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Z 방송 결산-예능] 리얼리티, ‘남자의 눈물’과 만나다

[Ki-Z 방송 결산-예능] 리얼리티, ‘남자의 눈물’과 만나다

기사승인 2010-12-04 13:03:00

[쿠키 연예] 2010년 예능계의 키워드도 ‘리얼리티’와 ‘남자’였다. 지난 해 중순부터 이어진 이러한 분위기는 올해도 막강한 힘을 발휘했다.

일반인이 나와서 자신의 끼를 선보이는 ‘스타킹’이나 스타들을 앉혀놓고 사적인 이야기나 연예계 뒷이야기를 나누는 ‘강심장’ ‘라디오스타’ ‘세바퀴’ ‘자기야’ ‘무릎팍도사’ ‘승승장구’ ‘놀러와’ ‘해피투게더’, 그리고 걸그룹 멤버들을 대거 출연시켜 승부수를 던졌던 ‘청춘불패’ ‘꽃다발’ ‘영웅호걸’ 등이 나름대로 선전하거나, 기존의 자신들이 보여줬던 이름값을 수성하기는 했지만, 이 두 키워드를 넘지는 못했다.

특히 ‘리얼리티’와 ‘남자’가 만난 지점에 ‘눈물’이 추가되면서 2010년 예능은 ‘리얼리티 속 남자의 눈물’로 정리됐다. 동시에 이러한 ‘남자의 눈물’을 이끄는 이경규-강호동-유재석의 예능 영역 다툼도 올해의 볼거리다.

◇ 남자의 자격, 중년의 도전 결과는 ‘감동’이다

다소 철없이 보이는 7명의 남자들이 ‘남자의 자격-죽기 전에 해야 할 101가지’ (이하 남격)에 출연하면서 어느 순간, ‘도전’이라는 키워드를 안게 살게 된다. 추운 겨울에 지리산에 오르고, 아끼는 사람들을 위해 음식을 준비하고, 정비소나 알고 있던 이들이 손수 자동차를 고치기도 한다. 그리고 평균연령 39세의 이들의 이러한 도전은 ‘감동’과 결합하게 된다.

아마추어 밴드를 결성해 좌충우돌 과정을 겪어 직장인밴드 대회에서 4위에 입상하는 순간부터 이미 굳어진 머리와 몸, 그리고 익숙하지 않은 몸짓으로 자격증 시험에 도전하는 모습까지 ‘남격’ 멤버들은 시청자들의 마음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최고점은 ‘남격 합창단’이 결성되면서부터다. 단순하게 시작된 이 아이템은 오디션을 거쳐 발탁된 33명의 단원들 모두를 매주 이슈화 시키면서 스타로 만들었다.

대한민국 사회에서 남자의 눈물이란 약한 남자 등으로 인식되었다. 그러나 ‘남격’은 ‘남자는 태어나서 세 번의 눈물을 흘린다’ 등의 말이 썩 아름답지 않은 말임을 증명했다. 거제도 전국 합창대회에서 ‘실버 합창단’의 수수한 목소리의 노래를 들으면서 자기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는 ‘남격 합창단’ 멤버들의 모습은 아름답다는 호평을 받았다.

◇ ‘억지 감동’ 선사하던 무한도전 남자들, 레슬링으로 울다

‘무한도전’은 과거 다소 황당하고도 어이없는 도전으로 억지 감동을 선사하려 했다. 그러다가 일정한 미션이 주어지기 시작했고, 그 안에서 시청자들에게 다양한 웃음과 재미를 이끄는 데는 성공했다.

상종가를 누리던 ‘무한도전’에게 사실 감동 코드는 그다지 필요하지 않는 듯 보였다. 하지만 이내 식상함이 느껴지기 시작했고, 장기적인 아이템을 고민하던 중 첫 번째 작품으로 시청자들에게 선보이며 호평을 받았던 것이 스포츠 댄스였다. 몸치였고 박치였던 이들이 댄스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몇 달동안 노력하는 모습과 대회 당일 결과에 상관없이 서로를 다독이던 모습은 충분히 시청자들에게 새로운 ‘무한도전’을 보여줬다.

그리고 ‘무한도전’ 멤버들의 레슬링 도전은 ‘무한도전’이라는 프로그램뿐 아니라, 멤버 개개인을 다시 보게 만들었다. 진통제를 맞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으면서까지 레슬링 무대에 올랐던 정준하와 그를 응원하며 어떻게 하든 팬들의 성원에 보답하려는 멤버들은 결국 눈물을 보였고, 그 눈물의 전염성은 안방극장까지 젖어들게 했다.


프로그램 초반 ‘그들만의 감동’을 보여주던 이들이 어느 새 ‘모든 이들의 감동’으로 그 영역을 확장한 것이다.



◇ ‘1박2일’, 멤버와 추억에 감동하다

다른 프로그램들이 기획성 아이템으로 감동과 눈물을 선사했다면 ‘1박2일’은 멤버들과 엮인 이야기로 올 한해 감동을 줬다. 6월에 하차한 김C에 대한 멤버들의 마음은 시청률을 40% 가까이 올릴 만큼 시청자들의 마음을 찡하게 했다. 프로그램에서 ‘엄마’ 역을 맡으며 중심을 잡아주던 김C였기에 시청자들 역시 안타까움이 더했다.

이는 동시에 ‘김종민의 눈물’로 이어졌다. 공익근무요원을 마치고 바로 ‘1박2일’에 합류한 김종민은 한동안 시청자들로부터 하차 요구까지 받을 만큼 제자리를 찾지 못했다. 여기에 김C 하차가 김종민 탓이 아니냐는 의혹까지 받으면서 더욱 김종민의 입지를 위축시켰다. 그런 가운데 지리산 둘레길을 도는 미션을 수행하던 중 김종민은 “1박2일 빠지라는 말이 가슴 아팠다”며 눈물을 보였다. 이에 강호동은 카메라 앞에서 엎드리며 “김종민 잘 부탁드린다”고 동생을 두둔했고, 은지원 역시 “김종민은 불씨가 아니라 심지다. 언제든 불타오를 수 있다”며 말하며 눈물을 보였다.

이런 ‘1박2일’의 마지막 감동은 이만기와 강호동의 씨름대결이었다. 20년 만에 모래판에서 만나 샅바를 잡은 이들은 예능 출연자가 아닌, 진검승부를 하려는 스포츠맨으로서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제작진과 시청자들의 박수를 받았다. 특히 씨름 대결이 끝난 후 눈물을 보인 강호동에게서, 그가 아직 씨름에 대한 사랑, 이만기에 대한 존경심을 읽을 수 있었다는 시청자 평은 그 방송이 결코 거짓이 아님을 알게 해줬다.

물론 병역기피 의혹으로 인한 MC몽의 하차와 제6의 멤버와 관련된 여러 가지 논란 등으로 ''1박2일''이 적잖은 위기에 봉착해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주말 예능 강자로서 면모는 잃어버리지 않고 있다.

◇ 이경규-강호동-유재석 3파전 양상도 뚜렷

남자들의 도전과 애정을 통해 눈물 코드를 선보였던 대표적인 3개 프로그램으로 인해 이들의 수장인 이경규, 강호동, 유재석이 올 한해 예능계를 이끌었다는 것도 눈길을 모았다. 특히 한동안 강호동-유재석 양강 체재에 지난해부터 다시 자리를 잡기 시작한 이경규가 본격적으로 올해에 자신의 영역을 구축했다는 점에서 2011년에는 판도가 아예 바뀌지 않겠냐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어느 순간 이경규가 자신을 버리고 후배들을 이끌고 있는 모습이 동료 연예인이나 시청자들에게 어필하고 있기 때문이다.

◇ ‘남자의 눈물’ 코드 지속성은 미지수

그러나 이같은 리얼리티 프로그램 남자들의 눈물이 2011년 예능까지 지속적으로 이끌고 갈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정답을 내릴 수 없다. ‘눈물 코드’가 인위적으로, 지속적으로 제시될 경우 식상함과 내성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방송 관계자는 “지금껏 예능 프로그램들의 감동은 뜻하지 않게 시청자들에게 다가갔기 때문이다. 억지로 유도하는 감동은 거부감을 일으킬 뿐 아니라, 그 프로그램이 진정성을 갖더라도 의심케 한다”며 “감동 코드가 일어날 아이템를 찾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유명준 기자 neocross@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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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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