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연예] 장면 1. 개편후 첫 방송된 MBC ‘우리들의 일밤-나는 가수다’. 첫 무대에 오른 이소라는 다소 긴장된 듯한 모습을 보인 후, 2004년 발표한 자신의 곡 ‘바람이 분다’를 불렀다. 애절한 이소라의 목소리에 현장 관객들 뿐만 아니라, 시청자들까지 몰입됐고, 노래가 끝난 뒤 인터넷과 트위터 등에서는 “눈물을 흘렸다”는 방송 후기가 줄을 이었다. ‘바람이 분다’는 방송 이후 벅스뮤직, 소리바다, 다음뮤직, 싸이뮤직에서 1위를 차지했으며, KBS2TV 뮤직뱅크 차트에 7년 만에 재진입했다. 가온차트 3월 셋째주 다운로드 순위에서는 총 다운로드 건수 23만5285건으로 4위를 기록했다.
장면 2. ‘나는 가수다’ 13일 방송. 이소라는 매니저 이병진이 중간점검 소식을 전하자 “나가지 않겠다”고 선언한다. 이병진이 간신히 설득했지만, 예민한 모습을 보였고 결국 동료가수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중감 점검에 불참했다. 이유는 연습량이 충분치 않아서 평가를 받을 수조차 없는 상태라는 것이다. 실시간으로 모니터링 되는 인터넷 글 하단에 붙은 댓글에는 이소라의 태도에 대해 지적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잠시 후. 이소라가 프로그램이 끝날 무렵 무대에 올라 변진섭의 ‘너에게로 또다시’를 불렀다. 그리고 관객들과 시청자들은 또다시 이소라에게 빠져들어 눈물을 흘렸다.
최근 ‘나는 가수다’를 통해 젊은 층에게까지 다시 부각되고 있는 이소라의 이 두 장면은 이소라를 설명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매 콘서트, 매 무대마다 최선을 다하는 것으로 알려진 이소라이기 때문이다.
1969년생인 이소라는 1991년 낯선사람들의 멤버로 데뷔한 이후, 김현철과의 듀엣곡 ‘그대안의 블루’를 통해 스타덤에 올랐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소라를 대중들에게 강하게 각인시킨 것은 1996년부터 진행하기 시작한 KBS2TV ‘이소라의 프로포즈’다.
당시 무려 6년 동안 자신의 이름을 건 프로그램을 진행한 이소라는 편안한 진행으로 게스트를 진솔한 이야기를 잘 이끌어냈다. 자신의 이야기는 잘 하지 않는 이소라지만, 게스트들의 말을 듣고 맞장구 치는 모습은 당시 프로그램을 본 사람들에게 강하게 각인됐다. 오죽하면 2001년 5주년 특집 녹화현장에서 게스트로 나온 이문세는 “이소라를 보면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라는 가요 제목이 생각난다”고 말했다. 이소라가 가만히 있어도 게스트가 항구에 드나드는 배처럼 편안하게 왔다갔다 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모습은 이번 ‘나는 가수다’ 진행에서도 엿볼 수 있었다.
물론 당시 이소라는 프로그램을 그만두면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사전에 제작진과 충분히 논의하지 않고 녹화장에서 게스트와 이야기 도중 “다음 주가 프로포즈 마지막 방송이다”라고 폭탄발언을 해, 게스트와 관객 그리고 제작진까지 모두 놀라게 했기 때문이다. 물론 가수로서 음악에 집중하고 싶어 여러번 사퇴의사를 밝혀왔던 이소라였지만, 방법에 문제가 있었다는 비판도 있었다. 일부에서는 ‘아름답지 못한 퇴장’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하지만 이소라의 음악과 음악을 대하는 태도를 아는 이들은 이런 ‘무례’를 넘어갔다. 이후에도 이소라의 ‘돌발행동’은 종종 보였다. 그것이 가요계에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올 때도 있었고, ‘예의’가 아니라는 비판도 있었지만, 이소라가 바라본 쪽은 오로지 팬들이고, 노래를 부를 수 있는 무대였고, 그 위에서 완벽하게 준비되어 노래를 부르는 자신의 모습이었다.
실제로 2009년 5월 8일 서울 서강대 메리홀에서 개최된 소극장 콘서트 ‘두 번째 봄’ 콘서트가 끝날 무렵 이소라는 “오늘 내 노래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이런 노래를 여기까지 오신 분들에게 들려드리는 건 미안한 일이다”면서 “입장료를 받아서는 안 될 것 같다”고 말했고, 공연 관객 모두에게 입장료가 전액 환불됐다. 이날 이소라의 컨디션이 좋은 것은 아니었지만, 공연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었다. 도리어 공연 관객들과 팬들은 이소라의 홈페이지를 찾아 그의 건강을 걱정하는 응원의 글을 남겼다.
2010년 3월에 열린 제7회 한국대중음악시상식에 이소라는 최우수 팝 노래와 앨범 두 개 부문에서 수상했다. 그러나 시상식에는 불참했다. 이유는 하나다. 공연 준비를 해야 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이소라의 음악에 대한, 무대에 대한 모습을 아는 팬들은 이번 ‘나는 가수다’에서 이소라가 중간 평가에 참가하지 않은 것에 대해 “당연하다”는 입장까지 보일 정도다.
가요계 관계자들은 “이소라의 ‘바람이 분다’가 온라인 음원 차트에서 돌풍을 일으킨 것이 반가운 이유는 ‘진짜’ 노래에 대해 대중들의 감성이 다시 돌아가고 있다는 것”이라며 “퍼포먼스와 비주얼로 승부하는 것이 대세인 가요계에 다시 과거처럼 음악 하나만으로도 통할 수 있는 초석이 놓여진 것 같다”며 반가워했다.
이소라가 ‘나는 가수다’에 언제까지 나올지는 모를 일이다. 서바이벌 형식이기도 하지만, 현재 공연을 준비하고 있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설사 자의로 프로그램에 하차하더라도, 팬들은 그의 공연장에서 다시금 그의 감성에 눈물을 흘리지 않을까 싶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유명준 기자 neocross@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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