청자도 매료됐다. 현장에서 허각의 노래를 직접 들어본 대중은 현장에서 지인에게 문자와 전화통화를 하며 실력을 극찬했고, 블로그나 미니홈피에 각 후보자들의 실력을 신랄하게 평가하는 내용을 올리면서 허각의 노래 실력은 날개 돋친 듯 퍼져나갔다.

특히 허각이 지난 15일 강력한 우승 후보 중 한 명이었던 ‘홍일점’ 장재인을 꺾고 결승에 올라갔을 때 상당수의 시청자는 “대반전이다”이라는 말을 내뱉었다. 많은 사람들이 준결승 탈락자로 장재인이 아닌 허각을 꼽았던 터라 예상치 못한 결과에 다들 어안이 벙벙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상은 이와 달랐다. 허각은 총점 947점으로 747점과 741점을 받은 존박과 장재인보다 200점 이상 앞서는 점수로 결승 열차에 탑승한 것이다. 우승의 기운은 이미 지난주부터 허각에게 상당히 퍼진 것이다. 허각은 결승에 오른 후 인기 가속도를 밟더니 사전 인터넷 투표에서도 존박을 크게 앞지르며 막판 저력을 과시했다.

허각이 대중으로부터 뜨거운 러브콜을 받게 된 것은 내면에서부터 끌어 올라오는 호소력 짙은 목소리에 있다. 여심을 사로잡는 존박도 무너뜨리게 만든 허각의 목소리는 사람의 귀를 잡아끄는 매력이 있다.

그의 노래는 어려운 가정 형편에도 좌절하지 않고 희망을 노래하면서 많은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허각은 ‘한국의 폴포츠’로 통한다. 특출 나지 않은 평범한 외모에 핸드폰 세일즈맨이었던 폴 포츠. 입에 풀칠할 정도로 근근이 살아가던 그의 꿈은 오페라 가수였다.

허각도 부모님이 어려서 이혼하고, 아버지의 건강 상태가 악화되면서 열악했던 가정환경 속에 살았다. 14살 때부터 노래를 시작한 뒤 “내가 가야할 길”이라는 확신에 중학교를 중퇴하고 노래를 부르고 생활비를 버는데 전념했다. 쌍둥이 형과 행사장을 전전하면서도 무대 위에서 노래 부르는 게 마냥 좋았던 허각. 눈물 젖은 빵을 먹어 본 그는 남들보다 애절한 가사를 부를 때 뛰어난 몰입력을 발휘하며 간절한 심정을 그대로 전달했다. 오로지 노래 하나로 대중을 울린 폴 포츠처럼 허각이 바로 ‘한국의 폴포츠’가 된 것이다.

‘기적을 노래하라’는 ‘슈퍼스타K’의 슬로건처럼 허각은 새로운 역사를 쓰며 ‘기적의 주인공’이 됐다. ‘슈퍼스타K2’의 치열한 경쟁 속에 프로가수 못지않은 자질을 갖춘 예비 스타로 성장한 허각이 향후 어떤 노래로 대중의 심금을 울릴지 한 달 후를 주시해본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은주 기자 kime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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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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