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흠뻑쑈’ 역시 싸이, 물과 함께한 ‘광란의 180분’

‘흠뻑쑈’ 역시 싸이, 물과 함께한 ‘광란의 180분’

기사승인 2011-08-07 10:32:00

[쿠키 연예] ‘공연둥이’라는 별명은 괜히 생긴 게 아니었다. 약 3시간 동안 진행된 싸이의 ‘흠뻑쑈’는 팬들의 열기로 찜질방보다 뜨거웠고 사방에서 쏟아지는 물줄기에 워터파크보다 시원했다.

싸이는 6일 오후 7시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내 보조경기장에서 ‘썸머스탠드-흠뻑쑈’를 열었다. 스탠딩으로 진행되는 ‘썸머스탠드’는 지난 2006년 이후 5년 만에 부활했다. 이를 놓칠세라 2만5000여 명의 팬들은 공연장을 가득 메웠고 공연장은 형형색색의 야광 봉으로 반짝였다.

공연은 ‘애국가’로 시작했다. 팬들의 뜨거운 함성 속에 등장한 싸이는 “엽기 열풍을 몰고 온 데뷔 11년 차 가수이자 6년 만에 민간인이 된 가수”라고 본인을 소개한 뒤 “지금까지 공연을 하며 이렇게 많은 관객이 찾아준 건 처음이다. 꿈꿔온 무대가 눈앞에 있다”며 기대에 부푼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싸이는 남녀, 구역별, 연령별로 나눠 소리 지르기 대결을 펼치며 공연장 분위기를 서서히 띄웠다. 이에 더해 공연장 곳곳에 설치된 장비를 이용해 사방에서 물을 뿌리며 팬들을 더욱 열광케 했다.

싸이의 재치 있는 입담도 공연의 재미를 더했다. 인이어 모니터를 부착하고 등장한 싸이는 “그동안 공연을 하며 (인이어 모니터를) 안 썼다. 관객의 함성을 느끼지 못 하고, 사실 정확한 음을 내야 하는 노래를 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너스레를 떨어 웃음꽃을 피웠다.

싸이는 ‘예술이야’ ‘새’ ‘벌써 이렇게’ 등 다수의 히트곡을 부르며 무대를 뜨겁게 달궜다. 이어 “다른 사람의 노래를 듣다 보면 내 노래였으면 하는 곡이 있다. 그럴 때면 노래방에 가서 신나게 부르곤 한다. 지금 소개할 곡은 내 애창곡인 ‘친구여’다”라며 다음 곡을 소개했다.

전주가 흐르고 무대에는 게스트 인순이가 깜짝 등장했다. 회색 머리에 파란색 미니 원피스를 입고 등장한 인순이는 ‘친구여’에 이어 ‘밤이면 밤마다’ ‘거위의 꿈’을 부르며 폭발적인 가창력을 선보였다.

인순이 외에도 지디앤탑(GD&TOP)이 게스트로 출연해 분위기를 띄웠다. 지디앤탑은 ‘뻑이가요’ ‘오예’ ‘하이하이’를 불렀고 여성 팬들의 뜨거운 환호를 받아 싸이의 질투심을 유발했다.

날은 점점 어두워졌고 싸이는 캄캄해진 무대 위에 노란색 야광 옷을 입고 등장, ‘도시인’을 부르며 야광 쇼를 선보였다. 와이어를 매달고 하늘을 날며 칼싸움하는 장면 등이 연출돼 볼거리를 더했다. 이외에도 ‘소나기’를 부를 때는 실제 소나기가 오듯 물이 뿜어져 나왔고 물줄기 위에 피에로 영상이 등장, 감동을 배가시켰다.

무대 위에서 의상을 교체하는 것 역시 인상 깊었다. 대다수의 가수가 무대 뒤에서 옷을 갈아입고 등장하지만 싸이는 “의상을 준비하는 시간조차 여러분과 함께하고 싶다”며 팬들을 향한 애정을 드러내 뜨거운 환호를 받았다.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싸이의 ‘여자 패러디’였다. 붉은색 스타킹에 큰 리본을 머리에 달고 등장한 싸이는 걸 그룹 오렌지 캬라멜의 ‘아잉’을 불렀다. 그의 모습에 팬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고 싸이는 한껏 귀여운 표정을 지으며 팬들의 응원에 화답했다.

이어 비욘세를 패러디한 ‘싸욘세’의 무대가 펼쳐졌다. 비키니 수영복을 입고 등장한 싸이는 도도한 표정과 골반 돌리기 춤으로 폭발적 반응을 얻으며 팬들의 기대에 부응했다.

싸이는 ‘낙원’ ‘연예인’ ‘챔피언’ 등을 부르며 한여름 밤을 뜨겁게 수놓았다. 마지막 곡 ‘롸잇나우’가 끝나자 팬들은 앙코르를 외쳤고 싸이는 “지구력, 근력, 끈기만 있으면 공연을 계속 이어가겠다”면서 앙코르곡으로 7곡 메들리를 불렀다. 노래를 부르며 바닥에 눕기도 하고 관객에게 호스로 물을 뿌리기도 하며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켰다.

싸이는 “지금보다 어렸을 때는 내가 잘 나서 공연이 잘 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아픔의 시간을 겪고 무대에 오르고 싶은 데도 못 오르던 날을 겪고 나니 이제는 여러분의 소중함을 절실히 깨닫게 됐다. 무대에서 나잇값을 못 하도록 싸이가 싸이일 수 있도록 붙들어 달라”는 부탁의 말을 남겼다.

이어 “공연장에서 병나발을 안 불기로 했는데 오늘이 마지막이다”라며 스태프에게 소주를 가져다 달라고 부탁했다. 팬들은 ‘원샷’을 외쳤고 싸이는 소주 한 병을 숨도 쉬지 않고 다 마신 후 “빡센 관객을 만나 영광이고 호강했다”면서 마지막 앙코르곡 ‘언젠가는’을 불렀다.

싸이는 노래를 부르며 감정에 복받친 듯 펑펑 울며 눈물을 쏟아 보는 이의 마음을 뭉클하게 했다. 그는 십자 모양으로 만들어진 공연장을 오고 가며 무릎 꿇고 팬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때마침 형형색색의 폭죽이 터지며 영화와 같은 장면이 연출됐다.

마지막으로 그는 “오늘 이곳에서 느낀 함성의 잔상이 오래 남을 것이다. 이를 오래도록 간직하겠다. 정말 고맙다”며 앙코르곡이 끝난 후에도 무대에 남아 팬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팬들 역시 공연의 여운을 간직하려는 듯 한동안 자리를 뜨지 않았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한지윤 기자 poodel@kukimedia.co.kr
한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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