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Z 사람] ‘웃어요 엄마’ 이미숙, 그녀는 영원한 주연이다

[Ki-Z 사람] ‘웃어요 엄마’ 이미숙, 그녀는 영원한 주연이다

기사승인 2010-11-13 13:04:01

[쿠키 연예] “난 여배우다” 사실 대한민국 여배우 중에 이 말을 스스로 당당하게 내뱉을 수 있는 이들은 많지 않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스스로 내뱉어도 이를 진정으로 타인으로부터 인정받기란 쉽지 않다. 스타성과 연기력, 그리고 어느 정도 관록이 묻어나야 불러줄 수 있는 말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여배우들’이라는 영화가 개봉할 당시에도 그랬다. 영화에 대한 언론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배우들에 대한 인터뷰가 시작되자 초반 관심은 두 명에게 몰렸다. 바로 고현정과 최지우였다. 고현정은 당시 드라마 ‘선덕여왕’에서 ‘미실’로 호평을 받았고, 최지우는 남자친구 이진욱과 관계 때문에 취재진들의 시선을 모았다. 그러나 막상 영화가 시사회를 통해 공개되자, 기자들의 시선은 다른 곳으로 옮겨갔다. ‘여배우’ 윤여정과 이미숙에게로다. 영화 속에서 두 명의 존재감은 너무 컸고, 젊은 여타 ‘여’배우들을 압도했다. 특히 이미숙은 직설적이면서도 특유의 위트있는 모습으로 진실인지, 거짓인지 모르는 영화를 이끌어갔다. 고참 ‘여배우’ 윤여정과 후배 ‘여’배우들의 간극을 메우는 역할도 하면서, 여느 작품에서처럼 스스로 주인공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런 이미숙이 최근 드라마 ‘웃어요 엄마’에서 또한번의 ‘미친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다.

<‘이미숙’이기에 더욱 몰입

드라마에서 이미숙은 딸 ‘신달래’ (강민경)을 최고의 배우로 만들겠다는 의지로 인생을 살아온 엄마 ‘조복희’ 역을 맡았다. 자식의 성공을 위해 매몰차게 자식들을 쥐고 흔드는 여왕벌 같은 엄마로 지쳐버린 딸이 앞으로 가게 하기 위해 끝없이 채찍질한다. 동시에 딸 ‘신달래’가 불치병에 걸리자 가시고기처럼 자신의 모든 것을 다 바쳐 사랑을 보여주는 강한 모성애의 소유자로 또다른 모습까지 보여줄 예정이다.

이미숙이 극중 보여주는 모습에 대해 많은 사람들은 ‘이미숙이기에 가능한 역’이라는 평가를 줄 정도로 ‘조복희’에 대한, ‘신달래’에 대한 몰입도가 강하다. 어떻게 보면 악착같아 보이는 엄마의 모습이지만, 한편으로는 ‘악역’의 느낌마저 풍긴다. 딸을 최고의 배우로 만들겠다는 의지가 딸을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이뤄내지 못한 꿈을 딸을 통해 이뤄내겠다는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다.

사실 ‘악역’은 물론 브라운에서 보여지는 ‘악착’같은 모습은 이미숙 본연의 모습이기도 하다. 과거 MBC ‘여인열전’의 ‘장희빈’으로 출연할 당시 사약을 거부한 모습은 지금도 회자될 정도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이미숙을 톱스타로 만들어 준 이 드라마는 당시 ‘악녀’가 드라마의 중심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동시에 이미숙은 극 중 자신의 캐릭터에 대한 철저한 연구를 통해 연출을 맡은 이들에게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전달하기도 한다. 과거 영화 <뽕>의 이두용 감독과는 캐릭터에 대해 굉장히 많이 싸웠고, 결국 자신의 생각을 많이 반영시켰다.

이미숙 ‘생애 첫 조연’은 여배우 역사의 변화

이런 이미숙이 어느 순간 극에서 자신의 생각을, 자신의 캐릭터를 굳이 강조하지 않아도 관객들과 시청자들에게 자연스럽게 각인시키기 시작한 것은 어떻게 보면 스스로 ‘생애 첫 조연’이라고 평가한 MBC 드라마 ‘에덴의 동쪽’일 것이다. 이미숙은 극에서 작품 초반을 이끌다시피하며 주인공인 두 아들의 의식을 지배한다. ‘에덴의 동쪽’의 작품성과 별개로 이미숙이라는 배우 한명 만을 놓고 본다면, 이미숙의 ‘첫 조연’은 여배우 연기사에 또하나의 변화일 수도 있다.

이후 KBS ‘신데렐라 언니’에서 이미숙은 또한번의 ‘주연이상의 조연’을 보여준다. ‘강숙’ 역을 맡은 이미숙은 극의 시작점이고 변화점이며 동시에 끝점을 보여준다. 자신이 살기 위해 여성적인 매력으로 남자를 유혹했고, 자신의 욕망 때문에 타인에게 상처를 줬다. 스스로 하나의 배역을 맡으면 10가지 캐릭터를 고민한다는 말을 하는 것처럼 ‘신데렐라 언니’에서는 도통 속을 알 수 없는 여인을 연기하며, 이를 또 완벽하게 소화해냈다.

이렇다보니 이미숙와 연기하는 모든 여배우들의 롤모델은 이미숙으로 모아진다. 이는 비단 그의 연기력 뿐만 아니라, 1979년 데뷔 이후 쌓아온 ‘여배우’ 이미숙이 가지고 있는 ‘여배우’로서의 일관된 생각 때문일 수도 있다. 변화는 하지만 타협은 하지 않겠다는 생각. 이것이 지금까지의 이미숙을 만들었고, 앞으로의 이미숙을 대중들의 바라보는 키워드로 작용하는 것이다.

“여배우로 계속 남으려면 타협하지 말아야 한다. 자꾸 타협하면 배역도 줄어들고 자괴감도 생긴다. (타협하지 않는) 길을 걷고 싶다. 그런 미지의 세계에 ‘나’라는 사람을 놓고 싶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유명준 기자 neocross@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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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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