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人터뷰] 길미 “4년동안 앨범내고 무대 오르는 것에 감사”

[쿠키人터뷰] 길미 “4년동안 앨범내고 무대 오르는 것에 감사”

기사승인 2012-08-03 08:58:01

[인터뷰] 길미라는 존재를 처음 안 것은 2007년 5월이었다. 당시 서울 대학로 ‘스튜디오 76’에서 양동근이 첫 연출해 화제를 모았던 연극 ‘관객모독’의 프레스콜 현장에, 그다지 크지 않은 키에 스타일시하면서도 당찬 여배우 길미는 관객들과 배우들에게 ‘대차게’ 대사를 쏟아냈다. 그때까지만 해도 연극계에 꽤 괜찮은 신인이 들어왔다고 생각했다.

그로부터 2년 후. 길미는 은지원과 손잡고 디지털 싱글 앨범을 발매하며 본격적인 가수의 길을 걷기 시작한다. 즉 2007년에 내가 본 길미는, 가수의 길을 걷다가 양동근 때문에 잠시 다른 영역에 와서도 한바탕 자기 역량을 쏟아낸 후 다시 자신의 길을 걷게 ‘여배우’가 아닌 ‘가수’였던 셈이다.

“원래 양동근 오빠가 당시 맡은 배역이 잘 어울릴 것 같다고 추천해주셨어요. 그때 대본이 너무 많고 단어들이 어려워서 고생했죠. 프레스콜 때 제가 하고, 첫 공연을 다른 언니가 하기로 했는데, 워낙 제가 처음이라 바꾸자라는 말까지 나왔죠. 아무도 저를 믿지 않았는데, 동근 오빠가 믿어주시더라고요. 결국 실수 없이 해냈죠. 제가 현장에 강한 편이거든요.(웃음)”

그런 길미가 2012년, 2년 만에 솔로곡 ‘내가 먼저’를 발매한다. 2010년 1집 앨범 ‘러브 액츄얼리’((Love Actually)이후에 줄곧 은지원, 미스터 타이푼과 함께 그룹 클로버로 활동을 해왔기 때문이다. 솔로에서 그룹으로 다시 솔로로 대중들과 만난 셈이다.

“사실 적응이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죠. 한 두 달 팀 생활이 아닌, 3명이서 무려 2년을 해왔으니까요. 제 스스로 잘할 수 있을까라는 부담감에 떨리기도 했지만, 할아버지(은지원, 미스터 타이푼)들이 없으니까 걸리적 거리는 것도 없는 것 같고.(웃음) 사실 오빠들이 무대에서 너무 잘 받혀줘서 제가 하기 편해서 혼자서 끌고가는 느낌이 어떨까라는 생각을 했었죠.”

길미는 갑자기 뚝 떨어져서 대중들과 만난 가수가 아니다. 10여 년을 가수를 준비했고, 그 와중에 다양한 일들을 하기도 했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기도 했고, 평범한 회사 생활도 했다. 노래를 부르긴 했지만, 스스로가 주인공이 아닌, 피처링을 해주는 것으로 늘 가수 뒤에 서야했다. 그래서 그가 자신의 첫 데뷔곡을 들고 음악 프로그램에 섰을때 그의 지인들은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었다. 길미가 고생한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 길미도 벌써 4년차 가수가 됐다.

“제가 25살 되기 직전까지는 음악으로 돈을 벌고 싶지 않았어요. 사실 공연을 가도 출연료가 10만원 20만원이었는데, 그거 벌자고 노래 시작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있었죠. 차라리 일반 알바로 돈을 벌자라고 했어요. 그러나 이후에 마음을 열고 보컬 강사고 하고, CM송에도 참여하고 피처링도 하니까 여러 사람들이 도움을 많이 주시더라고요. 그 와중에 연극도 한 거고요. 마음을 열고 긍정적으로 사니까, 삶이 달라지던데요.”

재미있는 것은 길미가 새 앨범을 낼 때마다 크든 작든 액땜을 한다는 것이다. 지난 2011년 9월 클로버의 새 뮤직비디오와 재킷 촬영을 앞두고 길미는 급성맹장염 수술을 받았다. 통상 수술 후 2박3일의 입원 후 3주간의 치료 및 요양을 해야 했지만, 길미는 실밥도 뽑지 않은 상황에서 26시간 뮤직비디오 촬영을 감행했다. 그러더니 이번에는 7월 11일 교통사고를 당했다. 물론 길미는 다치지는 않았지만, 하루 일정을 취소하는 등 휴식을 취해야 했다.

“맹장 터졌을 때는 진짜 황당했었죠. 촬영은 해야 했고 저 때문에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 실로 수술 부위를 꿰맨 채로 갔죠. 하루종일 밤을 샜는데, 뭔가 터질까봐 계속 고민하면서 촬영했어요. 진짜 전쟁터 같았죠.(웃음) 하지만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좋은 일이 생기려고 하는구나라고 생각해요. 이번에는 갑자기 기사화 되고 많이 알려져 저도 놀랐지만, 사실 크게 다치지 않았으니까요.”

최근에 등장하는 가수들에게 모두 해당되는 이야기지만, 올해 들어 이번 달이 가장 치열하다고 말한다. 대형가수들의 잇따른 컴백에, 올해 데뷔한 신인가수들도 연이어 후속곡을 내면서, 음악방송 출연하기도 힘들다고까지 말한다. 이는 길미에게도 해당된다. 특히 길미처럼 색깔이 강한 음악을 하는 이들에게는 현 가요 시장은 높은 벽이 존재한다.

“고민이 많죠. 인기가수가 아니더라도 대중들이 좋아해야 하는 음악을 해야 하니 타협점을 찾기도 해야 해요. 하지만 언제가 제 음악을 많이 들어주신다면, 그때는 제 진짜 음악을 하고 싶어요. 그리고 사실 나이가 먹으면서 여유가 생기더라고요. 제가 인지도를 올리기 위해 가수 생활을 하는 것이 아니니까요. 다른 사람과의 비교도 사실 무의미하죠. 지금은 4년 동안 앨범을 계속 내고 활동하면서 무대에 설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할 따름이죠.”

국민일보 쿠키뉴스 유명준 기자 neocross@kukimedia.co.kr / 트위터 @neocross96
유명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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