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 프로그램 다 망해도 ‘개콘’이 살아남은 이유

개그 프로그램 다 망해도 ‘개콘’이 살아남은 이유

기사승인 2011-07-08 08:23:00

[쿠키 연예] 지난 1999년 7월 파일럿 프로그램 ‘일요일 밤의 열기’로 시작한 ‘개그 콘서트’가 12년간 꾸준한 사랑을 받아오며 지난 3일 600회를 맞았다.

시청률 조사기관 AGB닐슨미디어리서치에 따르면 이날 방송된 ‘개그 콘서트’는 전국 시청률 기준 17.7%를 기록했다. 최근 예능 버라이어티 프로그램과 오디션 프로그램이 강세를 이루는 속에서도 꿋꿋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셈이다. 또 지상파 3사 중 유일하게 존재하는 개그 프로그램이라서 의미가 더욱 깊다.

한때 개그 프로그램은 방송 3사를 장악하며 전성기를 누렸다. KBS ‘개그 콘서트’를 비롯해 SBS ‘웃찾사’, MBC ‘개그야’ ‘하땅사’ 등 각 방송사마다 개그 프로그램을 내세워 시청률 경쟁에 나섰다. 하지만 어느 순간 저조한 시청률을 이유로 하나둘씩 폐지되더니 결국 ‘개그 콘서트’만 남아 이름을 이어가고 있다.

‘개그 콘서트’가 유일하게 살아남을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개그맨 김병만은 그 이유를 ‘원년 멤버들의 덕’으로 돌렸다. “원년 멤버들이 ‘개그 콘서트’를 등져 나가지 않고 지켜 줬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김준호, 김대희 씨 등이 존재해 줌으로써 후배들에게 ‘개그 콘서트’의 시스템이 전수될 수 있었다. 이들이 끝까지 후배들을 끌어 주고 가르쳐 주면서 존재해 준 게 살아남은 이유다.”

특정한 코너를 밀어 주지 않고 각각의 코너가 인기를 얻고 있는 것도 막강한 경쟁력의 원인이다. 특정 개그맨 한두 명이 빠져도 흔들리지 않는다는 얘기다. 현재 ‘개그 콘서트’는 ‘달인’ ‘두 분 토론’ ‘발레리NO’ ‘그땐 그랬지’ ‘생활의 발견’ 등 다양한 코너들이 골고루 인기를 얻고 있다.

여러 코너들이 큰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치열한 경쟁’에 있다. ‘개그 콘서트’는 잦은 회의와 모니터를 통해 냉정한 평가를 한다. 평가에서 수명을 다했다고 판단된 코너는 아직 인기가 있어도 재미가 없어지기 전에 새 코너로 교체된다. 같은 이유로 오랜 시간 사랑받아 온 ‘봉숭아 학당’이 잠정적 휴식에 들어갔다. 이 코너는 지난 2006년 폐지됐다가 2008년 부활해 왕비호(윤형빈), 봉써니(신봉선), 복학생(유세윤) 등의 캐릭터를 만들어 냈다.

연출을 맡고 있는 서수민 PD는 “그동안 나왔던 것처럼 강렬한 캐릭터들이 계속 등장하려면 방학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강렬한 캐릭터가 나올 때 ‘봉숭아 학당’은 다시 문을 열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개그 콘서트’가 늘 승승장구했던 것은 아니다. 위기도 있었다. 지난 2000년 ‘개그 콘서트’가 인기를 얻자 토요일 저녁 시간대로 편성을 옮겼다. 하지만 당시 큰 인기를 얻으며 방송 중이던 MBC ‘목표달성 토요일-god의 육아일기’에 처참히 패했다. 시청률은 반 토막이 났고 다시 원래 편성 시간대인 일요일 오후 시간으로 되돌려졌다.

이뿐 아니다. 지난 2002년 ‘개그 콘서트’의 멤버였던 심현섭, 김준호, 박성호 등이 경쟁 프로그램이었던 SBS ‘웃찾사’로 떠났다. 휘청할 뻔 했지만 박준형 등 많은 개그맨들이 ‘개그 콘서트’를 지키고 영향력을 발휘해 위기의 상황을 모면했다. 박준형 정종철 등이 MBC가 신설하는 ‘하땅사’로 옮겨 가고도 ‘개그 콘서트’는 꿋꿋이 인기를 유지했다.

앞으로도 계속 인기를 이어가려면 어떠한 요소가 가장 중요할까. ‘개그 콘서트’ 출연진들은 “실력 있는 후배양성”을 최우선으로 꼽았다. 많은 원석들이 투입돼 선배들과의 호흡 속에 다듬어져 ‘개그 콘서트’의 명맥을 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더불어 개그맨들의 끝없는 아이디어 개발과 노력, 열정이 무엇보다 밑바탕 돼야 한다. 여기에 안정적 제작 여건과 대중의 애정 어린 시선이 더해진다면 개그맨도 즐겁고 시청자도 즐거운 개그 프로그램의 호황기가 다시 찾아올 것이다.

사진=‘도움상회’(위)와 ‘발레리NO’ 코너의 한 장면. KBS 제공.

국민일보 쿠키뉴스 한지윤 기자 poodel@kukimedia.co.kr
한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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