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사보다 강렬한 음악의 힘…음악영화 ‘플레이’

대사보다 강렬한 음악의 힘…음악영화 ‘플레이’

기사승인 2011-06-12 09:18:00

[쿠키 영화] ‘원스’ ‘어거스트 러시’ 이후 음악영화에 목말라 있던 팬들에게 희소식이 찾아왔다. 그것도 좀 더 친숙하게 즐길 수 있는 한국영화라서 더욱 반갑다. 남성 3인조 그룹 메이트의 이야기를 담은 음악영화 ‘플레이’(감독 남다정‧제작 잉크스팟)가 오는 23일 관객을 찾는다.

‘플레이’는 메이트의 결성부터 첫 무대까지의 과정을 그린 영화다. 특히 지난 2009년 영화 ‘원스’의 주인공 스웰시즌이 내한했을 때 일어난 특별한 에피소드도 영화에 담겼다. 당시 스웰시즌의 공연이 있던 서울 세종로 세종문화회관 로비에서 버스킹 공연(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관객이 있는 곳에서 하는 공연)을 하던 메이트는 이를 본 멤버 글렌 한사드의 즉흥 제안으로 스웰시즌의 무대에 게스트로 서게 된다. 예고 없이 등장한 메이트가 노래 ‘그리워’로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이야기는 짜릿한 쾌감을 준다.

메이트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인만큼 3명의 멤버들이 직접 영화에 출연했다. 일상을 그대로 담아내는 다큐멘터리가 아니라 현실과 픽션을 오가는 형식이기에 멤버들의 연기 도전도 수반됐다. 전문배우가 아니라 연기력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지만 자신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영화에 멤버들이 직접 나선 것은 진실성을 높이는 선택이 됐다.

멤버 정준일은 “음악 하는 사람이 영화를 찍는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이더라”고 연기 도전의 어려움을 전한 뒤 “음악을 담을 수 있다는 것에 목적을 두고 작업했다. 이 작품이 나의 영화 데뷔작이자 은퇴작이 될 것”이라며 연기 영역에 대해 선을 그었다.

또 “다시 영화를 하지 않겠다는 것은 나의 외모와도 관련 있다. 예상은 했지만 영화 속에 정말 못생기게 나왔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메이트가 스스로 뽑은 연기를 가장 잘한 멤버는 누구일까. 정준일과 이현재는 입을 모아 임헌일이라고 답했다. 정준일은 “헌일 씨는 촬영 전에 준비도 많이 했고 늘 열정을 다해 임했다. 옆에서 지켜보면서 ‘저 열정으로 음악을 했으면 성공했겠다’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며 웃어 보였다.

이현재 역시 “헌일 형은 자기가 모르는 분야가 있으면 정말 열심히 한다. 그 모습을 보고 자극받아 나도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털어놨다.

첫 영화 제안을 받은 순간을 떠올리며 이현재는 “처음에는 우리 같은 신인 밴드로 할 이야기가 뭐가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다”고 솔직하게 고백했다.

이어 “처음과 달리 감독님과 1년 동안 만나 인터뷰를 진행하며 우리의 소소한 이야기들이 영화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처음 완성된 시나리오를 봤을 때는 우리의 이야기가 아닌 것 같아 작업을 포기하려고도 했지만, 몇 차례 수정 과정을 거치며 이야기가 완성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영화의 모든 것이 사실은 아니다”라고 말하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영화를 100% 우리 이야기라고는 할 수 없다. 60% 정도만 우리 이야기고 나머지는 픽션이다. 우리 이야기가 모두 공개되면 창피할 뻔했는데 60%만 공개돼 다행이다.”

마지막으로 남다정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누구나에게 있는) 서투르지만 풋풋했던 시절을 조금이나마 회상했으면 한다”고 희망했다.

이 영화는 느리고 여백이 많다. 극적 요소도 없고 긴장감도 없다. 하지만 머뭇거리는 진심과 빛을 만나지 못한 오래된 꿈을 긍정하는 이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전한다. 무엇보다 메이트가 직접 작사 작곡한 곡들은 열 마디의 대사보다 더 강렬한 울림을 선사한다. 메이트 외에도 신예 배우 정은채, 수예가 출연했으며 스윗소로우와 모그가 우정출연 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한지윤 기자 poodel@kukimedia.co.kr
한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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