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영화] 세계 3대 영화제인 칸국제영화제, 베를린국제영화제, 베니스국제영화제 수상에 빛나는 김기덕 감독이 3년 만에 영화 ‘풍산개’(감독 전재홍·제작 김기덕 필름)의 제작자로 돌아왔다.

오는 23일 개봉을 앞둔 ‘풍산개’는 배우 윤계상과 김규리가 출연료 없이 참여해 주목받은 작품으로 남북 분단의 아픔과 사랑을 그린 영화다. 비록 연출은 아니지만 시나리오 작업과 제작을 맡으면서 ‘김기덕 감독 최초의 코미디 영화’로도 기대감을 키워 왔다.

김 감독은 8일 서면 인터뷰 형식의 메일을 통해 우여곡절 끝에 세상에 내놓을 수 있었던 ‘풍산개’에 관한 감회를 전해 왔다. “나를 일으킬 작품”이라고 표현하며 깊은 애정을 드러낸 바 있는 영화에 대한 김 감독의 솔직한 생각과 허심탄회한 소회를 1문1답 형식으로 소개한다.

-영화 ‘풍산개’는 어떤 작품이며 어떻게 제작하게 됐는가.

▲분단 60년이 넘어서고, 남북 이산가족들이 한 달에 200명씩 가족을 만나지 못한 채 한을 가지고 운명을 달리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여전히 남북은 서로 정치적인 싸움으로 이산가족들의 아픔을 외면하고 있고, 현재 남북은 통일에 대한 소리만 있고 실천이 없습니다. ‘풍산개’는 60년 남북의 역사적인 이미지와 이야기로서, 앞으로도 계속 암울할 수밖에 없는 남북의 미래에 대한 경고입니다. 남북은 언제까지 이렇게 세계열강들의 틈에서 이용당하고 소모적인 싸움을 계속 할 것인가. ‘풍산개’는 지혜로운 한반도 토종개를 상징으로 내세워, 이제 남북은 각자 스스로 총을 내려놓고 분단의 철조망을 거두고 더 이상 이산가족의 한을 만들지 말고 지혜로운 통일을 기원하기 위해 기도하는 마음으로 만든 영화입니다.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는 한 평화 통일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다 잊고, 덮고, 서로를 진심으로 이해하며 한국이 가진 장점과 북한 가진 정점을 서로 발전시켜 세계 속에 떳떳하게 공존하는 방법을 찾아야만 합니다. 총알을 무릅쓰고 ‘풍산개’가 넘나드는 비무장 지대에 자연 생태 공원이 만들어져서 남북의 동족들이 함께 하는 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남과 북을 오가는 정체불명의 배달부라는 소재가 매우 독특하다. 어디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며 실제로도 가능하다고 생각하는가.

▲수년 전부터 이 캐릭터에 대해 고민했습니다. 처음에는 두만강을 넘어 중국을 오가는 인물로 설정했는데 작년에 시나리오를 쓰면서 통일이라는 주제에 대한 상징적인 인물로 설정하기로 했고, 두 번째는 현재 남북의 긴장 상태로 볼 때 불가능 할 수도 있지만 가능할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캐릭터를 만들었습니다. 머지않아 중국의 국경처럼 남북이 정치적으로 분명하지 못한, 경제와 군사적으로 모호한 이상한 통일로 방향이 잡혀 혼란스러운 시기가 온다면 분명히 영화 ‘풍산개’와 비슷하게 남북을 오가는 밀수꾼과 브로커들이 생길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영화 ‘풍산개’에 등장해 남북을 오가는 캐릭터는 단순히 이산가족 편지를 전해주고 사람을 빼오는 인물이라기보다, 60년 분단의 한 맺힌 유령 같은 존재이며 상징이고 또한 통일을 열망하는 많은 남북의 사람들의 마음이라는 생각으로 만든 캐릭터로, 그가 남한 사람이거나 북한 사람이냐는 중요하지 않고 우리 남북 평화통일에 대한 모든 이의 기도라고 생각합니다.

-이 작품의 연출을 전재홍 감독에게 맡기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 ‘아름답다’ 이후 영화에 대한 열망으로 가득 찬 한 감독의 의지가 지금 현재 한국 영화의 제작 환경에서 서서히 불가능해지고, 전재홍 감독 역시 ‘아름답다’ 이후 3년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태였습니다. ‘풍산개’는 작년에 제작 준비를 했고 잘 알려진 좋은 배우가 참여하려고 했는데, 제가 연출을 안하고 신인감독이 하는 것 때문에 중단되었다가, 작년 말 전재홍 감독에게 시나리오를 보여주었고 전감독이 하겠다고 해서 시작했습니다. 그 후 우여곡절 끝에, 배우 윤계상과 김규리씨가 시나리오를 보고 노 개런티로 참여하겠다고 해서 제작할 수 있었습니다. ‘영화는 영화다’도 시나리오를 본 소지섭씨와 강지환씨가 오히려 1억씩 제작비를 대고 한 것처럼, 정말 윤계상씨와 김규리씨가 기적처럼 함께 했고 두 배우 모두 훌륭했다고 생각합니다. 윤계상씨의 그 열정은 정말 감동했고 김규리씨의 북한 말은 정말 놀랐습니다. 그러나 한편 ‘영화는 영화다’ 소지섭씨와 강지환씨와 스태프들의 헌신적인 참여에도 불구하고, 극장 부금이 사기를 당하여 아직 그들의 노력의 지분을 주지 못해 정말 미안합니다. 하루빨리 법적으로 해결되어 그 수익금이 그들의 노력한 가치로 돌아가길 바랍니다. ‘풍산개’ 역시 헌신적인 배우와 스태프들의 피와 땀의 영화입니다. 꼭 이익이 나길 바라며 진정한 영화인들인 그들이 그 진정한 가치를 존중 받기를 기도합니다.

- ‘풍산개’를 연출한 전재홍 감독이, 조감독 출신인 감독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순수하고 깨끗합니다. 그는 2005년 영화를 배우기 위해 자신의 단편을 들고 칸에 있는 저를 찾아왔고, 바로 외국 생활을 접고 한국으로 와 바로 연출부를 했습니다. 유럽과 미국에 오래 살아 한국 영화계에 적응은 다소 어려웠지만, 분명히 자신만의 색깔이 있고 혼자 작업한 단편 영화 ‘물고기’가 베니스 영화제에 출품 되었고, ‘아름답다’도 베를린 영화제에 파노라마에 출품되었고. 후쿠오카 아시아 영화제에서 그랑프리도 탔습니다. 그럼에도 국내 흥행에 부진했기 때문에 그를 기억하는 사람이 적습니다. 그러나 그는 이번 ‘풍산개’로 자신의 가치를 분명히 드러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직 한국 영화 현장은 신인감독에 대한 배려가 조금 아쉽고, 전재홍 감독도 그 고통 속에 굉장히 외로운 작업을 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모두 그에게 약이 되어 고스란히 전재홍 감독의 발전이 될 거라 믿습니다. 그리고 현재 저를 마지막으로 지켜주는 사람입니다. 아마 전재홍 감독이 없었다면 저는 일어서지 못했을 것입니다.

- ‘풍산개’는 김기덕 감독님에게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 작품인가

▲저는 15년 동안 19편의 영화를 감독하고 각본과 제작을 맡아 왔습니다. 그 동안 무수히 한국 영화계의 모순을 보았고, 말도 안 되는 일을 겪었습니다. 영화판도 사람 사는 세상인데, 저는 좀 더 순수하게 본 것 같습니다. 이제 한국영화계는 그냥 도박판 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한국 영화는 더 이상 새로운 영화가 과연 나올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풍산개’는 자본과 시스템을 대체할 첫 영화입니다. 저는 영화인의 열정과 영화의 주제, 그리고 진정한 영화의 가치를 통해 벽을 넘어설 것입니다. 열정으로 만든 영화 ‘풍산개’가 거대한 제작비를 투자한 영화를 넘어서는 힘을 발휘하는 것입니다. ‘풍산개’ 는 그 첫 단추입니다. ‘풍산개’는 폭약도 충분히 터트릴 수 없었고 세트를 마음껏 지을 수 없었고 흥행 배우도 없지만, 영화의 강한 주제를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재미를 담았다고 생각합니다. 통일을 바라는 대한민국 사람들은 모두 ‘풍산개’를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아직 한국에 한국 영화의 미래에 희망을 가진 관객들이 있다면, 제 꿈도 이루어질 것입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한지윤 기자 poodel@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