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사람들은 누구나 선입견이 존재하며, 관객(혹은 소비자)의 평가를 냉정하게 받는 대중문화계도 여기서 벗어날 수 없다. 아무리 팬덤이 강력한 아이돌 멤버라도, 스크린이나 무대에서 연기를 한다고 하면 사람들은 티켓을 구매하기가 망설여진다. 좋아하는 것과 소비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경험이 쌓이고 입소문을 통해 좋은 평판을 받으면, 그때서야 사람들은 지갑은 연다. CF나 브라운관에서 제법 배우라 하더라도, 스크린에서 종종 부진한 성적으로 비판받는 것도 이러한 이유다.
박진영이 또한번 도전에 나선다. JYP 엔터테인먼트 수장으로서 오랜 기간 가요계에 몸담은 박진영은 드라마 출연과 예능 등에 모습을 보이며, 다양한 영역에서 늘 새롭게 자신의 모습을 보였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영화 ‘500만불의 사나이’를 통해 영화배우로서 변신한다. 생 초짜 신인이다. 물론 박진영을 바라보는 시각 역시 그다지 좋지는 않다. 아이돌 위주의 가요 시장을 이끌며, 연기에 대해 입증되지 않은 이가 떡하니 주연 자리를 꿰차고, 관객들 앞에서 서기 때문이다.
그러나 박진영은 이번 영화에서 “투자한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가 가는 것이 두려울 뿐, 내가 혹평을 받는 것은 두렵지 않다”며 이번 스크린 도전을 통한 개인에 대한 평가는 냉정히 받아들이겠다는 자세를 취했다.
인터뷰를 위해 만난 박진영에게 던진 첫 질문은 당연하게 “왜 영화배우를 하고 싶었는가”였다.
“출연 제의가 들어와서요. 저는 제 자신을 못 믿어요. 그런데 천성일을 믿었어요. 이 친구가 나에게 할 수 있다고 하니까, 저도 ‘아 내가 할 수 있구나’라고 생각했어요. 물론 이전에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재미있을 것 같기도 했지만 자신이 없었어요. 시사회 때
처음 큰 화면으로 봤는데, 그때도 계속 긴장 상태였어요. 저는 저에게 악평이 쏟아지며, 다음에는 하지 말라는 평가가 나올까봐 겁을 먹었는데, 다행히 그런 말은 별로 없더라고요.”
실상 박진영의 연기에 대해 후한 점수를 주기는 어렵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그가 배우로서 신인임을 감안하면, ‘연기가 어색하다’고 혹평을 하기도 어렵다.
“‘날 떠나지마’와 ‘너의 뒤에서’가 제 첫 앨범에 있었는데, 당시에 노래를 못했어요. 그런데 지금 들으면 뭔가 좋은 게 있는 거예요. 이번 영화도 못했지만, 나중에 돌이켜보면 이 첫 영화에만 있는 어떤게 있다고 생각해요. 또 진심으로 하면 된다고 생각해요. 우리 주변에 노래를 잘 못하는 친구지만, 듣기에는 좋은 친구들이 있어요. 이번 영화가 목표가 그거였어요. 테크닉은 부족하지만, 진심으로 하면 사람들이 볼 것이라고 생각했죠. 그리고 그런 마음을 먹은 것이 다른 인터뷰에서 이야기했지만, 공옥진 여사님의 공연을 보고나서죠. 2시간 동안 노래하다 연기하다 하셨는데, 멜로디가 붙어있으면 노래고, 없으면 연기더라고요. 옛날 딴따라들은 둘 다 잘했잖아요.”
박진영은 극중 5백만불 돈 가방을 든 특급 도망자 최영인 역을 맡았다. 상사에게 배신당하는 과정에서 다소 어리바리한 모습도 보인다. 극 중간에 박진영이 ‘공기’를 언급한 것과 “나는 전직 댄스가수였어”라고 말한 것은 제외하고는 사실상 가수 및 프로듀서 박진영과 극중 캐릭터를 연결시킬 고리는 없다. 여기서 사람들의 평가는 일부 갈린다. 썩 괜찮은 판단이었다는 사람들과 기존의 모습을 십분 살리는 것이 어떠냐는 것이었다.
“(천)성일이가 저를 데리고 저런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아요. 저도 성일에게 차라리 제가 잘 할 수 있는 것을 하면 어떻겠냐고 물어봤죠. 그런데 돌아오는 답변이 재미없다는 것이었어요. 사실 걱정됐거든요. 내가 과연 그런 연기를 잘할 수 있을까 하고요.”
박진영의 연기에 대해서는 아주 뛰어나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이는 본인도 잘 안다. 그러나 더욱 그러한 것디 도드라진 이유는 그를 둘러싼 배우들의 역량 때문이다. 조희봉, 조성하, 조진웅, 오정세 등 쟁쟁한 내공을 가진 배우들이 등장한다. 말 몇 마디와 표정으로 사람들을 웃기고 울리는데 뛰어난 역량을 가진 이들 사이에서 박진영은 더욱 신인처럼 보였다.
“저는 그게 훨씬 좋다고 느꼈어요. 뭔가 딱 짜여진 사람들 사이에 제가 있는데, 그 사이 엉성하고 어설픈 모습이 제 캐릭터로 되어버린 느낌이죠. 다들 너무 정확하고 각 잡힌 연기를 하니까요.”
그래도 한편으로 박진영이라는 주연 배우를 우선 내세운 영화인데, 자칫 개성 강하고 연기력 좋은 베테랑 연기자들 사이에서 박진영의 캐릭터가 죽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제 얼굴이 죽을 수 있는 얼굴이 아니잖아요. 어디 데려다 놓고 보세요. 죽게 생겼나.(웃음) 그리고 감정을 가짜로 하지 않는 이상 죽을 수 없다고 봐요. 저는 4분짜리 영화를 200편 찍어봤어요. 그때가 새로운 역할이고 주인공이었어요. 어떤 사람을 진짜 나라고 믿는 것은 누구보다 자신 있어요. 순간순간 조성하 선배가 어떻게 치든, 저도 더 치려했고, 상황에 밀리는 것이 아니라 이 상황이 진짜 나라고 느끼고 연기를 했죠. 제가 원래 어디에 집중하면 카메라고 뭐고 하나도 안 보이거든요.”
민효린과의 호흡은 더욱 극단의 평가를 받기 충분했다. 아직 신인인 민효린과 본격적인 영화 연기는 처음인 박진영이 커플로 나와 자칫 스크린에서 불안감을 느끼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영화에서도 박진영과 민효린의 서로의 호흡을 주고받음에 있어서 어색함이 느껴졌다. 물론 일부에서는 한쪽이 일방적으로 리드해 나가지 않는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효과라고 평하기도 한다.
“맞는 이야기에요. 그런데 풋풋한 느낌이 좋았던 것 같아요. 영화에 출연하는 기성세대와 다른 우리 둘이 있을 때의 느낌이랄까요. 그래서 다음 영화는 이영애 씨 등 이런 분들과 함께. 물론 안 하시겠지만요. (웃음) 그런데 이런 것은 있어요. 저는 항상 상대방이 잘하면 제가 진짜처럼 느껴서 더 잘해요. 상대방의 올라가면 제 몰입도나 감정이 세져요.”
영화는 지난 11일 언론시사회와 동시에 연예인들이 참석한 VIP시사회를 가졌다. 여기에는 JYP 소속 아티스트들은 물론 배용준 등 평소 친한 연예인들까지 대거 등장해 박진영에게 힘을 실어줬다. 이들의 입에서 나온 영화에 대한 평가는 어떠할까.
“용준이는 딱 첫 마디가 ‘나는 네가 정극의 센 캐릭터, 강한 캐릭터를 하는 것을 보고 싶다’였어요. 소녀시대는 문자로 칭찬을 많이 했는데, 진짜인지는 모르겠어요. 뭐 저에게 나쁜 이야기를 하겠어요?(웃음). 그런데 아마도 영화를 좋게 보는 이유가 기대치를 낮게 하고 봐서 그런 것이 아닌가 싶어요.”
박진영은 다시 영화 출연 제안이 들어오면 무조건 하겠다고 했다. 그 이면에는 그동안 아티스트로 혼자서 작업을 하던 것을 떠나, 항상 모든 사람들이 가족처럼 모여서 작품을 만드는 영화라는 매체에 대한 매력에 빠져서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5백만불의 사나이’보다는 훨씬 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붙어서다. 장면 장면이 아닌, 전체를 읽은 방법을 알았기 때문이다.
“가수의 실력이 제일 많이 느는 때가 1집하고 2집 사이에요. 한번 해보니까 떨림과 불안감이 없어지는 거죠. 다시 영화를 찍으면 잘할 수 있을 거예요. 뭐가 다르냐면, 우선은 완성된 그림을 머리에 붙일 수 있을 것 같아요. 지금은 순서대로 안 찍으니까 돌아버리겠더라고요. 노래는 1절 부르다, 2절 부르다 다시 1절 부르지 않잖아요. 영화는 솔직히 이때의 내 감정이 뭔지 모르겠더라고요. 전체 조합에서 부분 부분은 잘했다고 생각했는데, 붙여놓으니 안 맞더라고요. 이제는 영화를 찍게 되면 한 편을 머리 속에 넣고 할 것 같아요.”
국민일보 쿠키뉴스 유명준 기자 neocross@kukimedia.co.kr / 트위터 @neocross96
사진= 이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