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방송] 지난 5일 방송된 KBS 2TV ‘개그콘서트’(이하 ‘개콘’)의 코너 ‘위대한 유산’에서 황현희는 “전통 문화인이 다 사라졌다. 전통 문화를 발전 계승 시켜야 하는데 다 어디갔냐”며 “구본승 어디갔냐. 예전에 종합병원에 나왔던 구본승 어디 갔어? 영화 ‘마법의 성’ 찍고 창피해서 안 나오는 거냐”라는 말로 사람들을 웃겼다. 이에 구본승은 방송 당일은 물론 다음날까지도 화제가 되고 있다.
주말 예능프로그램 최강자 ‘개콘’의 힘은 크다. 단순한 웃음 뿐 아니라 사회를 풍자하는 힘까지 갖추게 됐다. 이런 힘을 갖춘 ‘개콘’에서 독특하게 눈에 띄는 것은 주변 연예인들을 소개하는 코너 속 코너다.
고정 코너에서 연예인들이 출연해 자신이 출연한 작품이나 노래를 가끔씩 있었지만, 이런 모습이 전면으로 등장한 것은 ‘봉숭아 학당’의 ‘왕비호’ 캐릭터다.
원래 ‘왕비호’ 캐릭터는 대중이 스타들에게 말하고 싶었던 내용을 속 시원하게 비판함으로서 대리만족을 시켜줬다. 그러나 어느 순간 새 앨범이나 영화 개봉을 앞두고 있는 연예인들을 앞에 앉혀놓고 독설을 퍼부으면서, 비판이 아닌 홍보로 바뀌었다. 그러다보니 ‘왕비호’ 윤형빈에게 자신의 연예인을 띄워달라는 노골적인 부탁까지 들어왔다. 윤형빈이 말하면 기사가 되고, 인터넷에서 이슈가 됐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윤형빈의 모습에 비판이 가해지기도 했다. ‘개콘’ 코너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너무 연예인이나 작품, 신곡 홍보에 몰두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이런 ‘왕비호’의 역할을 이어받은 것이 코너 ‘감수성’이다. 신곡을 내놓은 가수들이 오랑캐로 출연해 자신들의 노래와 춤을 알리기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지난해 11월부터 고정코너로 자리잡은 ‘위대한 유산’은 의외로 호평을 받고 있다. 그 이유는 신곡이나 새로운 작품이 아닌, 과거 활동했지만 현재는 잊혀진 연예인들을 전면에 내세우기 때문이다. 황현희가 ‘잊혀진 전통 문화인’이라 지칭하며 과거의 스타들을 나열할 때마다 인터넷은 들썩거렸고, 언론들은 이들이 무엇을 하는지 찾았다.
결국 판유걸, 정배 등은 자신의 근황을 미니홈피를 통해 알렸고, 몇몇 매체와 인터뷰까지 하기에 이르렀다. 또 Y2K 등은 현재 일본에서 활동 중인 것까지 밝혀냈다.
급기야는 김승현과 최창민, 김진,
황수관 박사를 비롯해 드라마 ‘육남매’에서 두희 역을 맡았던 이찬호 등은 직접 프로그램에 출연해, 황현희가 ‘어디갔어’를 외칠 때, 무대에 올라가 ‘나 여기있소’를 외쳤다. 잘 알지도 못하는 신곡이나 별로 감동을 주지도 못하는 작품을 억지스럽게 홍보하는 것에 질려하던 시청자들은 추억의 스타들의 이름이 나열되고 모습을 비춘 것에 대해 열광했다.
방송 후 시청자 게시판에 ‘궁금했는데 새삼 떠올랐다’라는 등의 글이나, 갑자기 트위터, 블로그 등에 이들이 과거에 무엇을 했다는 등의 글이 올라오는 것을 보면, 시청자들의 호응도가 얼마나 높은지 알 수 있다.
물론 이 역시도 자칫 신곡이나 작품을 통해 컴백을 준비하는 연예인들을 일방적으로 홍보하는 코너로 변질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한 방송 관계자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연예인의 신곡이나 작품 홍보가 일반화되었다고 인정하면서도 사실 시청자들에게 비난을 종종 받는 것은 노골적이기 때문이다. ‘위대한 유산’의 경우에는 그나마 추억이라는 아이템을 끄집어내어 호평을 받고 있지만, ‘컴백’ 수순의 일환으로 활용된다면 왕비호 캐릭터처럼 비난을 받을 수도 있다”며 “결국 코너를 짜는 개그맨들의 몫”이라고 전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유명준 기자 neocross@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