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영화] 영화는 관객을 새로운 세계로 초대한다. 조선 시대로 보내기도 했다가 전쟁터로 데려다 놓기도 한다. 때로는 관객과 미래 여행을 떠나기도 하고 지금 시대를 고스란히 담아내기도 한다. 영화를 보는 동안 현실과 다른 시간이 흐르는 이유다.
영화는 오롯이 그 장소, 그 시간 속에 있는 듯한 느낌을 주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한다. 철저한 고증을 거치는 것은 물론이고 분장, 특수 효과, 카메라 기법 등을 총동원한다. 지형이나 상황에 맞는 촬영을 위해 장비를 새로 만들기도 하고, 거금을 들여 외국에서 수입해 오기도 한다.
최근 개봉한 영화 ‘퀵’ ‘고지전’ ‘최종병기 활’ 등의 영화에서도 실감 나는 영상을 위해 다양한 특수 장비가 사용됐다. 이중 일부 장비는 스태프들이 직접 만든 것으로 기발한 아이디어를 엿볼 수 있다.
‘최종병기 활’ 눈앞에 날아드는 활의 속도감이 관건
국내 최초 활을 소재로 한 영화 ‘최종병기 활’(감독 김한민·제작 다세포클럽)은 청나라 정예부대에게 소중한 누이 자인(문채원)을 빼앗긴 남이(박해일)가 활 한 자루로 10만 대군의 심장부로 뛰어들어 거대한 활 전쟁을 치르는 이야기를 그린다.
영화는 강력한 힘과 빠른 스피드의 활 액션을 선보이기 위해 다양한 장비를 사용했다. 제작진 측은 “리얼리티 넘치는 추격전을 담기 위해 핸드헬드(카메라를 손에 들고 촬영하는 기법)로 촬영하고 최첨단 기기로 활 액션을 포착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했다”고 밝혔다.
촬영 팀은 국내 최초로 ‘펜텀 플렉스’ 카메라를 사용했다. 이는 초당 최대 2800프레임까지 촬영 가능한 고속 카메라로 빠른 속도로 날아가는 화살의 움직임과 곡사 등을 효과적으로 담아낼 수 있다.
또 ‘프로펠러 와이어 캠’을 사용해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장면을 연출했다. 이는 기존의 와이어 캠에 두 개의 프로펠러를 장착한 것으로 카메라의 무선 컨트롤러를 이용해 할 수 있다. 또 기존에 사용하던 200m 길이의 와이어가 아닌 600m의 특수 자일을 수입해 사용했다. 영화는 오는 10일 만나볼 수 있다.
‘고지전’ 실감 나는 영상 위해 ‘가마 캠‧전봇대 캠’ 사용
지난 20일 개봉한 후 꾸준한 인기를 모으고 있는 장훈 감독의 신작 ‘고지전’(제작 티에스컴퍼니)은 1951년 6월 전선 교착 이후 25개월간, 싸우는 이유조차 잊은 채 서로를 죽이며 싸워야만 했던 고지 위 300만 병사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제작진은 가파른 경사를 가진 경상남도 함양의 백암산을 영화 속 최적의 장소로 판단, 촬영을 시작했다. 하지만 경사가 심한 탓에 배우들의 고지 위를 오르는 모습과 굴러 떨어지는 모습 등을 기존의 장비로 담아내기에 어려움이 많았다.
이에 고지전 촬영 팀은 직접 지형과 상황에 맞는 장비를 개발했다. 이들이 만든 장비는 ‘가마 캠’과 ‘전봇대 캠’이다. ‘전봇대 캠’은 고지 아랫부분에 전봇대를 설치하고 와이어 캠을 설치해 카메라가 자유자재로 움직이도록 한 것이다. 덕분에 경사면을 오르는 병사들과 충돌하지 않으면서도 가까운 위치에서 병사들의 모습을 촬영할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거꾸로 매달린 가마와 같은 모양의 ‘가마 캠’을 만들어 좁은 공간에서도 배우들에게 밀착했다. ‘가마 캠’은 카메라 장비가 들어가기 힘든 교통호(참호와 참호 사이를 안전하게 다닐 수 있도록 파 놓은 호) 속 병사들의 모습을 십자 모양의 막대기에 카메라를 달아 네 명의 촬영 팀이 교통호 위에서 막대를 붙잡고 촬영하는 것으로 배우들의 표정을 생생하게 담아낼 수 있다.
‘퀵’ 300km 질주 쾌감 위해 신 장비 사용
짜릿한 속도 쾌감을 전하는 영화 ‘퀵’(감독 조범구·제작 JK필름)은 퀵서비스 배달원 기수(이민기)가 아이돌 가수 아롬(강예원)과 30분 안에 폭탄을 배달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내용을 그린다. 영화는 관객이 오토바이와 함께 달리는 것 같은 쾌감을 느끼도록 하기 위해 특수 카메라와 신기술을 사용했다.
김영호 촬영감독은 미국 LA에서 도기캠(doggiecam)의 스패로우 200(sparrow 200)을 들여왔다. 영화 ‘아일랜드’ ‘트랜스포머’에서 마이클 베이 감독이 사용했던 스패로우 200은 리모트 컨트롤 촬영 장비로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사용됐다.
이 장비는 무선주파수에서 보내는 신호가 반경 2km를 넘어가기 때문에 스테이션 차량과 멀리 떨어지더라도 촬영용 오토바이에서 보내 주는 무선화면을 보며 촬영할 수 있어 시속 170km 이상으로 주행하면서도 촬영이 가능하다. 스패로우 200은 2주 사용료가 1억 원이 넘어가는 고가의 장비이지만 제작진은 영화의 완성도를 위해 2대를 3주간 대여했다.
이러한 노력 덕분인지 영화는 지난달 20일 개봉했으며 관객 수 200만 명을 돌파하며 꾸준한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영화의 신 장비의 도입과 개발에 대해 영화 제작사 측은 “촬영장비가 지형과 상황에 맞춰 새롭게 개발되고 있다. 신개발은 어디선가 본 듯한 이미지를 넘어 참신한 영상표현으로 이어지고 있다”면서 “우리 힘으로 직접 만든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고 영화의 기술발전에 도움을 줄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한지윤 기자 poodel@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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