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Z 人터뷰] 스물다섯 윤하 “저 달라졌죠?”

[Ki-Z 人터뷰] 스물다섯 윤하 “저 달라졌죠?”

기사승인 2012-07-28 12:58:01

[인터뷰] 가수 윤하(본명 고윤하)가 자기 자리로 돌아왔다. 1년 6개월 만이니 꽤 오랜 시간 외전 곳을 떠돌아다닌 셈이다. 그 시간 윤하는 힘든 시기를 맞이하기도 하고, 동시에 치유의 시간도 가져봤다. “내가 왜 여기있지”라는 생각은 윤하는 더 여유롭게 단단하게 만드는 초석을 만들었다. 4집 ‘슈퍼소닉’(Supersonic)은 그렇게 때문에 소중하다.

가수로서 무대에 오르지 않는 시간에 대중들이 윤하는 만났던 공간은 라디오였다. MBC 표준FM ‘별이 빛나는 밤에’의 DJ였던 윤하는 나이에 걸맞지 않은 편안한 목소리로 청취자들의 밤을 책임졌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윤하 본연의 자리는 아니었다. 팬들은 궁금했다. 왜 이리 그녀의 컴백이 오래 걸리는지. 이미 언론을 통해 알려진 전 소속사와의 분쟁 상황도 알지만, 그 외적인 상황보다 윤하의 내적이 심정에 더 관심이 갔다.

“정리가 되고 나오고 싶었어요. 분쟁에 휘말려 있는데, 내가 노래하는 모습이 경제적으로 절박해서 영리를 추구하는 목적으로 보인다든지 그런 게 너무 싫었어요. 내 팬들이 그런 모습을 원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도 않았고요. 내가 무대에 올라가고 싶다는 생각을 못 견뎌서 무대에 서는 것은 굉장히 이기적이라고 생각했죠. 주변에 잊혀진다고 자꾸 말하니 오기도 생겼지만, 소송 중인 윤하가 컴백했다라는 가십으로 제 음악을 쓰이는 것은 싫었어요. 다 정리되고 깔끔하게 ‘내가 어땠다’라고 이야기를 할 수 있을 때 하자고 생각했죠. ‘그때까지 못 기다려 주시면 어떡하지?’라는 조급함도 있었죠. ‘별밤’에서 가수들이 신보 들고 나오면 진짜 미칠 것 같았어요. 내가 여기 있어야 될 자리가 아닌데, 내 본업은 저기인데, 빨리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윤하는 무대에 대한 떳떳함을 거듭 강조했다. 컴백할 수 있는, 팬들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여러 차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윤하는 팬들 앞에서 자신 있는 노래를 부르고 싶어서 그런 개인적 갈망을 접고 또 접었다. 그리고 폭발했고, 즐겼다.

“노래를 할 수 있고, 팬들도 만날 수 있어서 요즘은 다 재밌어요. 예전에는 스케줄이 있을 때 놀고 싶고, 늦잠도 못 자고 하는 것에 대해 불만도 있었는데, 쉬면서 리프레쉬(refresh)된 것 같아요.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었구나라고 생각하면 즐겁죠. MBC ‘아름다운 콘서트’ 녹화를 하는데, 예전에 보이지 않던 스태프 얼굴 하나하나, 관객석이 모두 보이더라고요. 더 절박해져서 그런 것 같아요. 생각이 많이 바뀌었죠.”

윤하의 이번 앨범에는 총 12곡이 담겨져 있다. 오랜만의 앨범이라 욕심도 있었겠지만, 미니앨범이나 디지털 싱글을 내는 요즘 분위기로 봐서는 무리수라는 생각도 일면 들었다. 그러나 윤하의 이야기를 담은 꽉 찬 곡들을 듣다보면, 12곡은 순식간에 사람들을 매료시킨다. 앨범 명 ‘슈퍼소닉’처럼 속도감 있게 말이다.

“단어에서 오는 차원이 다른 느낌이 있었어요. 세상에서 가장 빠른 것이 뭐지라고 생각하고 초음속이라는 단어를 찾았죠. 그런데 ‘슈퍼소닉’이라는 곡이 1년 반전에 만든 곡이라 사실 굉장히 느렸던 셈이죠.(웃음) 곡을 만들면서 공연에서 같이 호흡할 수 있는 것들을 준비했어요. 노래를 만들면서 항상 무대 위에 있는 상상을 했죠.”

독특한 것은 타이틀곡 ‘런’(RUN)이다. 그동안 싱어송라이터로로 자신의 이름으로만 앨범 크레딧을 채우던 윤하는 이번 타이틀곡은 자신의 이름을 걸지 않았다. 그동안의 공백에 따른 변화였고, 한층 성숙해진 모습이었다.

“싱어송라이터라는 말을 들으면 그동안 부담스러웠어요. 공동 작업을 하면서 많이 느낀 것이 내가 생각한 걸 나만이 다 표현할 수 있는 건 아니구나라는 거예요. 내가 생각한 걸 교감하면서 찾아갈 수 있는데, 그것을 많이 몰랐던 것 같아요. ‘윤하가 생각보다 참여를 많이 안했다’ ‘크레딧에 많이 없다’ 이런 이야기도 있지만, 의도한 대로 앨범이 잘 나왔고, 이제는 방법을 찾은 것 같아서 기뻐요.”

공동 작업의 결과는 윤하의 음악적 완성도만 높인 것이 아니다. 윤하의 내적 변화도 크게 일으켰다.

“크레딧의 압박감, 내가 더 참여해야 한다는 스트레스. 생각해보면 이런 것이 왜 중요하지? 음악이 더 중요하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휴식기가 없었으면 무슨 생각을 하고 살았을까 무서워요. 저한테는 마이너스 에너지가 많았죠. 오기라던가, 자격지심이라던가. 걸 그룹을 이기는 솔로가수가 되어야지라는 생각에 경락도 받고, 관리도 했죠. 그런데 스물다섯에 저 아이를 이길거야라고 생각하면 추하더라고요.(웃음) 쉬면서 제가 놓쳤던 작은 것들을 생각하게 됐고, 기회가 주어진다면 즐거운 줄 알고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었죠.”

오랜만에 활동이기에 즐거운 느낌으로 팬들과 만나기도 하지만, 동시에 ‘오랜만의 앨범’이기에 무엇인가 얻어내야겠다는 생각도 들 법 했다. 앨범을 통해 윤하가 얻고 싶었던 것이 있었을까.

“어떤 결과가 나오고, 어떤 순위가 됐으면 좋겠다라는 생각보다는 내가 빨리 앨범을 내고 내가 누렸던 것들, 내 자리에 빨리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죠. 무대에서 박수 받고, 관객들과 눈을 맞추고 그런 것들을 빨리 하고 싶었죠. 진짜 그게 다였어요. 이 앨범을 만들면서 솔직하게 써 내려갔던 자전적인 이야기들이나, ‘달려라 하니’처럼 열심히 살아왔던 기록을 들으시면서 위로를 받으셨으면 좋겠어요. 그러한 모습을 보고 또 제가 위로 받을테니까요.”

윤하는 새로운 시작점에 서면서 또한번 마음가짐이 바뀌었음을 강조했다. 달리기로 치면 예전에는 ‘또 가야돼? 어떻게 가지?’였다면 이제는 ‘또 한번 뛰어볼까’로 수동에서 능동으로 체질 변화를 가졌다. 그러면서 이제는 팬들도 자신을 그렇게 즐겁게 봐줬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사람들이 기대하는 사람이 아닌데 라고 생각하면서 많이 좌절했어요. 대중들이 만들어진 제 오뚜기 같은 이미지가 실제로 절 그렇게 만들었어요. ‘여기서 꺾이면 윤하가 아니지’라는 생각, 그런 것이 없었다면 계속 마이너스적인 에너지를 가지고 있었을 것 같은. 이제는 고생의 아이콘, 역경을 이겨내고 이런 거 그만 봐주셨으면, 그냥 음악 즐겁게 들어주셨으면 좋겠어요. 예전에는 어른스러워 보이고 싶었지만, 이제는 제 나이대로 봐주셨으면 좋겠고요.”

사진=위얼라이브

국민일보 쿠키뉴스 유명준 기자 neocross@kukimedia.co.kr / 트위터 @neocross96
유명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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