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문화] 존폐 위기에 있던 삼일로창고극장(정대경 대표/이하 ‘창고극장’)이 태광그룹과 후원 협약식을 맺었다.
13일 서울 중구 명동 삼일로창고극장에서 열린 후원 협약식에는 연극계 인사, 중구청 관계자, 태광그룹 관계자들이 자리를 함께했다. 협약식은 축하공연, 창고극장 대표의 감사 인사, 참석자들의 축사 순으로 이뤄졌다.
먼저 연극배우 성병숙은 모노드라마 ‘발칙한 미망인’의 한 장면을 축하공연으로 선보인 뒤 후원 협약에 대한 남다른 감회를 전했다.
“전국 도처에서 연극을 다양하게 만들려 시도하고 있고, 많은 연출가와 배우들이 노력하고 있다. 이와 함께 우리 연극의 역사를 지켜내는 것도 중요하다. 창고극장이 처음 연극을 시작했을 때, 명동극장과 함께 여러 극단이 활발하게 활동했다. 그 뒤 대학로에 연극 문화가 생겨났다. 우리나라 연극의 시작을 알린 역사의 현장, 창고극장을 살려내려는 후원의 밤 행사 때 커다란 감동을 받았는데, 오늘 그 결실을 맺어서 기쁘다.”
창고극장 정 대표는 후원을 자청한 여러 기업 가운데 태광그룹을 선택한 이유를 설명했다. “태광그룹에서 연락이 와서 만났다. 여러 가지 말씀을 하셨는데 제가 감동 받은 부분은 영화관 ‘씨네큐브’를 태광그룹에서 지원한다는 사실이었다. 거기도 적자인데, 도움을 주고 있었다. (다른 기업에서) 여러 조건을 말했지만, 과감하게 (태광그룹의 제안을) 받아들였다”고 경과를 밝혔다.
이어 “창고극장은 소중한 극장이다. 개인의 극장이 아니고, 공익을 위한 극장이다. 그동안 저희 극장이 쌓아 온 좋은 연극을 이 자리에서 선보이며 잘 꾸려 나가겠다. 그것이 저희를 도와 주신 많은 분들과 태광그룹에 제가 할 도리라고 생각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협약식에 참석한 박계배 한국연극협회 이사장은 “오늘 연극계를 대표하는 분들이 다 모이셨다. 요즘 연극계가 힘든데, 가뭄에 단비 같은 소식을 들어서 기쁘다”면서 “여러분께는 손바닥만한 공간이 하찮게 보일 수 있지만, 그래도 이런 극장이 사회를 이끌고 시민들을 교육시킨다. 목소리를 내야 할 때, 웃음과 희망을 줘야 할 때, 그것을 해 주는 공간이 이 소극장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사회 일반에서는 그러 가치를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또 “작지만 커다란 가치를 생산해 내는 소극장을 태광그룹에서 주목해 준 것을 고맙게 생각한다. 존폐 위기를 극복한 창고극장은 신발끈을 동여매야 할 것”이라고 당부의 말을 덧붙였다.
창고극장은 5월 중 개보수를 마치면 뮤지컬 ‘결혼’을 올릴 예정이다. 정 대표는 “극장문을 닫으리라 예상됐던 2월까지만 공연 일정을 잡았다. 현재 부랴부랴 차기 작품을 준비하고 있다. 확정은 아니지만, 제가 박정자 선생님을 무대에 올리려 쫓아다니고 있다. 그런데 박 선생님이 지금 지방 공연 등 너무나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계시다. 그래서 우선은 ‘결혼’을 올리고 조금 더 상황을 봐야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태광그룹은 우선 6500만 원을 들여 개·보수에 착수할 예정이다. 이후 중구청에 지불해야 하는 이행강제금을 해결한 후 30개월 동안 500만 원씩 운영비를 지원한다. 태광그룹 측은 “창고극장에 필요한 기자재 등을 후원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번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창고극장이 홀로 설 수 있을 때까지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사실이다”라고 향후 지원 일정을 밝혔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유명준 기자 neocross@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