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연예] 큰 키에 크고 뚜렷한 이목구비. 배우 이민호는 도시적이고 까칠할 것 같은 외모를 가졌지만 상당히 털털하고 친근한 웃음소리를 지녔다. 본인 스스로 ‘간사한 웃음’이라고 칭하는 이 웃음소리는 듣기만 해도 절로 따라 웃게 되는 매력이 있다.
지난 2006년 EBS 드라마 ‘비밀의 교정’으로 연예계에 데뷔한 이민호는 2009년 KBS 드라마 ‘꽃보다 남자’에 출연하며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이후 MBC 드라마 ‘개인의 취향’ SBS 드라마 ‘시티헌터’ 등을 거치며 연기자로서 입지를 굳혔다.
최근 종영한 ‘시티헌터’는 일본 도쿄를 배경으로 한 동명 원작 만화를 배경을 서울로 바꿔 재탄생시킨 액션 멜로드라마다. 이민호는 청와대 국가지도 통신망 팀 요원 ‘이윤성’ 역을 맡아 화려한 액션을 선보이며 여심을 사로잡았다.
지난 5일 오후 서울 논현동 레스토랑에서 이민호를 만났다. 살인적인 드라마 스케줄을 끝낸 후 달콤한 휴식을 맛봐서인지 뽀얀 피부에 맑은 미소를 지으며 등장했다. 피부가 좋아졌다는 말에는 “감사하다”며 수줍은 듯 웃어 보였다.
먼저 드라마 종영 소감을 묻자 “홀가분하면서도 찝찝하기도 하다. 아쉬움이 많이 남지만 최선을 다했기에 후회는 없다”고 답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는 드라마 초반에 보여진 태국 촬영 신을 떠올렸다. “초반에 태국에서 촬영한 장면이 기억에 많이 남기도 하고, 아쉬움도 남습니다. 만약 2회 분량 정도로 윤성의 모습을 보여 줬더라면 드라마 후반부에 겪는 윤성의 아픔이 더 잘 와 닿지 않았을까 싶어요. 제가 가진 새로운 매력도 보여 줄 수 있었을 텐데 아쉽네요.”
대부분의 드라마가 그렇듯 ‘시티헌터’도 방송 시간에 맞춰 빽빽한 스케줄을 소화해야 했다. 액션을 선보여야 하는 배우에게는 체력적 부담이 더욱 클 수밖에 없다. “6회 방송분부터는 정말 빠듯하게 촬영했다. 액션 신 반응이 좋다 보니 매회 액션이 나와 1주일에 2개씩은 기본으로 찍어야 했다. 연습할 시간도 없고 2~3일 밤을 새우고 찍어 체력적으로도 한계를 느꼈다.”
이민호는 실감 나는 액션 연기를 위해 촬영 4개월 전부터 체력관리를 해 왔고 각종 무술을 배웠다. 그럼에도 촬영 중 잔부상을 많이 당했다. ‘시티헌터’의 연출을 맡은 진혁 PD가 “이민호를 벗겨 놓으면 상처투성이 일듯”이라고 말할 정도다. 이 말을 전하자 이민호는 호탕하게 웃으며 “맞다”고 긍정했다. 이어 “잔부상을 많이 당하긴 했지만 부러지거나 큰 부상이 아니어서 정말 다행”이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꽃보다 남자’ ‘개인의 취향’ ‘시티헌터’등 이민호는 유독 원작이 있는 드라마에 출연해 성공을 거뒀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저를 알리게 된 계기가 ‘꽃보다 남자’라는 작품이기 때문에 그런지 판타지적 요소도 제가 연기하면 현실적으로 바라봐 주시는 것 같다. 그런 이유로 원작을 바탕으로 한 작품의 섭외가 유독 많이 들어오는 것 같다.”
이민호는 다작을 하지 않는 배우다. 스스로도 “1년에 3편 이상의 작품은 하지 않는다. 최대 2작품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그만큼 작품을 고르는 데 있어 신중함을 기한다. 그 기준은 무엇일까. “대본을 보고 내게 느껴지는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 캐릭터가 분명한 존재의 이유를 가져야 하고 타당성이 있는 역을 택한다.”
외모 덕분인지 그간 꽃미남이나 영웅 같은 멋진 역을 주로 맡았다. 도전하고 싶은 캐릭터를 묻자 의외의 답이 돌아왔다. “바보 같은 캐릭터나 동네 백수 역을 꼭 맡고 싶습니다(웃음). 이런 모습은 제 어릴 적 모습과도 많이 닮아 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고 상황이 바뀌어 그 모습을 많이 잊어 가는 것 같습니다. 작품을 통해 예전의 제 모습을 표현하고 싶습니다.”
이민호는 화면 밖에서는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사는 게 심심할 정도란다. “취미생활을 가져 보려고 한다. 기타나 골프를 배워보기도 했는데 큰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평소에는 애완견 초코와 한강을 걷기도 하고 밤에는 산책을 하며 소소한 행복을 즐긴다.”
이민호는 외향적인 편이 아니다. 그는 “낯선 사람을 만나는 것을 꺼린다. 그러다 보니 계속 편한 사람만 찾게 되고 낯선 사람을 만날 기회가 더 줄어든다. 편한 사람들 속에서 행복을 찾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시티헌터’에서 호흡을 맞춘 박민영과는 5년 전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로 연기하는 데 있어 훨씬 수월했다. “박민영 씨와 알고 지낸 지는 오래됐지만 친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이번 작품을 하면서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좋은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자기 것을 고집하기보다 상대 배우에게 많이 맞춰 주는 배울 점이 많은 배우다. 덕분에 편하고 좋은 호흡으로 함께할 수 있었다.”
그는 ‘시티헌터’에서 구하라와 박민영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그의 이상형은 누가 더 가까울까. 이민호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둘 다 이상형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겉으로 봤을 때는 애교가 많지만 정신적으로 성숙한 여성을 좋아합니다. 극중 금나나(박민영)는 아무것도 모르고 다혜(구하라)는 생각이 없는 캐릭터죠. 캐릭터만 놓고 보면 둘 다 이상형이 아닙니다. 구하라 씨가 가진 통통 튀는 매력에 황선희 씨의 성숙함이 있는 여성이 좋겠네요. 눈이 높은가요?(웃음)”
그는 앞으로 많은 사람을 만나고 온 힘을 다해 사랑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대신 연애 사실은 절대 공개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기적으로 발전하려면 남자든 여자든 많은 사람을 만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근 3년 동안은 그런 만남이 없었는데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온 힘을 다해 사랑할 것이다. 대신 비밀연애를 할 것이다. 헤어짐을 생각하고 만나지는 않지만 아직 어리기 때문에 혹시 헤어지면 서로에게 상처가 될 것이고 그다음 사람에게도 안 좋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그는 “어떤 수식어보다도 ‘배우 이민호’라고 불리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시티헌터’를 촬영하며 배우로서 한 걸음 나아간 듯한 기분입니다. 아직까지는 반짝스타 이미지가 크지만 더 노력해서 배우로서 성숙한 모습을 보여 드리고 싶습니다. 또 해외진출 기회가 왔을 때 잡을 수 있도록 열심히 준비 중입니다. 많이 기대해 주세요.”
인터뷰 사진=스타우스 제공
국민일보 쿠키뉴스 한지윤 기자 poodel@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