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이 1이 된다면?”
[쿠키 영화] 영화 ‘그을린 사랑’은 레바논 전쟁을 배경으로 한다. 피 흘리고 싸우고 죽이는 전쟁에 휩쓸린 여성, 나왈의 삶을 통해 전쟁이 개인에게 얼마나 잔인한 비극인지 여실히 보여 준다.
영화는 쌍둥이 남매 잔느와 시몽의 눈을 따라간다. 이들은 어머니 나왈의 유언을 전해 듣고 혼란에 빠진다. 유언의 내용은 전쟁 중 죽은 줄로만 알았던 아버지가 살아 있으니 찾고, 그동안 말하지 않은 형제가 있으니 그를 찾아 자신이 남긴 편지를 전해 달라는 것이다. 유언에는 또 세상을 등질 수 있도록 엎드린 자세로 묻을 것이며 약속이 지켜지기 전에는 이름을 새긴 비석도 세우지 말라는 당부가 포함돼 있다.
쌍둥이 남매는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는 형제와 아버지를 찾기 위해 중동으로 떠난다. 그리고 그곳에서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어머니 나왈의 과거와 마주한다. 나왈은 고향 마을에서 가문의 수치로 낙인 찍혀 있으며 악명 높기로 유명한 한 감옥에서 15년 동안이나 수감생활을 했다.
영화는 쌍둥이 남매의 여정과 나왈의 과거를 교차 편집해 보여 주며 이해를 돕는다. 기독교 집안에서 태어난 나왈은 종교가 다른 남자를 사랑해 임신한다. 결국 그 남자는 살해되고 나왈은 박해를 받으며 아이를 낳아 고아원에 보낸다.
시간이 흘러 그 아이를 찾아 떠난 나왈은 기독교 민병대의 무차별한 테러와 살인을 목격, 결국 그 대장을 총살하고 감옥에 갇혀 온갖 고문을 받는다. 그럼에도 자신의 의지를 굽히지 않는다.
이 과정에서 쌍둥이 남매는 자신들의 출생 과정과 아버지의 존재, 잊혀진 형제가 누구인지에 대해 알게 된다. 충격적 현실에 분노와 복수의 피가 들끓을 수 있었음에도 어머니는 이 모든 것을 ‘사랑’으로 덮었다는 것을, 진정한 용서와 화해가 무엇인지를 남매는 깨닫는다.
‘캐나다의 박찬욱’으로 불리는 드니 빌뇌브 감독은 인물의 미묘한 심리상태까지 훌륭히 묘사했으며 다양한 촬영 기법을 사용해 영상미를 강조했다. 또 영국밴드 라디오 헤드의 노래가 OST로 사용돼 더욱 강렬한 인상을 심어 준다.
오는 21일 국내 개봉하는 ‘그을린 사랑’은 2010년 베니스 영화제 ‘베니스 데이즈’ 부문 최우수작품상, 토론토영화제와 밴쿠버영화제에서 최우수캐나다영화상을 수상했으며 2011년 미국 아카데미 최우수외국어영화상에 노미네이트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영화는 와이디 무아와드의 연극 ‘인센디스’(Incendies)를 원작으로 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한지윤 기자 poodel@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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