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Z 클로즈무비] ‘풍산개’ 이제는 밝힐 수 있다…돈 없어 생고생

[Ki-Z 클로즈무비] ‘풍산개’ 이제는 밝힐 수 있다…돈 없어 생고생

기사승인 2011-07-11 13:10:00

"[쿠키 영화] 영화 ‘풍산개’(감독 전재홍·제작 김기덕 필름)는 총 제작비 2억 원의 저예산 영화다. 배우와 스태프는 적은 돈으로 완성도 높은 연출을 하려니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영화 속 윤계상은 서울에서 평양까지 무엇이든 배달하는, 풍산이라 불리는 남자로 등장한다. 장대 하나로 남과 북을 가뿐히 넘나들고 온몸에 진흙을 바른 뒤 요리조리 잘 피해 다닌다. 그 가운데서도 윤계상이 아이를 업고 비무장지대를 전력 질주하는 장면에 ‘비밀’이 숨어 있다.

윤계상이 “정말 죽을 뻔했다”고 회상하는 이유다. 보통의 영화 촬영에서는 실제 아이 대신 가벼운 더미를 사용한다. 그러나 몇 백만 원을 호가하는 더미를 구입할 수 없는 상황, 윤계상은 자진해서 25kg 정도 되는 7세 아이를 업고 뛰었다. 바닥은 질척한 논두렁이었고 병도 있고 돌도 있어 더욱 힘들었다. 한 번에 끝나면 좋으련만, 수차례 재 촬영을 했고 힘겹게 한 장면이 완성 됐다. 윤계상은 과거에 다쳤던 허리가 더욱 악화되는 고통을 견뎌야 했다.



이뿐 아니다. ‘풍산개’에는 윤계상과 김규리의 일명 ‘머드팩 누드’ 장면이 등장한다. 풍산(윤계상)은 북한 간부의 애인 인옥(김규리)을 평양에서 서울로 데려오는 과정에서 온몸에 진흙을 바른다. 몸 온도를 떨어뜨려 열 감지 시스템을 피하기 위해서다.

처음 시나리오에서는 진흙을 몸의 일부분에만 바르는 것으로 돼 있었다. 제작진은 이를 위해 경기도 강화도에서 진흙을 구해 왔다. 그러나 촬영 도중 진흙을 온몸에 바르는 설정으로 바뀌었고 강화도에서 공수해 온 진흙은 양이 넉넉하지 못했다.

결국 윤계상과 김규리는 현장에서 구한 악취 풍기는 진흙을 섞어 바르게 됐다. 제작진은 “안전하지 않은 진흙이라 피부병에 걸릴까 봐 걱정했다. 하지만 두 배우가 흔쾌히 촬영에 응해 줬고 다행히 아무 이상 없이 끝났다”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풍산개’의 전윤찬 PD는 “저예산 영화다 보니 스태프와 배우들이 정말 많이 고생했다. 특히 액션신 일부에서 대역을 사용했다는 얘기들이 있는데 정말 아니다. 대역을 사용할 돈도 없었고 배우가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했다. 윤계상 씨의 경우 촬영하다 잘못 맞아서 몸이 붓기도 했다. 다치지 않고 잘 넘어가기를 바랄 뿐이었다”고 안타깝고도 위험스러운 에피소드를 공개했다.

배우와 스태프들의 땀방울 덕분인지 23일 개봉한 ‘풍산개’는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스크린 가입률 99%)에 따르면 10일까지 63만 5051명의 관객이 관람했다. 수치만 보면 ‘트랜스포머3’나 ‘써니’ 등의 영화들과 비교도 되지 않지만, 영화를 보고 싶어도 볼 수 있는 극장이 거의 없는 현실에 비춰 보면 결코 적지 않은 숫자다. 손익분기점인 25만 명을 이미 개봉 첫 주에 가뿐히 넘어선 것을 생각해도 저예산 독립영화의 엄청난 흥행이다.

아무런 경제적 대가 없이 참여한 감독 이하 스태프들의 노력과 몸을 아끼지 않은 배우들의 열정에 박수를 보내며, 그 열정을 확인할 수 있는 개봉관이 확대되기를 바란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한지윤 기자 poodel@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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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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