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영화] 귀신과 인간 사이에 존재하는 무당. 굿을 하며 작두를 타고 다른 영혼을 자신의 몸에 들이는 무당의 행위는 공포 영화의 소재로 안성맞춤이다.
영화 ‘기생령’(감독 고석진·제작 이스트스카이필름)은 이에 더해 민속신앙에 얽힌 아이와 귀신, 저주 등의 소재를 버무려 공포영화를 탄생시켰다. 영화는 충분히 흥미로울 수 있는 소재들을 택했지만 과도한 조미료 탓인지 영화 본연의 맛을 찾기 힘든 아쉬운 점이 있다.
영화는 섬뜩한 효과음과 갑자기 튀어나오는 배우들의 모습을 통해 관객들을 놀래킨다. 스릴과 공포감보다는 깜짝 놀라게 하는 수준에 그치고 잔혹한 장면에는 눈을 돌리게 한다. 이에 더해 치밀하지 못한 스토리 전개와 뻔히 눈에 보이는 결말은 극의 긴장감을 떨어트린다.
영화는 임신을 간절히 원하는 가희(황지현)가 미아가 된 아이를 데려다 발목을 자르고 독 안에 봉인해 죽이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아이를 갖지 못하는 여자가 아이를 가둬 죽이면 죽은 아이의 혼으로 임신이 가능해진다는 민속신앙에서 비롯된다.
우연의 일치인지 이후 가희는 기적적으로 임신을 하고 아들 빈(이형석)을 낳는다. 그러나 몇 년 뒤 빈만 남겨둔 채 남편과 함께 의문의 죽음을 맞는다.
홀로 남겨진 빈을 위해 가희의 오빠 장환(박성민)과 그의 아내 서니(한은정)가 사고가 난 집으로 이사를 오게 된다. 서니의 동생 유린(효민) 역시 함께 온다. 그러나 이들은 악몽에 시달리며 의문의 사건에 휩싸이기 시작한다.
짐작하겠지만 이 모든 사건의 발단은 독에 빠져 억울하게 죽은 아이 때문이다. 이 아이가 빈에게 빙의 돼 이유 없이 사람을 죽이고 괴롭힌다. 연관된 가족뿐 아니라 학교 친구까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잔인하게 살해한다.
죽이는 방법도 잔인하다. 연필로 찔러 죽이는가 하면 식칼로 발목을 자르기도 한다. 마지막에는 빈과 그의 몸에 들어간 영혼이 대립하며 자신의 목을 칼로 찌르려는 아찔한 장면도 그려진다. 불필요한 피 튀기는 장면과 잔인한 영상은 사람에 따라 공포감을 넘어 거부감마저 들게 할 우려도 있다.
다행인 것은 배우들의 연기는 대체적으로 괜찮았다는 점이다. 이번 작품이 첫 스크린 도전 작인 티아라 효민은 특별한 연기력을 요하는 캐릭터가 아니긴 했지만 튀지 않고 무난히 소화했다. 아역 배우 이형석은 어수룩하고 순한 표정과 섬뜩하고 광기 어린 모습을 자유자재로 오고 가며 빙의 전후의 모습을 극명히 표현해냈다. 드라마 ‘구미호: 여우 누이뎐’에 이어 공포물을 택한 한은정은 호러 퀸 자리를 노리며 무난한 연기를 보였지만 자신만의 매력을 발산하지 못해 아쉽다. 오는 6일 개봉하며 19세 이상 관람가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한지윤 기자 poodel@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