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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영화] 오는 20일 개봉을 앞두고 일반시사회가 열린 서울에서, 제16회 부산국제영화제 ‘오픈시네마’ 섹션에 초청·상영된 부산에서도 영화 ‘완득이’는 많은 관객들을 울다 웃다 쓰러지게 만들었다.
무엇을 기대하든 그 이상을 보리라
코미디영화도 아닌데 보는 내내 숨이 넘어가게 웃고, 엄마를 내세운 모정 영화도 아닌데 남자 관객들마저 울고, 메시지 전달을 주 목적으로 한 사회성 영화도 아닌데 올곧은 개념이 뚜렷하다. ‘완득이’에게 무엇을 기대하든 그 이상으로 화답한다.
그 중심에 김윤석이 있다. 대중에게서 멀리, 외로이 서 있는 연기파 배우가 아니라 관객 속에서 살아 숨쉬는 김윤석의 힘이 스크린 전체에 녹아 있고 배우 유아인, 박수영, 김상호, 박효주, 이자스민, 김영재와 한데 어우러져 보여 주는 연기의 하모니가 그 눈물과 웃음과 감동의 원천이다. 만나지 않을 수 없었던 ‘완득이’ 주인공 김윤석을 지난 7일 서울 태평로 코리아나호텔에서 마주했다.
이동주는 김윤석이다
영화 ‘완득이’ 속 이동주는 고교 2년 도완득 학생의 담임이다. 선생님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언제나 옳은 말만 하고 바른 행동만 하는 선생님과는 거리가 멀다. 2학년 겨울방학이 대학입시에 중요하니까 열심히 공부하라고 조언도 하지만 대학이 전부는 아니라고 살아 보니 인생도 훌륭한 대학이더라고 살아 있는 교훈도 전한다. 방과 후 이중 야간생활의 피로에 깨워 달라는 부탁과 함께 학생들 자습도 시키지만 음악이나 미술 선생님 공부 열심히 해서 선생님 되신 것이니 그 시간에 영어, 수학 공부하지 말라고 거친 속어와 함께 직언도 날린다. 학교생활에만 관심을 두는 게 아니다. 반에서 가장 가난한 학생, 등이 굽은 아버지에 이주노동자를 어머니로 둔 학생의 민생고와 인생에도 끼어들고 각박한 달동네의 지역문제에도 나선다. 때로는 선생님의 얼굴로, 때로는 따뜻한 이웃의 모습으로, 때로는 활동가의 풍모로 그렇게 우리에게 다가선다.
이동주 선생님이 내뱉는 말들은 그저 영화 대사처럼 들리지 않는다. 인간 김윤석의 세계관과 진정성이 녹아 있다. 긴 시간은 아니지만 지난 2008년 2월 영화 ‘추격자’로 시작해 몇 번의 인터뷰와 술자리에서 마주하며 들었던 배우이자 사회인으로서의 가치관과 문제의식들이 그대로 이동주의 ‘옷’이 됐다. 이동주와 김윤석의 싱크로율이 놀라운 만큼 그에 비례해 이동주는 스크린 위에서 펄펄 살아 움직인다. 그렇게 생명력 넘치는 캐릭터는, 지난 2007년 창작과비평 청소년문학상을 받은 동명소설에 견주어 “거칠면서도 지적인 면모가 강한 이동주와 배우 김윤석의 싱크로율은 낮아 보인다”며 걱정한 몇몇 원작 독자들마저 엄지손가락 두 개를 쳐들게 만든다.
뿐만이 아니다. 작품 속에서만 살아 숨쉬는 게 아니라 현실에서 장애인이나 다문화가정의 이야기를 접할 때, 우리 사회의 빈부차를 실감할 때, 가족의 교육적 선택의 기로에 섰을 때 이동주는 어느새 ‘천사’의 모습으로 곁에 와 선다. 이기적 ‘악마’의 마음으로 편리하게 생각하고 결정하고자 할 때 잠든 이성을 깨우고 양심을 살려 낸다. 배우 김윤석은 이동주를 어떤 인물로 생각하고, 어떤 방식으로 표현해 낸 걸까.
열쇠는 ‘자생력’이다
“이동주는 아이들이 내 반일 때만 문제없이 지나가고 공부 잘하기를 바라는 선생이 아니에요. 대학에 가든 못 가든 어떤 환경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자생력 있는 아이들로 키우고 싶어 하죠. 그 아이들이 살아가야 할 세상을 보다 살 만한 곳으로 만들고 싶어 하고요.”
“배우 김윤석도 마찬가집니다. 홍상수 감독 영화에 출연할 때는 연기를 잘하는데 다른 감독과 하면 못하고, 김지운 감독과 연기하면 소위 말해 네오 유러피언(Neo-European·신 유럽풍 정도의 뜻) 분위기를 자아내는데 또 다른 감독과 만나면 존재감 없는…, 그런 식이면 안 된다는 거죠. 촬영 현장이 풍족하든 만족스럽지 못하든 결국은 제 몫을 해내야 하는 게 배우라고 생각해요. 저는 그걸 ‘자생력’이라고 말합니다.”
‘자생력’을 강조하던 그의 이야기는 장면의 목적으로 이어졌다. 영화의 매 장면이 목적을 달성해야 관객은 자연스럽게 느껴 편하게 보고 상호 소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어떤 후배가 ‘어떻게 연기해야 하나요’ 물으면서 자기는 사투리가 세서 걱정이라고, 그게 가장 큰 장해물이라고 말해요. 혼내 줬어요. 각 장면에는 목적이 있거든요. (힘주어) 배우가 그 목적을 달성해 줘야만이 영화가 흘러가고 결국 도달해야 할 곳에 가 닿을 수 있어요. 그 목적 달성에 있어 배우가 해 내야 할 게 얼마나 많아요, 예를 들어 정확하게 이야기와 뜻도 전달해야 하고 감정을 소통시켜 관객의 감정을 끄집어 올려 공감할 수 있게 해야 해요. 자신에게 그러한 자생력이 있는가, 그걸 내 것으로 갖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가 하는 더 큰 문제는 차치해 두고 장면 목적의 목적 달성에 있어 아주 작은 부분인 사투리로 고민을 하니 혼낼 수밖에요.”
자생력을 역설하는 김윤석, 연기자 후배에게도 영락없는 이동주 선생님이다. ‘자생력’에 관한 배우 김윤석의 이야기는 계속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홍종선 기자 dunastar@kmib.co.kr / 사진=고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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