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최근 동물보호단체인 동물사랑실천협회(동사실)는 수십 장의 사진, 동영상과 함께 익명의 제보를 받았다.
50대 여성 A씨가 홀로 거주 중인 서울 망원동의 한 아파트 가정집을 담은 사진과 동영상에는 믿기 힘든 광경이 담겨 있었다.
집안 곳곳에는 동물의 배설물이 널려져 있었다. 배설물과 함께 집안 바닥 곳곳은 모래더미와 지저분한 신문지들로 덮여 있어 신발을 벗고선 제대로 발 디딜 수 있는 곳도 없어 보였다. 누가 봐도 사람이 사는 곳으로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방 안에는 30마리 정도 돼 보이는 고양이 사체가 널려져 있었다. 이 사체들은 냉장고 안에 보관돼 있었으나 제보자가 사진을 찍기 위해 방 안에 펼친 것으로 보였다. 동사실은 이 제보 내용을 모두 사실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아파트 주민들은 수년간 소음과 악취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결같이 호소하고 있다. 하지만 항의를 해도 한사코 집안의 모습을 숨겨 수십 마리의 고양이가 있다는 건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주민 B씨는 “경찰과 구청 등에 호소해도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며 “오죽하면 정신과 치료도 받은 적이 있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주민 C씨는 “어떻게 서울 한복판에서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느냐”며 어이없어 했다. 주민들에 따르면 A씨는 1개월이 넘게 집을 비우고 있으며 연락할 방법도 없다.
동사실 박소연 대표는 “확인 결과 주인은 서울시의 고양이 중성화 사업(TNR·Trap Neuter Return)에 투입된 포획업자”라며 “포획업자로 활동하며 이처럼 고양이를 지속적으로 데려온 것으로 보인다. 또 과거 고양이 구조 과정에서 애니멀호더 임이 의심돼 협회 측과 갈등을 겪은 후 근거 없는 협회 안티운동을 벌여 온 인물”이라고 말했다.
‘애니멀호더(animal hoarder)’란 자신의 여건이나 사육능력을 고려하지 않은 채 비정상적으로 많은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을 가리킨다.
따라서 반려동물들은 열악한 환경에 방치될 수밖에 없어 학대행위로 이어지거나 그 자체가 간접적인 학대행위가 돼 버린다.
문제는 우리나라는 현행법상 애니멀호더를 제재할 수 있는 뾰족한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학대행위를 규정하고 있는 현행 동물보호법 제8조에는 직접 죽이는 혹은 상해를 입히는 행위만을 학대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애니멀호더가 기르는 반려동물들은 환경적 이유로 질병에 걸리거나 굶어서 죽어가도 방치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반려동물은 개인 소유이기 때문에 동물들이 고통 속에서 서서히 죽어가고 주변 사람들이 피해를 호소해도 동물보호소 강제 이관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없다.
애니멀 호딩이 발견돼 주인이 바로 경찰에 체포됐다는 뉴스를 쉽게 찾을 수 있는 미국과 사뭇 다른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동물보호에 대해 여전히 후진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는 국내 현실의 단면으로 보고 있다.
박 대표는 “열악한 환경에 동물을 방치해 질병에 걸리고 죽음에 이르도록 하는 행위도 엄연히 동물학대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동사실은 5일 이번 사건의 실상을 공개하고 A씨를 동물학대로 고발할 예정이다. A씨가 인터넷 등을 통해 고양이를 입양한 사실을 확인, A씨에게 고양이를 입양 보낸 이들을 수소문해 집단 소송에도 나서겠다고 밝혔다.
또 A씨를 TNR 포획업자로 활동하도록 한 해당 구에 A씨에 대한 해고를 요구하고 해당 구에 대한 전면 감사를 촉구할 예정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 트위터 @noonk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