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연예] 가수들은 무대에 서면 행복하다고 말한다. 자신의 노래를 부르고, 자신을 바라봐주는 팬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떤 가수는 “제가 뭐 대단한 존재라고 제 손짓 몸짓 하나에 환호해 주시는지 모르겠습니다.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연신 한다.
그러나 그 행복을 고스란히 관객들에게 전달하는 가수를 만나기는 쉽지 않다. 종종 콘서트 현장에서 주인공을 관객이 아닌, 자신으로 착각하는 가수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국보급 가수’ 이문세는 콘서트에서 주인공이 관객들임을 확인시켜줬다.
현재 서울 이화여자대학교 삼성홀에서 진행되고 있는 ‘2011 이문세 붉은 노을’은 이전에 이문세가 대형 공연장에서 보여줬던 모습과 사뭇 달랐다. 1만 명 단위의 티켓 파워를 지닌 이문세가 단 600명의 관객들 앞에서 펼치는 공연은 땀 하나하나가 바로 전달됐다.
어쿠스틱 기타 반주와 함께 ‘옛사랑’을 열창하며 공연의 시작을 알린 이문세는 ‘광화문 연가’ ‘깊은 밤을 날아서’ ‘소녀’ ‘빗속에서’ 등 주옥같은 명곡을 들려줬다. LP모양의 턴테이블 무대는, 그 자체로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또 ‘이문세 밴드’를 슬라이딩 장치로 등장시켜, 중극장 규모의 공연장을 대극장처럼 활용했다. 여기에 천장에서 늘어진 천들은 안락함을 느끼게 했다.
“대형 공연장보다 작은 극장에서의 공연이 더 긴장된다. 대형 공연장에서는 틀려도 모르지만, 여기서는 바로 보이기 때문”이라고 말한 이문세는 이같은 긴장감을 털어내려는 듯 대형 공연장보다 더 높이 뛰고, 더 달렸다. 대형 공연장에서 수많은 댄서들과 함께 버라이어티한 쇼를 보여줬다면, 이번에는 밴드들을 제외하고는 거의 대부분 이문세 혼자 무대를 꾸며나갔다. 그러다보니 얼핏 보기에는 ‘막춤’에 가까운 몸짓도 나왔고, 관객들은 더 열광했다.
게스트도 ‘이문세’스러웠다. 이미 대형 공연장에서 유재석, 김장훈 등을 게스트로 부른 이문세는 이번 공연에서도 깜짝 게스트를 선보였다. 첫 날 공연인 1일에는 배우 김수로가 등장했고, 2일에는 ‘슈퍼스타K 2’ 출신 존박이 무대에 올랐다. 3일에는 송대관이 반짝이 의상을 입고 ‘유행가’를 부르며 등장해 관객들의 환호를 받았다. 송대관은 “격조 있는 콘서트니까, 태진아가 아닌 내가 나왔다”며 특유의 익살을 선보이기도 했다.
콘서트 하이라이트는 ‘신입생 환영회’다. 이문세는 “머리털 나고 공연장을 처음 오신 분”을 물은 후, 손을 든 관객들 중에 한명을 무대에 올려 ‘신입생 선서’ 등을 시켰다. 또 자신의 히트곡 중 하나인 ‘파랑새’를 부르게 한 후, 장학금으로 티켓 금액을 그대로 돌려줬다. 이 외에도 공연 전후로 찍은 관객 사진 중 재미있는 모습을 뽑아 다양한 선물을 제공했다. 이는 대형 공연장에서 공연과 비슷한 내용이지만, 무대로 올리거나 직접 소통한다는 측면에서 진일보한 내용이다.
공연은 이문세를 히트곡 중에 히트곡이라 불리는 ‘난 아직 모르잖아요’가 대미를 장식했다. 그러나 이문세는 이 노래를 부르지 않았다. 관객들에게 합창을 요구했고, 관객들은 이에 응했다. 시작은 이문세가 했지만, 끝은 관객이 마무리한 셈이다.
이문세는 600명 앞에서만 하는 공연을 18회에 걸쳐서 한다. 그때마다 그는 열정적으로 춤을 추고, 적극적으로 관객들과 교감할 것이다. “600명만 앉히고 콘서트를 하는 것은 모두 VIP로 모시고 싶었기 때문입니다”라는 이문세의 말은 이번 소극장 콘서트가 지향하는 바를 가장 잘 드러냈다.
‘2011 이문세 붉은 노을 콘서트’는 오는 24일까지 계속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유명준 기자 neocross@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