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Z 人터뷰] 민효린 “외모 때문에 거절당했던 사극, 무조건 하고 싶었다”

[Ki-Z 人터뷰] 민효린 “외모 때문에 거절당했던 사극, 무조건 하고 싶었다”

기사승인 2012-08-04 12:59:01

[인터뷰] 한 배우가 비슷한 시기에 두 영화를 동시에 출격시키며 입지를 다지기란 쉽지 않다. 지난해 영화 ‘써니’를 통해 스타덤에 오른 민효린은 올해 영화 ‘5백만불의 사나이’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동시에 주연 자리를 꿰차며 ‘민효린 전성시대’를 알렸다.

2009년 드라마 ‘트리플’에서 처음으로 주연을 맡았지만 낮은 시청률과 연기력에 대한 혹평 받은 이후 최대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셈이다. 또한 그동안 일방적으로 노출 화보와 CF에서만 두각을 드러내 모델 수준에서만 머물고 있는 연기자라는 평가에서도 일부 벗어나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민효린은 ‘5백만불의 사나이’에서는 데뷔 18년 만에 스크린에 도전하는 박진영과 호흡을 맞췄고,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는 차태현, 오지호 등과 함께 열연했다.

남자배우라는 점을 제외하고 두 영화에서 나타난 주연 남자배우들의 특징은 확연히 다르다. 연예계에 오래전에 데뷔했지만, 박진영은 스크린에서는 신인 배우다. 실제로 브라운관에서 보여준 그의 모습은 어설프기 짝이 없다. 다행히 캐릭터가 그와 유사하게 묻어났다. 그런 박진영과 호흡은 잘 맞았지만, 영화에서 드러나지는 않았다.

“‘5백만불의 사나이’를 찍으면서 진짜 일은 이렇게 준비해야 하는구나를 박진영 선배를 통해서 많이 알게 됐어요. 촬영할 때 사실 박 선배 때문에 긴장을 많이 했어요. 우리 배우들과 다른 기(氣)가 느껴졌고, 제가 JYP 연습생 이었기 때문에 더 긴장한 것 같아요. 그러나 둘의 호흡은 잘 맞았어요. 영화에서 편집이 되어서, 둘 간의 캐릭터를 설명하지 못해 아쉽지만요.”

이에 비해 차태현과 오지호는 연기 베테랑들이다. 각각 스크린과 브라운관에서 대표작을 어느 정도 갖고 있다. 민효린의 입장에서는 각각 다른 연기 호흡을 선보여야 하는 경험을 한 셈이다.

“차태현 선배와 오지호 선배는 연기적으로 계산이 되어 있는데, 저는 아직 그것을 모르니까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제가 물에서 나올 때 선배들이 ‘여기까지 오케이’ ‘여기까지만 쓸거야’라며 영화적인 부분을 고민하고 연기를 하시더라고요. 이런 에피소드도 있어요. 제가 영화에 검은 슈트를 입고 나오는데, 감독님이 저를 안젤리나 졸리로 생각하시는지 액션장면을 늘리시더라고요. 그래서 한번은 뛰어내리는 장면을 찍는데, 이미 촬영을 마치 차 선배님이 분장도 안 지우고 오셔서 사인이나 스텝들을 가르쳐 주시더라고요. 과거 강형철 감독님이 ‘차태현이란 배우랑은 반드시 작품을 한번 해봐야 한다’고 하셨는데, 그 말이 무슨 의미인지 알았어요.”

민효린은 두 영화에서 그동안 보여왔던 이미지와는 다른 모습을 보인다. ‘5백만불의 사나이’에서는 털털하고 여우같은 모습을,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는 섹시한 외모에 단아한 매력까지 뽐낸다. 사람들은 연기 폭이 넓어졌다고 할 수 있지만, 본인은 고개를 저었다.

“‘써니’에 비해서는 변화는 있죠. 그러나 이번 두 작품을 통해서 ‘이제 내가 인지도 측면에서 점프를 해야지’라는 생각은 안 가졌어요. 도리어 내가 잘하는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지 고민을 했죠. 저는 작품을 할 때 튀고 싶은 역을 맡고 싶다는 생각을 안했어요. 드라마 ‘로맨스 타운’을 할 때도 어느 분은 제 분량이 너무 적은 것이 아닌가라고 말을 하셨는데, 어떻게 보면 제가 스타트를 주인공으로 해서 그렇지, 사실은 현재의 제 모습을 봤을 때, 지금 제가 하고 있는 역들의 비중이 맞다고 생각해요.”

민효린의 캐릭터 변화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눈여겨 볼만하다. 민효린으로서는 첫 사극임에도 불구하고, 소화해 내야 하는 역할이 해녀다. 역할을 처음 접했을 때 당황했을 법하다. 그러나 사극에 대한 열망이 캐릭터에 대한 호불호 감정을 앞섰다.

“사실 저는 사극을 데뷔 때부터 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사극에 도전하고 싶다고 이야기할 때마다 감독님들이 외모가 서구적인 느낌이 들어서 안 어울릴 것 같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거기에 많이 좌절을 했죠. 그런데 사극이 들어온 거예요. 사실 제가 어릴 적에 수영장에서 빠져 죽을 뻔했기 때문에 수영장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역할을 하고 싶다고 했죠. 또 정통 사극이 아닌 퓨전 사극이기 때문에 저를 써주시지 않았나 싶어요. 제작발표회 때도 한복을 입고 등장하자고 홍보팀이 말했을 때 저는 적극 찬성했어요. 제가 한복 입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거든요. 그 정도로 사극을 하고 싶었죠.”



7월 19일에 개봉해 이미 극장에 걸린 ‘5백만불의 사나이’는 ‘다크 나이트’ ‘연가시’ 등의 강자들에 의해 아직 좋은 성적을 내지는 못하고 있다. 그러나 8월 9일 개봉하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여름 영화 중 기대작으로 손꼽히며 관객들을 기다리게 하고 있다. 민효린으로서는 만감이 교차될 시기다.

“요즘 ‘5백만불의 사나이’ 무대 인사를 다니면 포스터가 같이 붙어있더라고요. 사실 두 영화를 동시에 찍어서 둘 다 애착이 있어요. 어떤 영화를 더 좋아하고 그런 것은 없어요. 두 작품이 원래 개봉 시점이 달랐어요. ‘바람’은 여름이었고, ‘5백만불’은 가을이라고 들었어요. 그래서 신경을 안 썼는데, 갑자기 비슷한 시기에 개봉을 해서 기분이 묘하죠. 그러나 둘 다 이번에는 시간이 되는대로 무대인사와 홍보를 하러 다닐 예정이에요.”

민효린이 이번 두 영화를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은 사실 분명하다. 배우로서의 이미지다. 그동안 민효린은 좋든 싫든 ‘성형설’ ‘열애설’ 등에 휩싸였고, 노출 화보 등을 통해 배우로서의 이미지를 갖지 못했었다. 이미 수많은 인터뷰를 통해 해명하고, 배우로서 이미지를 정착시키기 위해 노력했지만, 대중들의 선입견은 쉽게 벗어나지 못했다. 이 두 영화는 그런 민효린에게 ‘써니’에 이어 또한번 든든한 지원군이 될 예정이다.

“사실 저는 연기를 시작할 때 톱스타가 되거나 돈을 많이 벌고 싶다는 생각을 안했어요. 단순히 일이 좋아서 할 뿐이었죠. ‘민효린’이라는 이릎 앞에 정직하게 살고 싶었는데, 그렇다고 해서 제가 손가락만 빨면서 연기할 수 없잖아요. 그게 현실이다 보니까, 그 중간에서 저는 지금 싸우고 있고 타협점을 찾고 있죠. 상업적인 모습과 배우로서의 모습. 그러나 분명한 것은 제가 알려져야 배우로서 캐스팅이 들어오고, 그래야 제가 배우로서 생활할 수 있다는 거죠. 지금 제가 찍은 모든 영화가 그래서 잘 됐으면 좋겠어요.”

사진=스타폭스

국민일보 쿠키뉴스 유명준 기자 neocross@kukimedia.co.kr / 트위터 @neocross96
유명준 기자
neocross@kukimedia.co.kr
유명준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