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人터뷰] ‘시체’ 이범수 “단 한 명 관객만 봐도 부끄럽지 않은 작품”

[쿠키人터뷰] ‘시체’ 이범수 “단 한 명 관객만 봐도 부끄럽지 않은 작품”

기사승인 2012-04-09 12:09:00

[인터뷰] 코믹한 모습부터 진지한 모습까지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고 매번 맡는 캐릭터를 ‘제 것’으로 소화하는 배우 이범수.

드라마 ‘외과의사 봉달희’ ‘온에어’ 등을 통해 지적인 카리스마를 발산한 그는 최근 종영한 SBS 드라마 ‘샐러리맨 초한지’에서 개성 강한 유방 역을 선보이며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지난달 29일에 개봉한 영화 ‘시체가 돌아왔다’(감독 우선호, 제작 씨네2000)에서는 매사 이성적이고 치밀한 연구원 현철 역을 맡아 또 다른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시체가 돌아왔다’는 시체가 사라졌다는 독특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하는 코미디 영화다. 아버지를 혼수상태에 빠지게 한 회장 일행에게 돈을 뜯어내기 위해 복수를 준비하는 동화(김옥빈)를 중심으로 현철(이범수)과 진오(류승범)가 회장의 시체를 훔치려 한다. 하지만 다른 목적으로 시체를 찾는 회장 일행, 국정원 직원들과 충돌하며 쫓고 쫓기는 추격전을 벌인다.

시체 도둑이라는 독특한 설정과 개성 강한 캐릭터들의 적절한 강약 조절은 극이 흐름을 잃지 않고 한줄기로 흘러갈 수 있게 한다. 특히 류승범의 ‘똘끼’ 충만한 연기는 영화의 재미를 한껏 끌어 올리고 이범수는 탄탄한 연기력으로 다소 산만할 수 있는 영화에 중심을 잡았다.

상대적으로 튀는 역을 맡은 류승범이 영화에서 가장 큰 주목을 받은 것은 사실이다. 이범수에게도 제법 어울리는 캐릭터인데 내심 서운하거나 아쉬운 점은 없었을까.

“제가 코미디 연기에 일가견이 있다는 것은 관객들이 다 알 것입니다. ‘샐러리맨 초한지’에서도 유방을 했던 사람이고 할 줄 몰라서 못한 게 아니기에 아쉬움은 없습니다. 좋은 연기라는 것은 한순간의 맛깔스러운 것에 좌지우지되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기에 제 캐릭터와 연기에 만족합니다.”




물론 밋밋한 캐릭터에 대한 부담은 있었다. 하지만 그는 ‘조용한 캐릭터를 임팩트 있게 표현하는 것’을 하나의 도전 과제로 삼았다.

“과거에는 자극적인 캐릭터를 좋아했고 앞으로도 좋아하겠지만, 이번에 맡은 역은 새로운 시도였습니다. 튀는 캐릭터가 아닌데 충분한 존재감을 살리고 싶었죠. ‘그 영화 재밌는데 이범수는 왜 그랬대?’라는 말을 들으면 아쉬움이 남아요. 그런 말을 듣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했고 그만큼 잘 표현된 것 같아 기분 좋습니다. 축구에 비유하자면 예전에는 공격수가 돼 득점을 노렸고 이번에는 든든한 리드필더가 돼 더 좋은 위치에 있는 선수에게 패스하는 그런 입장이라고 할까요(웃음).”

국내에서는 잘 선보이지 않았던 독특한 코미디 장르이고 신인 감독의 작품이기에 영화를 선택하는 데 있어 많은 고민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우선호 감독에 대한 믿음으로 작품을 택했고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데뷔하는 감독과 함께 한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부담일 것입니다. 저 역시 우 감독님에 대한 걱정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준비해가는 과정에서 믿음을 느꼈습니다. 시나리오를 USB와 함께 줘 받았는데 그 안에 매 신마다 어울리는 음악이 담겨있더군요. 시나리오를 읽을 때 감정이입이 더 잘 되게끔 도와준 거죠. ‘작품이 완성된 다음에 끌고 나갈 음악도 계산하고 있구나’라는 신뢰를 얻었고 이 작품을 택했습니다.”




영화는 기대 이상의 만족감을 안겼다. 그는 “관객이 한 명만 든다고 해도 부끄럽지 않다”며 작품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소위 말하는 오락영화, 코미디영화라고 하면 말장난에 의존하고 배우의 개인기로 웃음을 유발하는 것이 재미의 전부가 됩니다. 하지만 ‘시체가 돌아왔다’는 뻔한 웃음 코드가 아닌, 코믹 영화임에도 세련된 느낌이 있습니다. 완성도가 있는 오락 코미디영화가 탄생한 것 같아 기분 좋습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한지윤 기자 poodel@kukimedia.co.kr / 사진=이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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