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연예] 강동원이 출연하는 영화라면 어떤 제작사라도 한번쯤 눈길을 줄 만큼 ‘흥행보증수표’ 배우로 우뚝 성장했다. 이제 그는 충무로에서 예의주시하는 ‘스타 배우’ 중 한 명이 됐다.
2003년 연기자로 데뷔하게 된 드라마 ‘위풍당당 그녀’와 ‘1%의 어떤 것’을 거치며 시청자로부터 눈도장을 받은 강동원은 2004년 스크린으로 발걸음을 옮겨 <그녀를 믿지 마세요>에서 ‘최희철’ 역을 능청스럽게 선보이며 ‘영화배우’로 화려한 신고식을 마쳤다. 이후 <늑대의 유혹>으로 130만(영화진흥위원회 기간별 박스오피스 기준, 이하 동일) 관객 동원이라는 축포를 쏘아 올리며 스타성과 흥행성을 동시에 인정받았다.
<형사>(93만)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253만) <그놈 목소리>(304만) <전우치>(610만) <의형제>(546만)까지 지난 6년 동안 작품 1편당 평균 200만~300만 관객의 사랑을 받으며 한국영화계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배우로 성장했다. 이는 데뷔 7년 동안 13개의 작품(드라마와 영화 포함)에 출연했을 만큼 누구보다 부지런히 그리고 활발하게 일하면서 일궈낸 결과다.
작품을 거듭할수록 캐릭터에 흡수되는 모습을 밀도 있게 보여주면서 연기력도 점차 안정돼 가고 있다. 완성도와 흥행성을 두루 갖춘 작품을 골라내는 안목도 탁월해 그의 차기 행보에 영화계가 주목했을 정도다. 이번에는 <초능력자>를 선택했다. 어떤 면이 그의 구미를 잡아 당겼을까.
“김민석 감독이 쓴 시나리오를 1년 6개월 전에 처음 접했어요. 당시에는 초고 상태였는데요. 그때 느낀 ‘초인’ 캐릭터는 정말 세고 강렬해서 매력적이었죠. 스토리, 완성도 어느 곳 하나 손 댈 곳이 없을 정도로 엄청 잘 쓰셨더라고요. 그런 분이 연출까지 맡는다고 하니 출연을 고민할 필요가 없었죠. 당시 제작사도 촬영 스케줄도 아무것도 결정된 게 없었는데 작품 하나 믿고 뛰어들었습니다.”
<괴물>에서 조연출을 맡았고,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에서는 각본과 조연출을 거친 김민석 감독은 <초능력자>를 통해 장편 영화 감독으로 데뷔한다. 신인 감독과의 작업을 주저하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가 궁금해 다시 물었다.
“이 작품이 장편 데뷔작이라 경험은 많지 않은 분이시죠. 하지만 전 흥행성을 비롯해 외적인 면을 보고 작품을 선택하진 않아요. 제가 작품을 고를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완성도’거든요. 작품이라는 게 어떤 때에는 흥행이 되기도 하고, 쓴맛을 보기도 하는 법이니까요.”
“물론 저를 믿고 투자해주신 분에게 최소한 선방은 해야죠(웃음). 그런데 무엇보다 <초능력자>는 완성도가 빼어났고, 캐릭터에 힘이 있었습니다. 첫 촬영을 해보니 신인 감독같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을 정도로 능숙하게 잘 하시더라고요. 전 제가 초고를 읽을 때 느꼈던 ‘초인’ 캐릭터와 작품의 흐름을 머릿속에 그리면서 연기했습니다.”
그렇다면 김 감독과 의견이 불일치 됐던 경우는 없었을까. “시나리오를 썼기 때문에 어떤 장면이 나와도 제가 생각하는 방향과 거의 일치했던 것 같아요. 저와 의견 마찰은 거의 없었습니다. 다만 탈고하는 과정에서 ‘초인’ 캐릭터가 약간 불확실한 모습을 띄기에 ‘이 부분은 왜 그렇게 된 거냐’ 물어보긴 했죠. 그 외에는 별다른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강동원은 극중에서 눈으로 상대방을 조정하는 남다른 능력을 가진 초능력자 ‘초인’ 역을 맡았다. 제목만 보면 내용에 판타지 요소가 베어날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컴퓨터 그래픽 과정도 거의 거치지 않았을 만큼 비현실적 요소보다는 현실적 설정에 무게를 두고 작업됐다. 그렇기에 배우 스스로 캐릭터 자체에 몽환적 느낌을 부여해야 하고, 그것을 눈빛이나 행동으로 표현해야 하는 까다로운 주문이 내려졌다. 캐릭터가 마냥 쉽지만은 않아 보였다.
“초고에서 받았던 느낌이 워낙 강렬했고, 머릿속에 ‘초인’이라는 인물이 단번에 그려져서 그때 느낌을 생각하면서 연기하니 별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에너지를 뿜어내기 까다로웠던 장면도 별로 없었고요. 작품과 감독 그리고 상대 배우를 믿고 확고하게 밀고 나갔습니다. 감독과 대화를 많이 나누면서 캐릭터를 완성시켜 나갔죠.”
그의 연기를 돋보이게 해준 것은 상대 배우 고수의 공도 컸단다. 고수는 극중에서 평범한 삶을 선호하는 남자 ‘임규남’으로 나온다. 하지만 그가 ‘초인’의 초능력에 제어되지 않은 특별한 인물임이 밝혀지면서, 두 남자의 피할 수 없는 대결이 시작된다.
“상대 배우로 고수 선배가 됐다고 했을 때 연기 경험도 풍부하고 무엇보다 캐릭터와 잘 맞는 것 같아서 저로서도 좋았습니다. 막상 해보니 엉뚱하고 에너지 넘치는 모습이 ‘임규남’ 캐릭터와 꼭 맞아 떨어지더라고요. 요즘 줄곧 남자 배우와 호흡을 맞춰서 여배우와 하지 못하는 아쉬움은 별로 없었던 것 같아요(웃음). 상대 배우가 동성이라 마음대로 담배도 피울 수 있었고, 말도 편하게 내뱉을 수 있어서 연기하기 더 편했습니다.”
이번 작품에서 주안점을 두면서 연기했던 부분에 대해 묻자 ‘흡수’보다는 ‘발산’하는 느낌을 살렸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제가 출연했던 영화는 캐릭터를 이해하고 ‘흡수’하는 쪽이었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마음껏 ‘발산’하는 느낌이었어요. 초능력이라는 정신적 세계와 맞닿은 내용이라 제가 가진 에너지를 속에서부터 뿜어냈다고 해야 할까요. 제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했기에 만족하고 있습니다.”
곱상한 외모와 달리 걸걸한 말투는 의외의 매력으로 다가왔다. 경남 창원이 고향이라 걸쭉한 사투리도 간간히 배어났다. 12년 동안 서울에서 생활했음에도 불구하고 사투리는 여전히 남아 있다. 고칠 필요성을 전혀 느끼지 못했을 정도로 매사에 털털하고 막힘 없다. 오리고기에 입맛이 들어서 한 달 가까이 오리고기만 먹었던 일화를 비롯해 목공, 악기 기타 등 한 가지에 꽂히면 몰입하는 타입의 강동원. 대학교나 모델 친구들을 밖에서 만날 때에도 사람들의 시선을 크게 의식하지 않는 편이다. 직설적 말투와 성격으로 인해 오해를 받았던 적은 없었을까.
“예전에는 ‘사람들이 왜 나의 이런 부분을 오해하고 잘못 이해하실까’ 고민도 하고 걱정도 많이 했어요. 그런데 결과론적으로 보니 다 쓸데없는 일이더라고요. 제가 아무리 고민한다고 해도 결과는 바뀌지 않더라고요. 그 뒤로는 사람들이 저에 대해 오해하는 것에 대해 별로 신경 쓰지 않게 됐어요. 절 잘 아시는 분들은 제가 이런 인간이라는 것을 알고 계시고요(웃음). 내숭이나 가식 같은 건 체질상 맞지 않아요.”
드라마보다는 스크린이 긴 호흡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2004년 드라마 ‘매직’ 이후 줄곧 스크린에서 활동해왔다. 스크린에서 ‘배우’라는 옷을 입고 대중을 웃기고 울리는 ‘캐릭터’로 살면서 큰 키 만큼이나 훌쩍 성장해있었다. 스크린에서 맹렬히 질주하다보니 어느 새 서른이 됐다. 남자 나이 서른, 강동원에게는 어떤 의미일까.
“그동안 물 흐르듯이 살아온 것 같아요. 스크린에서 표현했던 작품 중에 ‘이걸로 인해 내 인생이 통째로 바뀌었다’ 생각할 만큼 정점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던 것 같고요. 한 작품 한 작품을 하면서 조금씩 앞으로 나아갔을 뿐이죠. 이번 <초능력자>도 그렇게 흘러가는 작품 중 하나가 되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남자 나이 서른이라…. 음 <초능력자>를 끝낸 나이? 하하. 돌이켜보면 그동안 알게 모르게 성장해온 것 같네요. 올해까지 서른을 만끽하고 내년부턴 공익근무요원으로 대체 군복무 하면서 2년 동안 관객과 못 만나겠지만 전 그대로 일 것 같아요. 과연 그때 전 철이 들어 있을까요?”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은주 기자 kime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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