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진위, 작은 영화 살리기 나섰다?…실현 가능성은 미지수

영진위, 작은 영화 살리기 나섰다?…실현 가능성은 미지수

기사승인 2011-07-22 10:46:00

[쿠키 영화]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가 발표한 표준상영계약서 권고안(이하 ‘표준상영계약서)이 실제로 극장가에 적용될 수 있을까.

영진위는 지난 20일 부금율과 교차 상영 등 영화계에서 오랫동안 논란이 돼왔던 문제점에 대한 개선방안을 담은 표준상영계약서를 발표했지만, 이 내용은 권고안 수준에서 그쳐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표준상영계약서 내용은 크게 5개의 개선 사안을 담고 있다. 계약 영화에 대해서는 개봉일로부터 최소 1주 동안의 상영을 보장하도록 하는 것, 교차 상영과 관련해 배급자에게 인센티브를 부여하도록 하는 것, 부율과 관련해서는 정율 방식과 슬라이딩 방식의 두 가지 형태의 방안 중 선택하도록 하는 것 등이다.

한국영화·외국영화 구분 없이 배급자: 상영자=5.5: 4.5 수익분배

부율은 영화 상영에서 발생하는 수익의 분배 비율로 현재 영화계에서는 배급자와 상영자간 한국영화 기준 5대5, 서울의 경우 외국영화 6대4(지방은 5대5)라는 관행을 적용해 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이번 표준상영계약서는 상영자와 배급자가 계약을 체결할 때 정율 방식과 슬라이딩 방식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정율 부율은 한국영화와 외국영화를 구분하지 않고 배급자와 상영자간 수익 분배를 5.5대 4.5를 기준으로 하는 방식이다.

슬라이딩 방식은 두 가지로 제안한다. 먼저 개봉 첫 주에 80%를 부금율로 하고 1주 간격으로 10%씩 감소해 6주차 이후부터 20%를 부금율로 하는 방식과 개봉 첫 주에 60%를 부금율로 하고 2주 간격으로 10%씩 감소해 4주차 이후부터 40%를 부금율로 하는 것이다.

교차 상영의 경우 배급자에게 인센티브 부여

블록버스터 영화 등 대형 영화들이 개봉될 때마다 중소 예산 규모의 영화들이 수시로 교차 상영 또는 조기 종영되는 문제가 제기돼왔다.

이번에 발표된 표준상영계약서는 상영자가 교차 상영을 하는 경우에는 배급자에게 인센티브를 주도록 규정하고 있다. 상영자에게는 교차 상영을 허용하는 대신에 해당 상영자는 배급자에게 상영 기간을 연장하거나 부금율을 상향하도록 했다.

연장하는 상영 기간은 교차 상영일수의 2배, 상향하는 부금율은 원래 부금율의 10%를 더하도록 권고한다.

1주일간의 최소 상영 기간 보장, 극장 흥행 수입 월별 정산

표준상영계약서에는 최소 상영 기간을 보장하고 있다. 상영자로 하여금 계약한 영화에 대해서는 개봉일로부터 최소 1주일 동안의 상영을 보장하도록 해 조기 종영의 폐해를 없애도록 한 것이다. 또 극장 흥행 수입 정산을 현행 45일에서 월별정산으로 조정할 것을 권유했다.

상영관 무료입장권 발매 시 배급자에 사전 동의 구해야

무료입장 허용이나 무료입장권 발매를 할 때는 배급자의 사전 서면 동의를 얻도록 하고 있다. 상영자가 배급자의 사전 동의 없이 또는 개별 상영 계약서에 따르지 않고 무료입장을 허용하거나 무료입장권을 발매할 수 없도록 한 것이다.

이번 표준상영계약서 발표와 관련해 김의석 영진위원장은 “극장 매출에 전적으로 의존해야 하는 영화산업의 현실에서 상영과 관련한 공정한 거래 환경과 거래 관행을 만드는 것이 영화산업의 선순환을 위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영진위는 상영계약과 관련해 어느 일방의 손해나 희생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영화산업계가 상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계약 관행을 제안하기 위해 이번 표준상영계약서를 제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상영관 협회 관계자는 “지금까지 배급사와 아무 문제없이 잘 해오고 있다. 만약 이 권고안대로 한다면 지방 영화관들은 줄줄이 문을 닫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표준상영계약서는 상영관과 배급사 등 관련 당사자들의 구체적인 합의 없이 영진위 측에서 제시한 권고안으로 실효될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또 권고안을 유도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도 준비돼있지 않은 상태다.

영진위 측은 “이번 권고안이 기준이 돼 점진적으로 계약 당사자들이 활용하면서 관행이 될 것”이라면서 “이를 권장하기 위해 더 열심히 홍보하고 설득시키겠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한지윤 기자 poodel@kukimedia.co.kr
한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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