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Z issue] 마이크 내려놓은 김미화, ‘자진하차’ VS ‘퇴출’

[Ki-Z issue] 마이크 내려놓은 김미화, ‘자진하차’ VS ‘퇴출’

기사승인 2011-05-01 10:19:00

[쿠키 연예] 방송인 김미화가 MBC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 진행을 접었다. 표면적으로는 자진하차지만 내부적으로는 외압에 의한 퇴출이라는 이야기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김미화는 ‘블랙리스트’ 발언을 터뜨렸던 것과 마찬가지로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 하차 소식을 트위터를 통해 밝혔다. 지난 25일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을 사랑해 주신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오늘부로 MBC 시사 진행을 접으려 한다. 제 스스로 결단을 내려야 할 상황이라 판단했다. 마지막 인사를 이렇게 서둘러 드리게 될 줄 몰랐다”며 급작스럽게 하차하게 된 것에 대해 아쉬움을 드러냈다.

김미화와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은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였다. 개그우먼 출신으로서 8년이라는 긴 시간을 부침 없이 이끌어온 데다 쉽고 편안한 진행으로 ‘딱딱한 시사’ 이미지를 깨는데 크게 기여했다. 김미화가 마이크를 잡은 뒤로 광고 판매율이 100%를 넘어섰다. 동시간대 청취율 1위는 물론이거니와 라디오 전체 청취율에서 6위를 기록했을 정도로 선전했다.

고정 청취자도 크게 늘어남에 따라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은 MBC의 간판 라디오 프로그램이 됐다. 김미화도 프로그램에 대한 애착이 대단했다. 매일 오전 각종 신문을 읽고, 시사·교양지를 들춰가며 시사 프로그램 진행자다운 교양을 쌓았다. 그렇게 완성된 시간이 강산도 변한다는 세월을 목전에 둔 8년이었다.

그렇다면 김미화는 왜 자진하차를 결정했을까. 김미화의 교체설은 MBC 김재철 사장 취임 이후 들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난달 말부터 MBC 출신 아나운서이자 방송인인 백지연이 후임으로 내정됐다는 소문이 들리면서 “김미화의 하차 수순이 진행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돌았다.

MBC 노조는 26일 “형식은 자진하차이지만 그간의 과정을 보면 압력에 의한 하차임을 누구나 알 수 있다”며 자진하차를 빙자한 외압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후임자로 결정된 게 없다고 말하면서 교체 작업을 비밀리에 진행해 왔다”며 “자율성을 무시한 밀실개편이자 경쟁력도 브랜드 가치도 내팽개친 부실·외압 개편”이라고 덧붙였다.

다른 방송 관계자도 “김미화가 프로그램에 대해 대단한 애착을 보였다. 누구보다 떠나길 싫어했다. 하지만 후임 진행자를 찾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남아있을 사람이 누가 있겠냐”며 외압이라는 주장에 힘을 실었다.

김미화가 외압에 의해 마이크를 내려놓게 됐다는 것에 대해 MBC 라디오국 관계자는 “회사 측에서는 진행자 교체에 대해 말한 적이 없다. 김미화가 스스로 프로그램에서 떠날 의사를 밝힌 것”이라며 부인했다.

이 주장대로라면 ‘광고 완판’ ‘청취율 1위’라는 훈장을 달았던 김미화에게 MBC가 브레이크를 건 이유는 무엇일까. 관계자들은 김미화의 교체 배경에 대해 ‘블랙리스트’ 발언으로 신뢰도를 잃은 게 주효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김미화는 지난해 7월 자신의 트위터에 “KBS에 (출연자 규제 명단을 의미하는) 블랙리스트가 있는지 알아봐 달라”고 글을 남기면서 파문을 몰고 왔다. 이후 KBS와 오랜 대립을 펼쳤고, 극적으로 합의하면서 일단락됐지만, 시사 프로그램 진행자로서 신중치 못했다는 비난에 휩싸였다.

MBC노조에 따르면 이우용 라디오본부장 이하 관계자들이 “KBS 블랙리스트 사건 당시 김미화의 신뢰도에 문제가 생겼다”며 교체 배경을 언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미화는 외압과 관련해 입을 열지 않고 있다. 다만 그의 남편이자 성균관대 교수인 윤승호 씨가 26일 블로그를 통해 남긴 글에 눈길이 간다. 그는 “지난해 저희 부부는 KBS 블랙리스트 사건과 관련해 수사기관 심지어 변호인단조차도 권력과 금력에 의해 우리의 상식적·보편타당한 가치판단을 져버리는 상황을 겪어왔다”며 “모든 법적 절차가 종료된 이 시점에서 또 다시 꼬리를 물고 시사 진행자리 몰아내기를 감행했다”며 하차 원인이 블랙리스트가 몰고 온 파국임을 연관시켰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은주 기자 kime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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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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