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Z 사람] ‘데뷔 60주년’ 윤복희 “또다른 음악의 맛을 알게 됐다”

[Ki-Z 사람] ‘데뷔 60주년’ 윤복희 “또다른 음악의 맛을 알게 됐다”

기사승인 2011-04-23 11:16:00

[쿠키 연예] 데뷔 60주년이다. 가수 겸 뮤지컬 배우 윤복희(65). 그녀가 30일부터 전국을 돌며 60주년 기념 콘서트를 개최한다. 전국을 돌면서 데뷔 환갑 무대를 갖겠다는 의욕을 보이고 있다. 이미 MBC ‘무릎팍 도사’에 출연, 솔직한 발언으로 화제를 모았다.

◇ 5살 때 첫 무대…한류 원조

윤복희는 다섯 살 때 첫 무대에 올랐다. 일본 도쿄대에서 성악을 전공한 후 귀국해 뮤지컬 악단을 꾸린 아버지(윤부길)의 ‘부길부길 쇼’ 무대였다. 윤복희는 이 무대에서 노래뿐만 아니라 창, 안무, 연기 등을 익혔다.

노래 잘하고 끼 많은 윤복희의 인생은 1962년 세계적인 재즈 뮤지션 루이 암스트롱을 만나면서 순식간에 바뀌었다. 당시 16살이었던 윤복희는 방한한 암스트롱 앞에서 그의 모창을 했고, 서울 광장동 워커힐 극장 개관 공연에서 함께 공연을 했다. 당시 미8군 무대에서 암스트롱 흉내로 인기를 끌던 때였다.

그런 윤복희가 또 한번 자신의 이름을 사람들에게 알리게 된다. 1964년 영국 BBC 방송의 ‘투나잇 쇼’에 출연한 것이다. 절망적인 상황이 오히려 윤복희를 한 단계 더 높이 올려놓았던 것이다.

윤복희는 1963년 필리핀 마닐라에 공연을 갔다가 사기를 당했다. 현지에서 여비를 마련하기 위해 4인조 걸 그룹 ‘코리언 키튼스’를 결성했다. 주로 동남아에서 활동했는데, 필리핀에 여행 왔던 영국인 매니저 찰스 메이더의 눈에 띄어 영국으로 넘어갔다.

BBC ‘투나잇 쇼’에 출연한 윤복희는 아리랑도 부르고 재즈도 부르고 비틀스의 노래도 소화해냈다. 다음날 영국 신문 데일리 1면에 ‘코리언 키튼스’의 사진이 비틀스의 사진과 나란히 올랐다. 이듬해인 1965년에는 미국 라스베이거스로 진출하게 됐고, 1966년에는 봅 호프와 함께 베트남전 미군 위문 공연을 갔다.

주로 외국에서 활동하던 윤복희는 1967년 귀국했다. 귀국 후 그녀는 국내에 처음으로 ‘미니스커트’ 바람을 몰고 왔고, 당시 여성들의 패션 아이콘으로 급부상했다.

◇ 윤복희, 사랑과 아픔

윤복희는 그동안 “미니스커트를 입고 귀국한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몇 번이나 강조했다. 새벽 2시에 김포공항에 도착했는데, 추운 겨울이라 털 코트에 장화를 신고 있었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비행기에서 내리는 사진이 진짜라 믿을 정도로 윤복희의 행적은 파격이었다.

미니스커트에 대해서 윤복희는 한 인터뷰를 통해 “당시 미니스커트는 애인(첫 남편인 가수 유주용)에게 예쁘게 보이려고 입었다. 해외 활동으로 4년을 떨어져 있다가 겨우 2주 휴가 받아 왔는데 내 마음이 어떻겠나. 한 남자를 위한 사랑의 도발이었는데 그게 한국 전체 사회에 커다란 파장을 일으켰다”고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윤복희는 1968년 유주용과 결혼하지만 4년 뒤 이혼했다. 그리고 1977년 남진과 결혼하고 바로 헤어졌다.

윤복희와 이들의 사랑은 당시 화제였다. 유주용은 독일계 혼혈 가수로 김소월의 시를 노래로 만든 ‘부모’를 크게 히트시키는 당대 인기 가수 중 한명이었다. 남진은 당시 ‘한국의 엘비스 프레슬리’라 불린 최고의 톱스타였다.

윤복희는 이에 대해 ‘무릎팍도사’에서 “한국에서 공연을 마치고 미국으로 돌아간 날 남편이 남진과 나의 스캔들 기사가 난 신문을 건넸다”며 “남편 밖에 사랑하지 않는데 남편은 사랑에 대한 믿음이 나약해진 것 같았다”고 회상했다. 그는 “스캔들에 신경 쓰기 시작하면서 남편이 너무 예민해져 홧김에 이혼을 했다”고 밝혔다. 윤복희는 “첫 번째 남편 보라고 일부러 남진과 결혼했다. 일부러 남진이 내게 고백한 순진성을 이용했다. 나는 나쁜 여자였다. 그분께 미안했다”고 고백했다.

윤복희는 인터뷰 등에서 사생활에 대한 언급을 꺼린다. 당사자들이 아직 있고, 그들의 자식이 다 컸는데 새삼 과거를 거론하는 것이 불편하다는 것이다.

◇ “난 가수 아니다”

데뷔 60주년 전국 투어 콘서트를 준비하고 있는 윤복희지만 정작 자신은 가수가 아니라고 말했다. 지난 2001년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윤복희는 “음반이 하나도 없는 내가 50년 간 가수 대접을 받아서 다른 가수들에게 미안할 정도로 고맙게 여긴다”고 말할 정도다.

실제 윤복희는 데뷔 50주년 결산 음반이 나오기 전까지 공식 음반을 내지 않았다. 데뷔곡으로 알려진 ‘웃는 얼굴 다정해도’도 MBC 라이브 무대에서 부른 걸 누군가가 LP판으로 녹음해 발매했다. 1979년 히트곡 ‘여러분’은 서울국제가요제에서 대상을 받으면서 유명해졌다.

대신 윤복희는 뮤지컬 배우라고 설명했다. 1977년 ‘빠담 빠담 빠담’ 이후 ‘피터 팬’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등 80여 편의 뮤지컬에 출연했다. 뮤지컬 계의 대모인 셈이다. 윤복희의 어린 시절과 무관치 않은 행보다. 첫 무대가 아버지가 만든 국내 최초의 뮤지컬 공연이었다. 스스로도 뮤지컬을 토털 아트라 부르며 뮤지컬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스스로 가수가 아니라고는 하지만 그는 분명 가수다. 60년이 지난 이제 전국을 돌며 증명할 예정이다. 지난 22일 서울 태평로1가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데뷔 60주년이 된 현재의 자신을 자랑스러워했다.

“‘여러분’이라는 노래를 30년 넘게 불렀는데, 노래의 발성과 호흡을 제가 만들어 놓고도 한 10년 됐을 때 노래의 맛이 느껴졌어요. 최근 들어서 노래가 또 다르게 느껴지면서 조금씩 음악의 맛을 알게 됐습니다. 부족하지만 조금 더 표현하고 싶은 것을 알게 된 지금이 바로 제 전성기가 아닐까요.”

국민일보 쿠키뉴스 유명준 기자 neocross@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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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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