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Z 人터뷰] ‘현빈앓이’?…‘만추’ 관객은 ‘탕웨이앓이’

[Ki-Z 人터뷰] ‘현빈앓이’?…‘만추’ 관객은 ‘탕웨이앓이’

기사승인 2011-02-13 12:10:00

[쿠키 영화] 시종일관 무표정이었던 영화 <만추> 속 ‘애나’는 사라졌다. 인터뷰를 위해 자리에 앉은 탕웨이(32)는 활발했고, 동시에 궁금증 많은 소녀 같은 느낌을 줬다. 툭 던진 짧은 질문에도 자신을 생각을 여과 없이 털어놨다. 중국어 통역자가 통역하는 순간에도 자기 생각을 첨부했고, 보다 자세히 설명하려 했다. 인터뷰 말미에는 거꾸로 자신과 같이 중국영화에 출연했던 한재석에 대해 “인터뷰를 해봤냐. 원래 성격이 어떠냐”라고 묻기까지 했다.

1시간여 동안 탕웨이가 말하는 영화 <만추>와 현빈, 김태용 감독 그리고 ‘탕웨이’는 영화처럼 음습하지도, 차분하지도 않았다.

◇ 탕웨이 그리고 영화 <만추>

영화 <만추>에서 탕웨이는 남편 살인죄로 7년간 복역 중이다. 어머니의 유고로 인해 3일간 휴가를 얻어 나와 미스터리한 남자 ‘훈’ (현빈)을 만나 짧지만 강렬한 사랑을 느끼게 된다. 영화배우가 영화에 출연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짧은 필모그라피를 가진 탕웨이가 한국인 감독이 연출하고 한국인 상대 남자 배우가 출연하는 영화에 선뜻 응했다는 것이 흥미로웠다.

“<만추>가 촬영에 들어가기 2년 전에 첫 번째 시나리오를 받았었다. 읽어보니 캐릭터가 너무나 마음에 들었어요. 워낙 세밀한 연기를 필요로 하고 마음 속 기복도 크지만, 또 그런 기복을 겉으로 표현하지 않는 캐릭터가 여배우로서 만나기 힘들다고 생각해 도전했죠. 겉으로는 표현하지 않으며, 마음은 비워있지 않은데 얼굴은 텅빈 모습. 짜릿한 캐릭터죠”

김태용 감독의 <만추>는 1966년 이만희 감독의 <만추>를 원작으로 한다. 그러나 원작의 프린트가 소실되어 김 감독 뿐만 아니라, 배우들도 원작을 접하지는 못했다. 탕웨이 역시 마찬가지다. 그러나 탕웨이는 전혀 다른 <만추>를 강조했다.

“원작이 있었다는 얘기는 들었는데, 본 적은 없고 내용도 모르고요. 그러나 이번에는 기존의 <만추>와 다른 이야기라는 생각을 해요. 원작이랑 비교를 한다면 ‘틀’만 같을뿐, 내용은 다를 것이에요. 이것은 창조된 하나의 색다른 러브스토리죠”




영화 속 탕웨이는 표정 변화가 거의 없다. 이는 음습한 미국 시애틀의 분위기와도 잘 어울리며 영화 전반을 지배한다. 간혹 웃음을 지어보이기도 하지만, 이는 정말 잠깐이다. 무표정을 일관되게 유지하는 것은 많은 에너지가 소비된다. 과거 한 배우는 “무표정이 그냥 가만히 있는 것이 아니다. 그 안에서 계속 표정을 만들어 내야 한다”고 말했던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탕웨이는 이 과정을 흡인력있게 소화해냈다.

“사실 감독님은 시나리오 상에서 자세한 것을 설명해주지 않아서, 자세한 감정 표현을 느낄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감독님과 함께 ‘애나’를 어떻게 표현할까 고민을 했죠. 감독님은 ‘애나’는 얼굴에 표정이나 감정을 전혀 나타내지 말라고 설정을 해주셨어요. 거기에 따라 표현을 한 것이죠. 사실 감독님하고 ‘애나’를 표현하는 부분에서 서로 부딪치는 면이 있었는데, 영화가 완성된 후에 보니, 왜 그렇게 하라고 했는지 알겠어요. 그 이후부터는 감독님의 방법과 고집이 좋아졌어요”




◇ 탕웨이 그리고 ‘훈’ 현빈

탕웨이의 상대 배역인 현빈은 영화 제작과 발표 그리고 공개까지 매우 특별한 존재로 변화되어왔다. 영화가 만들어지고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첫 선을 보일 때까지만 해도 현빈은 잘생긴 한국 남자배우였을 뿐이다.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에서 주가를 올린 후, 주춤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화가 첫 선을 보인 이후, 현빈은 드라마 ‘시크릿 가든’에서 ‘이주원’으로 변신해 국민적인 사랑을 얻었다. 그러나 탕웨이 입장에서는 현빈은 ‘이주원’이 아니라 ‘훈’이었다.

“현빈 씨와 다음에 어떤 작품을 하게 될지 모르겠지만, 그때까지는 현빈 씨는 저에게 ‘훈’이에요. 그리고 지금 개봉하는 것에 대해서는 영화도 사람의 운명처럼 팔자가 있는 것 같아요. 지금 그 팔자가 좋은 운명이기 때문에 개봉되는 것이고, 사람처럼 빨리 커서 잘 되었으면 좋겠어요”

본인에게 여전히 ‘훈’으로 존재하는 현빈에 대해 탕웨이의 평가는 극찬에 가까웠다. 연기자로서 선배이기도 하지만, 상대의 작품의 자주 접하지 않은 상황에서 그 같은 칭찬은 현장에서의 호흡이 얼마나 절묘했는가를 보여준다. 영화를 통해 관객에게 전달되었던 현빈과 탕웨이의 감정이 직선으로 전달된 까닭이 여기 있었다.

“현빈 씨와 처음 만났을 때는 언어적인 것 때문에 가까워지지 못했는데, 그게 언어의 문제가 아닌 것 같았어요. 두려움으로 시작해서 호흡이 잘 맞는 과정을 거친거죠. 지금은 같은 언어로 연기를 하는 배우보다 더 편해졌어요. 현빈 씨는 연기 경험이 많아서 배울 것도 많았어요. <만추>가 저에게는 두 번째 영화였는데, (그에 비해) 그는 경험이 많았죠. 옆에서 지켜보면 자신이 결정해 놓은 지점까지 가는데 감정의 기복 없이 안정적으로, 정해진 리듬으로 천천히 가더라고요. 전 굉장히 감정적인 편이라, 어찌보면 불안한 모습을 보이는데, 현빈 씨는 마음을 콘트롤한다는 점에서 대단한 능력을 가진 배우라고 생각해요”

◇ 탕웨이 그리고 김태용 감독

탕웨이의 극찬은 현빈에 머무르지 않았다. 고집 센 김태용 감독에게까지 이어졌다. 아니 어떻게 보면 현빈에 대한 평가가 ‘현재’에서의 극찬이라면, 김 감독에 대한 평가는 과거 추억에 대한 즐거움의 표현이었다.

“이 작품을 할 때 유독 즐거웠어요. 현장에서 제가 유일한 중국인인데도 불구하고 모든 스태프들과 금방 친구가 되었어요. 빨리 소통이 이뤄지고, 친밀하게 작업이 진행됐죠. 원래 사람들과 쉽게 친해지는 스타일이지만, 이번에는 유독 빨리 친해졌죠. 특히 중요한 분위기 메이커는 덩치는 크지만 아이 같은 김태용 감독님이었어요”

김 감독과 탕웨이의 호흡은 영화를 찍으면서 점점 ‘긴 말 안해도 되는 사이’로 변해갔다. 장면을 어디서 끊어야 될지 서로 알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물이 바로 엔딩이다. 창가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탕웨이의 모습에서 더 이상의 쓸쓸함은 느껴지지 않았다.

“어떤 마음을 갖고 찍은 장면이 아니었어요. 테이크도 여러번 갔는데 그때마다 마음이 달랐죠. 초반에는 누군가 올 것이라는 마음을 가졌는데, 몇 번의 테이크에서는 안 올 것이란 마음을 가졌죠. 그 엔딩 장면을 찍을 때 감독님이랑 가장 호흡이 잘 맞을 때였어요. 감독님이 와서 손 끝을 대기만 해도, 원하는 감정이 튀어나왔어요. 나중에는 모국어로 대화하는 사람과도 느낄 수 없는 그런 감정의 깊이를 느꼈죠”




◇ 탕웨이 그리고 ‘탕웨이’

탕웨이는 말하는 내내 묘한 매력을 풍겼다. 짧은 필모그라피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였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배우라기보다는 평범한 느낌도 종종 내비쳤다. <색,계>의 탕웨이, <만추>의 탕웨이, 그리고 인터뷰 자리에 앉은 탕웨이. 어느 면이 진짜일까 싶었다.

“전 보통은 일반적인 삶을 살아요. 버스타고 장보고 설거지하고요. 그렇게 살다가 일을 접할 때는 캐릭터에 몰입하는 편이에요. 생활을 정확히 분리해서 살고 있는거죠. 그게 도움이 되는지는 모르지만, 성격은 뭔가 집착하는 편이에요. 그리고 1분 1초도 사랑하고 즐기고 있다는 느낌으로 살죠”

탕웨이에게는 ‘무명’이라는 기간이 존재하지 않았다. 바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고, 덕분에 한국에도 적지 않은 팬들이 존재한다. 그런 그가 생각한 자신에 삶은 어떨까.

“최근에 보는 책인 ‘제자규’라고 어린아이들을 교육시킬 때 사용되는 책이에요. 이를 보면서 스스로 마음을 다스리고 있죠. 원래는 내 나이에는 보지 않는 책이죠. (중국에서) 제 세대는 한 집안에 한 아이만 둘 수 있는 때라, 원하는 것을 모두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 세대였어요. 너무나 주변 사람들에게 총애를 받아서, 그러다보니 어떤 안좋은 일도 많이하게 된 세대죠. 이 책을 보면서 건전한 규칙을 정해놓고 심플한 삶을 살려고 해요. 어떤 규칙이나 원칙이라는 것이 정해놓으면 살아가는 것이 답답할 것 같은데, 그렇지 않더라고요”

짧은 시간 안에 많은 문답이 오간 상황에서 진부한 답변을 던져졌다. 배우로서의 목표가 무엇이냐는 것이다. 그런데 돌아온 답변이 엉뚱했다. “엄마에게 물어봐야한다”며 “배우로서의 목표를 엄마에게 얘기했는데, 잊어버렸다. 그래서 물어봐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다 한참을 고민한 후, 생각난 듯 말을 이었다.

“배우로서의 포부는 어떻게하면 상대 배우와 더 잘 호흡을 맞춰 연기를 할 수 있을까라는 거에요. 그것을 터득하고 싶어요. 왜냐하면 제가 그 부분에서 약한 편이에요. 아마 이것은 현빈 씨에게 배워야할 것 같아요”

국민일보 쿠키뉴스 유명준 기자 neocross@kukimedia.co.kr / 사진 이은지 기자 rickonbge@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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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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