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Z 이슈] ‘사생팬’ 또 논란…팬-연예인 모두 ‘피해’

[Ki-Z 이슈] ‘사생팬’ 또 논란…팬-연예인 모두 ‘피해’

기사승인 2012-03-10 12:59:02

"[쿠키 연예] 연예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쫓아다니는 ‘사생팬’이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시발점은 6일 연예전문매체 디스패치의 보도다. 디스패치는 JYJ가 ‘사생팬’에 욕설과 폭행을 가한 육성파일을 공개했다. 이미지를 먹고 사는 연예인으로서 팬들에게 욕설과 폭행을 했다는 사실 자체를 놓고 봤을 때, JYJ에 대한 비난은 커졌다.

이에 JYJ 멤버들은 칠레 산티아고 라디썬 플라자 (RADISSON PLAZA) 호텔에서 현지시각 8일 오후 6시에 열린 ‘JYJ 남미투어 2012 인 산티아고 칠레’(JYJ South America Tour 2012 in Santiago, Chile)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사생팬’으로 인한 고충을 토로하면서, 동시에 향후 이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사과를 했다.

이들이 공개한 내용은 충격적이다. 신분증을 이용해 통화 내용을 밝혀내고, 자동차에 위치추적 GPS를 몰래 장착해 쫓아다닌다. 또 이들의 집에 무단침입 해 개인 물건을 촬영하고 심지어는 자고 있는 멤버들에게 키스를 시도한다. 얼굴을 보기 위해 택시로 접촉사고를 내기도 한다.

아무리 대중의 인기를 먹고사는 연예인이라지만, 개인적인 삶까지 무리하게 침해당할 권리가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들 ‘사생팬’이 JYJ 멤버들에게 행한 내용은 단순히 ‘과한 팬심’을 넘어 위법에까지 이르렀고, 여론 또한 JYJ에 대한 비난에서 ‘동정론’으로 바뀌었다.

실상 ‘사생팬’은 지금에 와서 논란이 된 것은 아니다. 2008년 10월 25일 SBS ‘그것이 알고싶다’는 ‘팬덤르뽀-사생 뛰는 아이들’을 방송했다. 이날 방송에서는 스케줄을 마친 한 아이돌 그룹의 차량이 출발하자 경적을 울리며 그 뒤를 따르는 택시와 렌터카, 20여만 원에 직장인과 고등학생 4명을 태우고 있으며 서울시내에 사생택시를 해온 차량만 100여대가 될 것이라는 해당 택시기사의 인터뷰, 좋아하는 스타를 한 번이라도 보기 위해 며칠 간 연예기획사, 숙소, 거리를 헤매며 지내는 중고생 팬들의 모습 등이 소개됐다. 그러나 당시에는 과열된 팬 문화를 조명했을 뿐, 이들 상대해야 하는 연예인의 입장을 비추지 않았다.

그러나 분명 수년 전부터 이 ‘사생팬’은 이들을 대하는 연예인과 기획사 관계자들에게 대처하기 어려운 존재임은 분명했다. 단순히 ‘좋다’ ‘나쁘다’가 아닌, ‘대처하기 어렵다’는 표현을 적시한 것은 ‘사생팬’이 반드시 연예인들에게 어려움만 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신인 연예인들의 경우에는 이 ‘사생팬’들에게 큰 힘을 얻기도 한다. 현재 활동하는 아이돌 그룹의 한 멤버는 데뷔 당시 “어제까지 우리를 따라다니던 ‘사생팬’이 갑자기 마음을 바꿔 다른 아이돌 그룹 연습실 앞을 서성거릴 때는 솔직히 마음이 아팠다. 그들이 눈에 보여야 안심이 될 때도 있다”고까지 말했다. 해당 아이돌 그룹 소속사 매니저 역시 당시에 “수많은 팬을 거느린 아이돌 그룹이라면 모를까, 신인 그룹에게는 소수지만 열렬히 쫓아다니는 팬들이 소중하다. 기획사 역시 이들을 무시 못하는 이유가 이들까지 없으면, 멤버들이 의기소침할 수 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사생’ 활동 자체가 팬 본인에게나, 연예인 모두에게 득보다는 실이 많다는 것이 연예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우선 본인의 경우, 일부 아이돌 그룹 멤버들이 자신을 알아봐 준다고 하더라도 순간일 뿐이라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한다.

1년 전 본지의 ‘사생팬’ 관련 취재 인터뷰에 응했던 한 ‘사생팬’은 당시 “3주일 정도 집에 일이 생겨서 000(가수)의 숙소 앞에 못 갔어요. 3주 후에 ‘000가 내가 왜 안 왔었는지 궁금해 하지 않을까?’ 라고 생각하고 갔는데, 회사에서 나오던 000에게 ‘나 안 보고 싶었어?’라고 물으니 ‘누구세요?’라고 말하더라고요. 대학이며 고등학교며 다 포기하고 3년을 따라다녔는데. 인생을 허비한 거죠”라며 자신의 처지를 토로했었다. 결국 본인의 생활조차 챙기지 못하고, 연예인에 대한 맹목적 사랑은 스스로의 인생만 망칠 뿐이다.



경제적인 손실 역시 만만치 않다. 앞서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도 일부 거론했지만, 연예인을 쫓아다니기 위한 비용은 상상을 초월한다. 택시비로 수십만 원을 사용하는 것은 물론, 카메라 등 고가의 장비 역시 마련한다. 실제로 공항이나 팬사인회 등의 취재 현장에는 일선 사진기자 뺨치는 고가의 장비로 연예인들을 촬영하는 팬들이 적잖이 보인다.

장기적으로 손실이 큰 것은 연예인에게도 마찬가지다. 신인 연예인 때에는 이들 ‘사생팬’이 소중한 존재일지 모르지만, 언제든 자신들에게 ‘독’이 될 수 있다. 앞서 JYJ의 사례 뿐 아니라, 연예인의 이미지 자체를 끌어내리려는 시도까지 이어지기 때문이다. 실제 일부 팬들은 ‘사생’의 대상을 바꾸는 순간, 기존에 좋아하던 아이돌 그룹의 치부를 인터넷 등에 공개해, 현재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 그룹이 더 유리하게 하려고 한다. 아이돌 그룹에 대한 문제가 제기될 때마다, 팬클럽 사이에 음모론이 거론되는 것도 이러한 것에 기인한다.

‘사생팬’에 관한 논란이 일 때마다, 연예계 관계자들이나 교육계 관계자들은 ‘팬심’이 바뀌어야 된다며, 일방적으로 팬들에게 책임을 전가한다. 그러나 이들을 이용하는 이들도 기성세대이고, 이들을 비판하는 이들도 기성세대라는 점에서 팬 문화가 바뀔 수 있도록, 기성세대에서 큰 틀에서 논의가 시급한 시점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유명준 기자 neocross@kukimedia.co.kr / 트위터 @neocross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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