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문화] 연예인들의 정치 참여와 사회 참여는 대중들과 이해 당사자들에게 민감하게 받아들여진다. 그들이 대중에게 가진 영향력 때문이다. 그들의 말 한마디에 수많은 대중들의 마음이 움직이고, 이것이 곧 정치적, 사회적 영향력으로 이어진다.
외국에서는 일반화되어 있는 이러한 장면이 사실 한국에서는 쉽게 받아들여지지 못한다. 연예인을 ‘딴따라’ 수준으로 생각하는 일부 사람들은 이들의 발언이 인기나 얻으려는 행위로 바라본다. 거꾸로 연예인들의 영향력을 아는 이들은, 대중을 선동하기 위한 세력의 꼭두각시로 치부한다. 그러나 이들이 연예인이기 전에 국가의 한 일원으로서 이들의 행위를 부당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물론 여기에서 공공의 이익을 위한 ‘사회 참여’ 혹은 ‘정치 참여’와 개인의 영달을 위해 정치인으로서 변신을 시도하는 행위는 분명 나뉜다. 때문에 전자는 대개 긍정적으로 바라보며 ‘개념 연예인’등의 수식어가 붙는다면, 후자는 인기를 밟고 올라선 ‘변질’ 등의 부정적 수식어와 연관짓게 된다.
최근 ‘4대강 사업’과 ‘홍대 미화원 사건’에 적극적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내며 사회를 변화시키려 하고 있는 배우 김여진(37)이 바로 이 ‘개념 연예인’ ‘소셜테이너’ (Social +Entertainer)로 불리고 있다.
◇ 우연찮게 들어선 배우의 길, 그녀의 길이 되다
김여진은 대학에서 독문학의 전공했다. 대학 졸업 때까지는 연기와 인연이 없던 그녀였다. 그러나 1995년 대학로에서 연극을 한편 보고 반해, 극단 ‘봉원패’에 입단한다. 이후 ‘여자는 무엇으로 사는가’로 무대에 첫 발을 내딘 김여진은 ‘배우의 산실’ 연우무대에서 연기에 대해 본격적으로 배운다.
김여진은 연극 ‘마술가게’에 출연하던 중 자신을 눈여겨 본 임상수 감독에게 발탁되어 1998년 강수연, 진희경과 함께 영화 ‘처녀들의 저녁식사’를 찍게 된다. 데뷔작에서 전라의 연기를 펼친 김여진은 청룡영화상 신인여우상을 수상한다. 이어 1999년 이창동 감독의 ‘박하사탕’에 설경구의 아내 역을 맡아 대종상 여우조연상을 거머쥔다.
이후 김여진은 영화 ‘취화선’ 등에 출연했고, 드라마 ‘대장금’ ‘토지’ ‘이산’ 등 사극 관련 작품에 다수 출연하면서 연기 폭을 넓혔다. 최근에는 대구 개구리소년 실종사건을 다룬 영화 ‘아이들’에 출연해 가슴 아픈 내면 연기를 선보였다.
연기 인생은 그에게 반려자까지 찾게 해줬다. 2003년 MBC ‘죽도록 사랑해’의 조연출이었던 김진민 PD와 2004년 결혼한 것. 이들은 이후에도 ‘신돈’ ‘로드 넘버원’ 등에서 호흡을 맞췄다. 이런 남편에 대해 김여진은 여러 인터뷰에서 “결혼하기 잘했다. 남편은 좋은 삶의 동반자다”라며 부부 금슬을 자랑했다.
◇ 가슴 설레게 하는 배우 김여진, 사회를 말하다
김여진은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수많은 대중들에게 모습을 드러낸다. 대중들은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통해 그녀에 대해 평가한다. 그러면서 사람들은 ‘진짜 그녀는 어떨까’라는 궁금증을 갖게 된다. 이 의문에 대해서는 전 방송인인 국회의원 전여옥의 표현이 가장 적절할 것 같다. 전 의원은 한 매체 기고에서 “그녀는 사람을 확 끌어당기는 흡인력을 갖고 있었다. 그저 앉아만 있어도 사람들이 바라보지 않고는 못 배길 정도였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참으로 아름다웠다. 따스한 눈길을 주며 살짝 인사를 하는 모습이 여자인 나도 가슴이 설렐 정도로 인상적 이었다”고 평가했다. 개인마다 차이가 있지만, 김여진은 이런 느낌을 사회의 소외된 이들에게 전달했다.
김여진의 사회 참여에 대해 “인기를 올려보려고 한다” 혹은 “영화 홍보를 위해서 한다”고 말한 이들은 ‘현재’의 김여진만 봤기 때문이다. 대학에 진학한 김여진은 학생운동으로 눈을 돌렸다. 부당함에 맞서 가두 투쟁에 나섰고, 빈민지역에서 사회활동을 펼쳤다. 비록 4학년 때 학생운동에 발을 뺐지만, 그사이 김여진이 바라본 사회의 부당함은 고스란히 그녀의 머리 속에 남아있게 된다.
‘4대강 사업’ 등에 목소리를 내던 김여진이 대중들에게 가장 강하게 부각된 것은 최근 ‘홍대 미화원 사건’이다. 홍익대학교가 미화원, 경비원 등 노동자 140여명을 집단해고하며 불거진 ‘홍익대 사태’와 관련 결의대회에 참석해 지지발언을 하고, ‘날라리 외부세력’이란 온라인 모임을 결성해 홍대 노동자들을 돕기 위한 활동을 지속적으로 펼쳤다.
김여진은 이러한 행동을 취하면서도 감싸 안을 수 있는 포용력도 보였다. 홍대 청소노동자들에 대해 냉담한 태도를 취했다는 이유로 트위터 등에서 몰매를 맞고 있는 홍대 총학생회장에게 블로그를 통해 “밥이나 먹자”고 오히려 위로와 격려의 뜻을 피력한 것이나, 밑반찬을 싸들고 농성장을 찾았다가 우연히 만난 학생회장이 아줌마들이 차려준 밥도 못 먹는 것을 보고 “무엇이 널 그렇게 복잡하게, 힘들게 만들었을까”라고 반문한 일화는 이를 반증한다.
물론 상대가 거대 권력이라면 달라지만. 이 부분에서 김여진의 진가는 빛난다. 대한민국에서 연예인, 배우라는 직종을 가지면서 눈치를 봐야 하는 정부 권력, 재벌 권력에 대해 쓴소리를 던졌기 때문이다.
그녀는 지난 21일 대학생 동아리 회원 3명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체포되고 이를 항의하기 위해 서울 홍제동 대공분실 앞을 찾은 대학생들이 현장에서 대거 연행되자 직접 구로 경찰서를 찾아 상황을 설명하는 등 적극적으로 사회 문제에 발 벗고 뛰어들었다.
또 MBC ‘100분 토론’에 출연해 “저출산이란 문제가 아주 많은 걸 보여준다. 우리나라가 아이를 낳아서 기를만한 나라가 아니라고 여자들은 무의식적으로 생각하게 된다”며 저출산 문제를 지적했고, “언제까지 삼성이 우리나라를 대표할 수는 없다. 젊은이들의 꿈이 대기업 따위가 되는 건 반대”라는 솔직한 발언으로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다. 이런 말을 어느 대학의 교수가 했다면 무미건조했을 것이다. 그들에게는 비판의 대상만 존재할 뿐, 동시에 따뜻하게 안아주는 대상은 모르기 때문이다. 김여진의 발언이 젊은 시청자들에게 호응을 얻은 것은 거대 권력에 비판을 하면서도, 젊은 세대를 끌어안았기 때문이다.
김여진의 이런 모습을 놓고 다른 배우 혹은 연예인을 비교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사회에 참여할 권리가 있다면, 참여하지 않을 권리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여진이 연예인 사회 참여의 또하나의 모델이라고 봤을 때, 여타 연예인들에게 ‘대중의 인기는 나에게 무엇인가’라는 고민을 던져줄 수 있다.
김여진의 행보는 그동안 적잖이 보여준 연예인들의 사회 참여와는 분명 다르게 느껴지는 것은, 그 스스로의 이익을 앞세우지 않았고, 항상 거대한 존재에 대해 쓴소리를 던졌기 때문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유명준 기자 neocross@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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