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人터뷰 김윤석②] 웃다 쓰러지는 ‘완득이’에 애드리브는 없다

[쿠키人터뷰 김윤석②] 웃다 쓰러지는 ‘완득이’에 애드리브는 없다

기사승인 2011-10-14 15: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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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영화] 연기력과 티켓 파워를 동시에 지닌 배우 김윤석이 강조하는 자생력. 어떤 상황과 조건에서 작품을 하게 되든 배우로서 제 몫은 해 내겠다는 단단한 각오가 느껴진다.

하지만 자생력을 갖춘 배우 한 명이 있다고 해서 영화의 각 장면들이 목적을 달성하고, 어떤 상황에서 어떤 취향의 관객을 만나든 만족감을 주는 작품 자체의 자생력을 갖기란 쉽지 않다. ‘완득이’는 그렇다. 똑 소리 나는 개념 대사라 맛있고, 적절한 타이밍에 치고받는 액션과 리액션에 더 큰 웃음이 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개념·코믹대사의 힘, 그 중심엔 김윤석이 있다

“영화 촬영 시작 전에 배우들 전체 대본 리딩 시간이 있잖아요. 누구랄 것 없이 출연 배우들 모두 그런 시간을 많이 가졌어요. (멋쩍은 웃음으로) 제가 선배이고 주연배우이다 보니 그 중심에 제가 있을 수밖에 없었고요. 각 캐릭터에 대해, 영화의 각 장면과 상황들에 대해 각자가 생각하는 걸 얘기하고 고민되는 걸 함께 나눴죠.”

“그때 제가 이런 제안을 했어요. 아마 다른 분들도 비슷한 생각들을 하고 계셨기 때문에 마음을 합해 주셨으리라 생각하는데요. 우리 영화 대사가 결코 말랑말랑한 일상 얘기가 아니잖아요. 꽤 진하고 깊은 메시지들이 들어 있어요. 이런 걸 너무 정식으로 들이밀면 관객 마음에 들어가지 않고 되레 튕겨 나와요. 또 각자 캐릭터를 맛있게 연기하겠다고 서로 다른 톤으로 연기하면 배가 산으로 가고요.
그래서 제가 우리 모두의 톤을 통일하자고 했어요. 그렇다고 대사 톤을 똑같이 하자는 건 아니고요. 마치 화음처럼, 서로 잘 어우러져서 각자 다르게 연기하지만 누구 하나 튀지 않게 그렇다고 모자라지도 않게 툭툭 던지듯 연기하자고 했습니다. 그런 합의 속에서 각 캐릭터에 어울리는 톤을 찾아 나갔고 끝없는 연습으로 서로에게 맞춰 냈어요.”

배꼽 잡는 ‘완득이’에 애드리브는 없다

흡사 합창단의 노래 연습을 연상시키는 대사 연습. 골계미 넘치는 개념 대사 제조법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코믹 대사의 비법도 큰 범주 안에서 함께했겠지만, 좀 더 구체적으로 알고 싶었다. 영화를 볼 때는 그저 웃기만 하다가 영화 끝나고 생각해 보니 너무나 많고도 깊은 생각과 의견이 담긴 영화라는 걸 문득 깨닫고 다시 한 번 놀라게 되는 ‘완득이’의 대사 제조기 김윤석은 ‘애드리브’와 ‘대사’의 용어를 빌어 쉽게 설명했다.

“저라는 배우는 평소에도 애드리브와 대사를 구분하지 않아요. 만일 상대배우가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갑작스레 던지는 우발적 대사가 애드리브라고 한다면 ‘완득이’에는 애드리브가 없습니다.”



툭 하고 던지니 화들짝 놀라기도 하고, 작정하고 덤비는데 슬쩍 피하기도 하며 웃음을 주는 배우들의 능청스런 연기, 그 자연스러움이 애드리브의 결과가 아니다?

“이렇게 많은 얘기를 전하는 영화는 반드시 재미있기도 해야 해요. 그래야 웃음과 함께 목으로 술술 넘어갑니다. 당연히 배우들과 함께 노력 많이 했죠, 관객을 웃게 한다는 게 쉬운 일인가요. 시나리오에 있는 대사들을 말랑말랑하게 바꾸고 언제, 어떻게 치고 나올지 어떻게 받아줄지 의논하고 연습하고 또 했죠. 촬영 들어가기 직전까지 바꾼 대사도 있는데 역시나 많이 웃어 주시더라고요. 애드리브 아닌가 하신 그 장면들, 사전에 연습한 그대로 한 겁니다.”

‘완득이’에서는 모두가 주인공이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주연배우와의 인터뷰인지 감독과의 대화인지 헷갈릴 정도로 김윤석은 작품에 대한 깊은 애정을 가지고 배우들을 이끌고 ‘완득이’와 함께했다. 감독해도 될 것 같다는 말에는 “이야기를 재미있게 끌어갈 수 있다면 모를까” 하며 손사래를 쳤고, 대신 함께한 배우들에게 공을 돌렸다. ‘완득이’에는 주연과 조연은 있지만 다함께 주인공이었고 그런 마음으로 모든 배우들이 정말 열심히 연기를 했다고 자부했다.

“완득이 아버지로 나오신 박수영 씨는 연극계에서는 정평이 난 연기력이죠. 작으면서도 힘이 느껴지는 배우를 원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다른 분이 떠오르질 않았어요. 촬영 시작할 때 마침 일본에서 한 달간 공연이 있으셨는데, 다른 배우들이 촬영 일정을 조절하더라도 함께하는 게 맞다 싶어 2주 늦게 합류하셨어요.”

“김상호 씨 연기 좋은 거야 제가 말할 필요 없이 다들 아시는 거고, 저와 멜로를 연기한 박효주 씨는 ‘추격자’에서 안면이 있던 터라 여동생처럼 아주 편했어요, 상대방을 편하게 하는, 연기를 참 잘하는 친구거든요. (개미슈퍼에 찾아온 오 형사였잖아요, 저도 반가웠어요. 김윤석 씨 추천인가요?) 효정이 역을 놓고 오디션이 있었어요, 최종 다섯 손가락 안에 들었고요. 뭔가 예쁘긴 한데 강남 여자 같지 않은, 이거 효주 씨한테 미안한 말인가(웃음), 보통 사람 중에서 미인인 배우를 원했는데 효주 씨가 딱이었어요.”

“진짜 삼촌은 아니지만, 완득이의 민구 삼촌으로 나오는 김영재 씨도 젊은 사람이 연기가 좋더라고요. (이)자스민 씨는 본래가 강한 사람이에요. 연기력보다는 그런 내면의 강함이 필요했고, 그대로 드러내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유)아인이요? 자생력 있는 배우죠. 아무래도 대선배다 보니 영화 속 캐릭터와 상관없이 저한테 밀리면 어쩌나 걱정하는 분들도 계셨는데, 괜한 생각이었죠. 전혀 주눅들지 않아요, 얼마나 영혼이 자유로운지 부러운 인생입니다(웃음).”

국민일보 쿠키뉴스 홍종선 기자 dunastar@kmib.co.kr / 사진=고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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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종선 기자
dunastar@kmib.co.kr
홍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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