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꿈을 잊고 사는 사람들을 향한 깊은 울림…‘맨오브라만차’

[리뷰] 꿈을 잊고 사는 사람들을 향한 깊은 울림…‘맨오브라만차’

기사승인 2012-07-16 15:40:01

"[쿠키 문화] 뮤지컬 ‘맨오브라만차’(Man of La Mancha))는 스토리로만 봤을 때 그다지 어려운 뮤지컬은 아니다. 세르반테스의 소설 ‘돈키호테’를 원작으로 하기에, 이미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친숙하다. 두꺼운 원작을 다 읽어보지는 않았을지언정 ‘어린이용 돈키호테’나 만화로 이미 접한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친숙한 스토리가 어느 배우를 통해, 어떤 진심으로 관객들에게 다가 가냐에 따라, 뮤지컬의 질은 확연히 달라진다. 물론 여타 다른 뮤지컬 역시 이런 면이 없지 않다. 하지만, 이상주의자이면서도 꿈을 좇아 자신의 길을 묵묵히 가는 돈키호테의 모습은 관객들에게 적잖은 공감대를 불러일으킨다는 면에서, 다른 뮤지컬이 갖고 있는 재미나 영웅의 이야기와는 사뭇 다르다.

스토리는 이렇다. 스페인의 어느 지하 감옥. 세르반테스는 신성모독죄로 이 감옥에 끌려온다. 종교재판을 기다리던 세르반테스는 감옥 안에서 즉흥극을 벌이며 동료 수감자들 앞에서 자신을 변론한다. 즉흥극의 주인공은 라만차에 살고 있는 알론조. 기사 이야기를 너무 많이 읽어 자신을 돈키호테라는 기사로 착각한 그는 풍차를 괴수 거인이라며 달려들고, 여관을 성으로 착각한다. 물론 여관 주인은 그에게 성주로 비춰진다. 또 돈키호테(알론조)의 눈에는 거리의 여자 알돈자도 아름다운 공주 둘시네아로 보인다.

극 초반에 알돈조의 이런 모습에 관객들은 웃는다. 무대 위에서 뿐 아니라, 관객들에게까지 알돈조는 우스개 대상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현실과 상상이 뒤죽박죽 되어버린 이 노인에게 처음부터 쉽게 감정이입이 되기는 어렵다. 그러나 알돈조가 기사 돈키호테로서의 모습을 보이며, 그 진심이 전해질수록 관객들은 무대 위 모습과 자신이 처한 현실을 동일시시키는 체험을 하게 된다.

“가장 미친 짓은 현실에 안주하고 꿈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외치는 돈키호테가 “그 꿈을 이룰 수 없어도, 싸움 이길 수 없어도, 길은 험하고 험해도, 정의를 위해 싸우리라, 사랑을 믿고 따르리라”로 시작되는 명곡 ‘이룰 수 없는 꿈’을 부를 때면, 어느 새 가슴 속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무엇인가를 느끼게 된다.

성인이 되면서 꿈 대신 현실에 안주하며, 어느새 자신이 무엇을 꿈꾸었는지도 잊어버린 사람들은 ‘미치광이 늙은이’였던 알돈조를, 어느새 자신의 꿈만을 향해 달려가는 위대한 기사 돈키호테로 인식하기 시작한다. ‘맨오브라만차’를 몇 번씩 본 이들이 여전히 발길을 극장으로 옮기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다보니 돈키호테가 거울의 기사를 통해 초라한 자신의 모습을 인지하고 알론조로 돌아오는 장면에서 관객들 역시 안타까운 탄식과 슬픔을 같이 느낄 수밖에 없게 된다.

‘맨오브라만차’가 깊은 공감대를 선사하는데 배우들의 역량도 크다. 배우가 진심으로 꿈과 이상에 대해 느끼지 않는다면, 관객들 역시 고스란히 돈키호테의 모습을 연기로만 받아들이게 된다.

그런 면에서 “돈키호테의 모습을 보면서 나의 꿈이, 이상이 현실에 안주하고 살지 않나 되돌아보게 된다. 인생에서 굉장히 큰 작품인 것 같다. 생각하면 할수록 어렵고 고개가 숙여지는 작품”이라고 말한 황정민의 무대 위 진심은 ‘맨오브라만차’를 보다 더 풍성하고 가슴 울리는 작품으로 만들어 냈다.

황정민 외에 서범석, 홍광호가 번갈아 가며 무대에 오르는 뮤지컬 ‘맨오브라만차’는 오는 10월 7일까지 서울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유명준 기자 neocross@kukimedia.co.kr / 트위터 @neocross96


[인기 기사]

▶ 조관우, 지인에게 목 찔려…100바늘 꿰매

▶ 남궁민 “故 최진실 덕으로 데뷔하게 됐다”

▶ ‘모델돌’ 나인뮤지스, 아리따운 자태들~

▶ 공서영, XTM 이적…“넘버원 야구 프로그램 만들 것”"
유명준 기자
neocross@kukimedia.co.kr
유명준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