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영화] 한국영상자료원과 한국영화기자협회가 공동으로 주최하는 네 번째 ‘찾아가는 영화교실’이 27일 전북 부안의 부안종합사회복지관 겸 부안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열렸다.
‘찾아가는 영화교실’은 한국영상자료원이 지난 2001년 5월부터 매주 도서 벽지의 영화 소외계층을 찾아 10년째 영화를 상영해 온 ‘찾아가는 영화관’의 일환으로, 월 1~2회 한국영화기자협회 소속 기자가 동행해 작품 해설을 곁들이는 행사다.
‘날아라 허동구’와 함께 찾아간 영화교실
IQ 60 정도의 천진난만한 열한 살 소년, 학교 가는 게 누구보다 좋고 친구들에게 물을 떠다 주는 게 행복인 ‘물반장’ 동구(최우혁)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날아라 허동구’가 상영된 네 번째 교실에는 부안종합사회복지관과 부안장애인종합복지관을 제집처럼 애용하는 지역 노인과 해외이주 여성, 장애우들이 함께했다.
이주여성과 지역주민이 주가 되리라 예상했던 것과 달리 장애우들이 객석의 대부분을 메웠으며 상영이 끝난 뒤 이어진 강연과 질의응답 시간에도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혹여 지적 장애를 가진 인물이 주인공인 영화에 대해 심적 불편함을 느낄까 염려했던 관계자들의 생각은 기우였다. 장애우들은 해맑은 허동구를 사랑스러운 눈으로 지켜봤고 소년의 활약을 박수와 함성으로 응원했다.
실제로 장애우들은 영화가 끝난 뒤 동구에 대해 묻자 “마음씨 착한 친구”, 영화 속 표현 그대로 “머리는 좀 나쁘지만 착하고 좋은 아이”로 기억했다. 또 마음에 드는 장면에 대해서는 이구동성으로 ‘달리기’와 ‘야구’를 꼽았다.
다소 말은 느리고 표현은 서툴렀지만, 심장이 약해 달리지 못하는 짝 준태(윤찬)를 위해 운동장을 한 바퀴 더 돈 동구를 칭찬했다. 영화에서 동구는 운동장을 한 바퀴 돌라는 지시에도 불구하고 두 바퀴를 돈 뒤 이유를 묻는 선생님께 “한 바퀴는 짝 주려고요”라고 답한다. 또 영화 말미, 초등학교 야구대회 6회말 마지막공격 2사 만루 상황에서 홈런과도 같은 ‘만루 번트’로 3점 차로 뒤져 있던 팀을 승리로 이끄는 동구의 활약이 스크린에 펼쳐질 때 객석에서는 “홈런” “홈런”을 연호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장애우들은 영화 내용에 대해 놀라운 집중력과 기억력도 보여 줬다. 동구와 야구코치 권상길(권오중)의 백넘버를 묻는 질문, 6회말 투아웃 상황에서 동구에 앞서 타석에 나가는 이준희 선수에게 안타 하나로 얼른 경기 끝내고 ○○를 먹으러 가자는 권 코치의 말, 학급 평균을 높이기 위해 시험일에는 등교를 금지 당했던 동구가 준태의 항의로 처음 시험을 보게 됐을 때 적었던 해답의 번호 등의 질문에 정답을 냈다. 답은 ‘9번과 77번’ ‘피자’ ‘1’이다.
배우 신정근 “조금 다른 ‘차이’를 크게 인식하지 말았으면”
이날 행사에서는 배우 신정근이 관객에게 남긴 메시지도 소개됐다. 신정근은 동구의 아빠 진규(정진영)의 죽마고우 상철로 등장해 큰 웃음을 준다. 따뜻한 감동을 주는 어린 ‘짝꿍’ 동구-준태와 함께 진규-상철은 험난한 세상살이에서 친구의 존재가 무엇인지 우리에게 오롯이 보여 주는 커플이다.
신정근 상영일 하루 전인 지난 26일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지적장애를 가진 동구에 대해 우리와 조금 다를 뿐이지 ‘틀린 것’도 아니고 ‘못난 것’도 아니라는 생각으로 연기했다”면서 “영화 속에서도 보면, 동구를 지나치게 다정하게 대하는 게 아니라 친구처럼 대한다. 딸 얼굴에 뽀뽀를 하자 내 딸한테 ‘찍접대지 말라’고, 지분거리지 말라고 툭툭 얘기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지만 지켜 주고 싶은 친구다. 현실에서도 너무 위해 주거나 각별히 대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똑같이, 친구처럼 대하면 될 것 같다”고 소신을 밝혔다.
계속해서 “현실 세계에서도 화나게 하면 화를 표현하고, 보아서 슬프면 슬픈 대로 표현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차이’를 너쿠 크게 인식하는 사람들, 오히려 그것을 핑계로 나쁜 일을 더 많이 하더라”며 안타까워했다.
신정근은 나아가 장애우와 비장애인의 차이뿐 아니라 나이 차 등 ‘차이’에 대해 구분 지으려 하는 것에 대해서도 경계했다. “차기작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헬로우 고스트’에 나왔던 천보근 군과 호흡을 맞춘다. 열 살 친구인데, 나이 차이를 크게 인식하지 않으려 한다. 똑같은 연기자로 대하고, 똑같은 라이벌로 생각해서 열심히 연기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끝으로 “‘날아라 허동구’는 친구들에 관한 영화로 봐도 좋을 듯하다. 사실 아내보다 친구를 더 자주 만나지 않는가. 허심탄회하게 만나 신경질도 내고 투정도 부린다. 또 그렇게 성질을 드러내면서도 친구가 바쁠 때는 서로 돕는다, 진규에게 일이 생겼을 때 한밤중에 달려가 동구를 봐 주듯이 말이다. 친구 대 친구, 이렇게 접근해도 재미있을 것”이라고 관람 포인트도 잊지 않았다.
사회복지사 김인환 “영화 해설·퀴즈 곁들이니 좋네요”
행사는 복지관에서 친하게 지내는 자신의 단짝 친구를 공개·자랑하고 더욱 가까이 지낼 것을 약속하는 자리로 마무리됐다.
‘찾아가는 영화교실’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애쓴 부안종합사회복지관의 사회복지사 김인환 씨는 “단순히 영화만 보여 주는 게 아니라 등장인물이나 그들의 관계에 대해서 설명해 주고, 연기한 배우가 다른 어떤 작품들에 나왔었는지 소개해 준 것에 대해 영화를 본 분들이 좋게 생각하더라”고 전했다.
또 “신정근 씨의 얘기를 통해 배우가 어떤 마음으로 가지고 연기했는지, 연기한 이후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등 배우의 생각을 알 수 있어 새로웠다”면서 “퀴즈로 영화에 대한 집중력과 이해도를 파악할 수 있었던 것도 좋았다. 영화를 보여 주기만 할 때는 몰랐던, 장애우들이 영화를 잘 봤는지나 어떤 장면들을 기억하고 얼마나 이해했는지를 확인하는 기회가 돼 좋았다”고 밝혔다.
사진=㈜타이거픽쳐스 제공(‘날아라 허동구’), 국민일보 쿠키뉴스DB(신정근)
국민일보 쿠키뉴스 홍종선 기자 dunasta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