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영화] 2011년 상반기 최고의 흥행 성적을 기록한 영화는 무엇일까? 바로 강형철 감독의 두 번째 영화 ‘써니’(제작 토일렛픽쳐스‧알로하픽쳐스)이다.
강형철 감독은 2008년 작 ‘과속 스캔들’로 828만 명의 관객을 모으며 화려하게 데뷔했다. 첫 작품의 흥행으로 두 번째 작품에 대한 부담이 컸을 텐데도 그에게 소포모어 징크스는 없었다. 소포모어 징크스는 성공적 첫 작품에 비해 두 번째 작품이 부진한 경우를 말한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스크린 가입률 99%)에 따르면 5월 4일 개봉한 ‘써니’는 6월 18일 현재 관객 499만 2598명을 기록하며 상반기 흥행 1위에 등극해 있다. 집계되지 않은 1%까지 추산하면 이미 500만 명을 돌파한 셈이고 개봉 7주차를 맞이한 지금도 극장가 흥행 3위에 올라 있는 저력에 비춰볼 때 최종 기록은 조금 더 지켜봐야 할 듯하다.
써니는 일명 칠공주파로 불리는 교내 모임의 이름이다. 서클 이름을 그대로 쓴 영화 ‘써니’는 7명의 여고 동창이 25년이 지난 뒤 다시 만나 겪는 이야기를 그린다. 성인 역에 유호정, 진희경, 고수희 등이 출연해 안정된 연기를 보여 주며 여고생 역은 심은경, 강소라, 민효린 등이 맡아 뛰어난 연기력으로 관객을 울리고 웃긴다. 특별히 눈에 띄는 인기스타가 출연하지 않았음에도 강형철 감독의 치밀한 연출력과 배우들의 진정성 있는 연기가 관객을 극장가로 불러들이고 있다.
이에 더해 ‘세시봉 친구들’로 시작된 복고 열풍에 힘을 불어 넣으며 1980년대의 히트곡 ‘빙글빙글’ ‘써니’(Sunny) 등을 다시 유행시키는 저력을 발휘하고 있다. ‘캐리비안의 해적: 낯선 조류’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 ‘쿵푸 팬더2’ 와 같은 할리우드 대작과의 경쟁에서도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켜 낸 ‘한국영화의 자존심’이라는 점에서 더욱 값진 흥행이다.
‘써니’의 뒤를 이은 영화도 한국영화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이다. 김명민, 오달수, 한지민이 주연한 이 영화는 479만 5460명의 관객 수를 기록하며 상반기 흥해 2위를 차지했다. 셜록 홈즈와 존 왓슨을 보는 듯, 죽이 척척 맞는 김명민 오달수 콤비가 주는 쫀득쫀득한 말맛이 영화에 재미를 더한다. 거의 대역 없이 빠른 템포의 액션을 소화해 낸 김명민, 데뷔 이후 최초로 농염함을 발산한 한지민의 활약이 티켓 파워에 일익을 담당했다.
이어 형보다 나은 아우가 있음을 보여 주듯 전편보다 재미있다는 평가 속에 흥행몰이 중인 ‘쿵푸 팬더2’(423만 4415명)와 ‘캐리비안의 해적: 낯선 조류’(308만 3907명)가 나란히 3,4위를 차지했다. 5위는 다시 한국영화다. 전라도와 경상도의 지역감정을 로맨틱 코미디로 풀어낸 ‘위험한 상견례’(259만 7873명)는 이시영의 천연덕스러운 코미디 연기, 기대를 저버리지 않은 송새벽의 전라도 사투리가 상반기 흥행 5위를 견인했다.
상반기 영화계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지난해보다 ‘착해졌다’는 사실이다. 전년에는 ‘악마를 보았다’ ‘아저씨’와 같이 칼로 찌르고 자르는 핏빛 영화, 소위 ‘정육점 스릴러’로 불리는 영화들이 인기를 얻었다. 하지만 올해는 감동적 이야기가 대중의 관심을 받았다. 지난해 말 개봉해 해를 넘기며 장기 흥행한 ‘헬로우 고스트’와 1,2월에 개봉해 새해의 ‘착한’ 출발을 알린 ‘글러브’와 ‘그대를 사랑합니다’ 등이 그렇다.
특히 강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그대를 사랑합니다’(감독 추창민‧제작 세인트 폴 시네마)는 개봉 초반 부진한 성적을 기록했으나 기대 이상으로 재미있고 감동적이라는 입소문을 타고 뒷심을 발휘했다. 선남선녀의 사랑도 진부한 판에 노년기의 사랑은 더욱 지루할 것이라는 편견을 완벽히 깨며 ‘노년기의 삶’과 ‘착한 영화’의 성공을 보여 줬다. 관객 164만 6506명의 사랑 속에 상반기 흥행 14위에 올랐다.
올 하반기에도 많은 기대작들이 대기 중이다. 본격적으로 여름이 시작되는 만큼 ‘고양이: 죽음을 보는 두 개의 눈’ ‘기생령’ ‘미확인 동영상’ 등이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또 제작비 100억 원대의 대작 ‘고지전’과 ‘퀵’ ‘7광구’가 기대감을 높인다.
스포츠를 소재로 한 영화들도 대거 몰려온다. ‘투혼’(프로야구‧김주혁 김선아 주연), ‘페이스 메이커’(마라톤‧김명민 안성기 아라 주연), ‘코리아’(탁구‧하지원 배두나 주연), ‘챔프’(경마‧유오성 차태현 주연)는 탄탄한 연기와 역동성 있는 영상을 약속하며 관객의 흥미를 돋운다.
김하늘의 ‘블라인드’, 박해일의 ‘최종병기 활’, 엄태웅의 ‘특수본’도 기대작이다. ‘가문의 영광’ 시리즈 4편 ‘가문의 수난’도 개봉 대기 중이다. 또 장동건을 주연으로 내세운 강제규 감독의 할리우드 진출작 ‘마이웨이’, 이름만으로도 영화를 보고 싶게 만드는 최동훈 감독의 ‘도둑들’이 대미를 장식할 것으로 기대된다.
풍성한 식탁이 기다리고 있는 2011년 하반기 극장가, 그들을 웃게 하거나 울게 할 힘은 관객에게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한지윤 기자 poodel@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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