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납치범이라고?”…어느 택시기사의 기막힌 사연

“내가 납치범이라고?”…어느 택시기사의 기막힌 사연

기사승인 2011-05-19 14:19:00
[쿠키 사회] 택시기사 신모씨에게 18일은 악몽과 같았다. 하루 종일 택시를 몰고 밤늦게 귀가한 신씨는 인터넷을 켜자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다. 하루 종일 파렴치한 ‘납치범’으로 몰렸기 때문이다.

트위터엔 ‘납치범’ 신씨의 납치행적이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신씨가 백주 대낮에 손님 3명을 태운 채 차 문을 걸어 잠갔다는 것. 납치 글을 처음 올린 트위터리안은 신씨의 차번호와 실명까지 공개하며 “1차선에서 문 열고 도망쳤다”고 주장했다. 이 트위터리안은 “다른 택시 탈 때까지 택시기사가 따라왔다”며 “길도 완전 반대 길로 가더라”고 덧붙였다.

이 글은 삽시간에 퍼졌다. 다른 사람의 트위터를 그대로 다시 올리는 리트윗(RT) 횟수는 2000번이 넘었다. 리트윗이 될 때마다 네티즌들은 분노의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 그렇게 신씨는 ‘완벽한’ 납치범이 됐다.

그러나 뒤늦게 트위터 글을 확인한 신씨는 억울함을 호소하는 글을 올렸다. 그는 당시 상황을 차분하게 설명하면서 “제멋대로 납치니, 길을 반대로 운행하였다느니라는 글에 대해 억울해 이 글을 올리게 됐다”고 말문을 열었다.

신씨는 “손님 3명 태우고 1차선에 진입해 ‘왜 앞에 타지 않았냐, 앞에 서있는 택시를 먼저 타야 한다’고 말하니 ‘가까운 거리라 태우기 싫은 것이냐’며 갑자기 내리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1차선에서 승객이 내리다가 사고가 나면 운전사의 책임이어서 내리지 못하게 문을 잠그게 됐다”고 주장했다.

신씨는 또한 반대 방향의 길로 갔다는 주장에 “승객이 어떤 길로 갈지 말하지 않아서 평소 가던 길로 가려고 했던 것”이라며 “영수증을 끊어 실험해보니 승객이 나중에 말한 길과 원래 가려던 길 모두 5.1㎞로 똑같았다”고 반박했다.

신씨의 글이 트위터에 올라오자 네티즌들의 반응도 변하기 시작했다. 특히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리트윗해 억울한 피해자를 만든 것에 대한 반성의 목소리가 높았다.

트위터리안 @Hok*******는 “무분별한 알티의 피해는 누가 책임지는 겁니까? 확인 되지 않은 정보의 알티는 자제합시다”라고 말했다. 트위터리안 @kis******도 “사실이면 경찰에 신고했겠지”라며 “무분별한 알티(리트윗)도 가해자와 다름 없다”고 주장했다.

트위터리안 @min*****은 “어제 택시승객의 납치맨션 RT가 무려 2천개가 넘었다”며 “택시기사의 해명 글도 그만큼 (리트윗) 해줘야 균형이 맞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신씨가 납치범이라고 주장한 글을 올린 네티즌의 트위터 계정은 현재 삭제된 상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진삼열 기자 samuel@kmib.co.kr
진삼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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