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국제영화제] 윤여정 “언제 해 보겠나, 백금옥 여사의 오만함을 즐겼다”

[칸국제영화제] 윤여정 “언제 해 보겠나, 백금옥 여사의 오만함을 즐겼다”

기사승인 2012-05-25 17:43:00

[쿠키 영화] 24일 오후 5시 30분(프랑스 현지시간) 제65회 칸국제영화제가 열리고 있는 니스 해변에 마련된 영화진흥위원회 부스에서 경쟁부문에 진출한 한국영화 ‘돈의 맛’의 배우들을 만났다.

극중에서 대한민국 최고의 재벌로 그려지는 백 회장의 딸 백금옥 여사를 맡아 재력을 가진 여성의 파워와 냉혹함을 보여 준 배우 윤여정은 박숙 교수 역으로 출연한 홍상수 감독의 ‘다른 나라에서’도 경쟁부문에 진출한 터라 ‘칸의 여인’으로 불려도 손색이 없다. 경쟁부문에 진출한다는 의미는 작품상 격인 황금종려상부터 감독상, 각본상, 남녀주연상 등의 후보에 함께 오르는 것이다.

예순을 훌쩍 넘긴 배우 윤여정은 이에 대해 “칸의 여인은 무슨. 운이 좋았죠. 오래 살아서 이런 영광을 다 본다, 너무 다행이다 생각해요”라고 답했다. 수상을 기대하냐는 질문에는 “22개 작품이 뽑혔어요. (후보에) 오른 것으로 만족해요, 상까지 생각할 만큼 제가 욕심이 만만하지 않아요. 그렇게 욕심이 많았으면 재벌 됐겠죠. 이것만으로도 행복해요”라고 밝혔다.

‘다른 나라에서’로 세계 여러 나라 언론들과의 인터뷰며 레드카펫과 프리미어상영 등 여러 일정을 소화하고 이제 다시 ‘돈의 맛’으로 각종 행사 일정을 시작한 터라 매우 피곤해 보였지만 여주인공답게 인터뷰에 적극적으로 임했다.

“‘다른 나라에서’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엔 비가 오고 추웠어요. (‘다른 나라에서’에 함께 출연한) 이자벨 위페르는 홈그라운드의 이점을 살려 원피스를 입고 왔는데, 저는 이미 다 준비해 둔 의상이었던 터라 긴 드레스 입어서 좀 성가셨죠. 그래도 (유)준상이가 우산을 잘 받쳐 줘서 비 안 맞고 잘 걸었어요. 계속 비 온다더니 ‘돈의 맛’ 팀 오니까 날씨가 맑아져서 좋네요.”

윤여정은 예순을 훌쩍 넘긴 나이에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칸 경쟁부문에 두 작품이 진출한 것뿐 아니라 드라마도 ‘넝쿨째 굴러온 당신’과 ‘더 킹 투 하츠’에 함께 출연하며 주목받고 있다. 특히 ‘돈의 맛’에서는 후배 배우 김강우와 정사 장면을 연기했다. 촬영 당시를 전하는 모습이 마치 소녀 같다.

“임상수 감독이 내가 대사를 두 번씩 했다고, 길게, 오래를 길게 길게, 오래 오래라고 했다고 놀리고 하던데 사실이에요, 당황했어요. 나도 생전 처음 하는 경험이고, 노련하게 리드해야 하는데 정신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일을 그르치게 된 건가 봐요.”

윤여정은 한 치의 오차 없이 감독이 준 대사대로 원하는 대로 연기하는 배우라 좋아한다, 임상수 감독의 말이다. 그런 배우가 대사를 두 번씩 했으니 화제에 오른 것이다.

배우 윤여정은 극중 이름 백금옥에 얽힌 에피소드도 소개했다. “영화 ‘하녀’를 촬영할 당시의 제 매니저 이름이에요. 제가 그렇게 정한 건 당연히 아니고, 임상수 감독이 기억해 뒀다가 이번에 이렇게 정했더라고요. 강우가 맡은 ‘영작’도 임 감독의 장모님 조남이라고 해요. 그 이름이 고전적이라 좋다고 그러더라고요.”

윤여정은 백금옥을 즐겼단다. “평생에 내가 이런 거를 언제 해 보겠나 하는 마음으로 했어요. 앞으로 제가 갑자기 재벌이 되겠어요? 안 되지. 내가 하는 대사들, 그 오만한 것들 평소에 못해 봤는데 해 보니까 재미있더라고요(웃음).”


4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연기를 해 온 그이건만 연기를 바라보는 시선은 겸손했다. 후배들의 연기에 대해서도 가볍게 바라보지 않았다. “신선함 대 익숙함, 노련함이랄까. 내가 후배들처럼 해도 안 되고, 후배들이 구식으로 연기해도 안 되고요. 누가 더 잘한다, 연기에는 정답이 없어요.”

그는 이어 “다만 출연이 많고 하다 보니, 제가 아직도 안 했던 역할을 하려고 노력해요. 고 앞에 했던 것은 안 하려고 하고요. (새로운 걸 하고 싶다는 맥락에서) 50대에 할머니를 해 보고 싶었어요, 그 때부터 할머니를 자주했어요. 어떤 작가들은 수개월 동안 할머니로 보여지는 것에 대해 미안해
하기도 했는데, 저는 겁나는 게 별로 없는 사람이에요. 할머니로 보이는 게 뭐. 난 괜찮다, 괜찮아 하면서 했던 게 바로 (김)강우의 처제가 주인공인 드라마 ‘굳세어라 금순아’였어요.”

할머니 역을 오래 했음에도 동안이어서 그런지 어려 보인다며 동안의 비결을 묻자 “관리하는 거 아무 것도 없어요. 거죽이 언뜻 보면 젊어 보이는 거지, 계속해서 일을 한 영향일 뿐이에요”라고 손사래를 쳤다.

27일 폐막하는 칸국제영화제에서 나이를 잊은 배우 윤여정의 파격적 ‘돈의 맛’ 연기가 어떤 평가를 받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칸(프랑스)=국민일보 쿠키뉴스 홍종선 기자 dunastar@kmib.co.kr
홍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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