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경태 관장 “꼴찌면 어때요? 사하라 완주한 장애인은 저 뿐인데…”

송경태 관장 “꼴찌면 어때요? 사하라 완주한 장애인은 저 뿐인데…”

기사승인 2011-04-07 17:48:00
[쿠키 문화] “저는 시각장애인입니다. 장애가 있으면 게을러지고 나태해지기 쉽습니다. 그럼 주위 사람들에게 더 폐를 끼치게 되죠. 그래서 강한 정신력을 기르기 위해 달렸습니다. 중간에는 죽고 싶을 정도로 힘이 들죠. 그래도 결승선을 통과하면 신기하게도 중간에 힘들었던 모든 것이 한순간에 사라집니다. 그리고 ‘적어도 남들보다 앞서진 못하더라도 뒤처지진 않겠구나’하는 자신감을 얻게 되죠.”

최근 ‘신의 숨결 사하라’(공간루)를 펴낸 송경태(50) 전북시각장애인도서관장은 7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사막마라톤에 끊임없이 도전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송 관장은 스물한 살이던 1982년 7월 군복무 중 수류탄 사고로 두 눈을 잃었다. 여섯 달 동안 군병원에 누워있다 의병제대했는데 그에겐 남은 건 칠흑 같은 어둠뿐이었다. 한참을 절망에 빠졌지만 그는 스스로 이겨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일어섰다. 99년 미국을 도보로 횡단했고 2005년 9월 6박7일 동안 250㎞에 이르는 사하라사막을 마라톤 횡단했다.

책에는 송 관장이 사하라사막을 뛰어 건너며 극한의 고통을 경험하고 마음 속 깊은 곳에서 희망을 길어 올리는 내용들이 생생히 담겨 있다. 당시 대회에는 23개국 107명의 레이서가 참가했는데 송 관장이 77등을 했다. 함께 대회에 참가했던 한국 마라토너 중 김인백, 창용찬, 정혜경씨가 차례로 송 관장을 결승선까지 인도했다. 송 관장은 이들의 배낭에 매달린 끈 하나를 붙들고 캄캄하고 뜨겁게 타들어가는 사막을 건넜다.

“제가 꼴찌로 결승선을 통과했습니다. 30명은 중도포기하거나 정해진 시간 내 골인하지 못했어요. 꼴찌면 어떻습니까. 그래도 지금까지 사하라사막을 완주한 장애인은 제가 유일하다니 스스로 대견스럽기도 해요.”

사하라를 시작으로 송 관장은 세계에서 열리는 사막마라톤을 차례로 접수했다. 2007년 6월에는 중국 고비사막, 2008년 3월에는 칠레 아타카마사막을 뛰었다. 같은 해 12월에는 남극마라톤 도전에 성공하고 장애인으로는 세계 최초로 4대 극한 사막마라톤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거기서 만족하지 않았다. 그는 2009년 5월 남아공 나미부사막, 2010년 8월 중국 타클라마칸사막을 완주했고 올해 9월엔 호주 캥거루사막을 뛸 계획이다.

송 관장은 세계의 사막을 돌며 마라톤에 나서면서도 혈기왕성한 사회생활을 하고 있다. 2000년부터 전북시각장애인도서관장을 맡은 것도 부족해 2001년부터는 주간신문인 전북장애인신문을 발행해오고 있다. 2006∼2010년에는 전주시의원으로도 활약했다.

그는 “오지에서 마라톤에 나설 때마다 소처럼 우직하게 한 걸음씩 걷다보면 천리를 간다는 우보천리(牛步千里)라는 말을 되새기곤 한다”며 “책을 통해 계획했던 것을 시도하기 전에 포기하지 말고 꾸준히 시도하다보면 반드시 희망을 얻을 수 있다는 말을 건네고 싶었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
김상기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