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주지훈이 돌아왔다. 보통 배우들이 오랜만에 작품을 하게 되면 사용되는 말인 이 ‘돌아왔다’가 주지훈에게는 좀더 넓은 의미로 사용됐다. 그만큼 우여곡절이 많았다는 것이다.
한동안 여의도와 충무로 기대주로 자리 잡았던 주지훈은 2009년 대마초 흡연 혐의를 인정한 뒤, 군에 입대해 자숙을 시간을 가졌다. 그 시간이 3년이 됐고, 주지훈은 어느새 30살이 됐다. 그리고 뮤지컬 ‘닥터 지바고’를 선택했지만, 성대 결절로 인해 무대에 오르지도 못한 채 하차한 후 조승우에게 그 자리를 넘겨줘야 했다. 화려하게 컴백할 것 같았지만, 시간을 다시 미뤄야 했다.
“사실 뮤지컬과 영화가 같이 가는 것이었어요. 사람들에게는 영화가 나중이지만, 이미 진행이 되고 있는 상황이었거든요. 지바고 연습에 집중하면서 영화도 감독님을 만나고 있었죠. 비록 뮤지컬을 하지는 못했지만, 저는 기운을 의도적으로 좋은 쪽으로 돌리려 해요. 지바고에 출연하지 못했는데, 신경 더 써봐야 소용없죠. 차라리 조금 더 한쪽에 집중을 하게 됐죠.”
주지훈은 여러 언론 인터뷰에서 당시를 회상하며 “무지했고 속이고 싶지도 않았다. 나중에 자식들이 물어봤을 때 떳떳하고 싶었다”고 거듭 말했다. 당시 조사에서 음성 판정이 나왔지만, 본인이 직접 사실을 거론한 것과 관련된 이야기다. 주지훈의 ‘솔직한’ 성격 때문이라기보다는 단순하게 하나의 상황 이 자신의 모든 것에 영향을 미친다는 생각 방식을 따르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였다.
“저는 모든 상황을 연계해서 생각하는 스타일이에요. ‘이 일 때문에 이렇게 됐다’가 아니라 여러 개의 일들이 다 작용을 해서 저에게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인터뷰할 때 마다 죄송한 것이 제가 어떤 상황에 대해 명확하게 답을 못해요. 앞서도 ‘이래서 이렇다’ 즉 인과 관계를 정리해서 말을 잘 못하는 거죠. 그래서 한 5년 전 쯤이나, 3년 전 쯤 이야기를 ‘아마 그랬던 것 같아요’라고는 말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렇게 됨으로써 주지훈이 팬들과 만나게 된 첫 작품이 지난 9일 개봉한 ‘나는 왕이로소이다’이다 그가 맡은 역할은 조선시대 초 왕세자로 책봉되기 전의 충녕대군(세종)과 충녕과 똑같이 닮은 천민 덕칠이다. 1인 2역인 셈이고, 그로서는 첫 코미디 작품이다. 친근함을 강조하기 위한 이미지 변신이라는 평도 있다. 그가 코미디 작품에 처음으로 임함에 있어 포인트를 준 곳은 어디일까.
“딱 얼마정도의 비율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비율적으로 연기자가 코미디를 해서 관객들을 어떻게 해야지라고 생각한 영화는 아니에요. 상황이 재미있어요. 원희 형도 그렇고 수로 형도 그렇고 웃기려고 연기하지는 않아요. 진지한데 웃긴 거 있잖아요. 분명히 이렇게 말해도 보시는 분들은 캐릭터 자체를 코미디라고 생각할 수는 있죠. 하지만 전체적으로 누가 튀지는 않아요. 캐릭터나 서로간의 관계도가 확실한 친절한 영화죠.”
1인 2역이 갖는 에너지 소비량은 크다. 차라리 한 인물이 이중적 성격을 그리는 것이 낫지, 전혀 다른 인물을 연기한다는 것은 거의 2개의 작품을 동시에 찍는 것과 마찬가지다. 베테랑 연기자들도 동일한 시기에 두 개의 작품을 할 경우, 감정 몰입도가 현저히 떨어진다고 종종 말한다. 감정 몰입에 대한 콘트롤을 어떻게 행했을까.
“확실히 힘들죠. 육체적으로 많이 찍으니까요. 몸이 힘들면 지구력이 떨어지고, 콘트롤이나 집중도도 떨어지죠. 하지만 나쁜 쪽으로 생각해 좋아질 일은 없어요. 전 꽂히면 가는 스타일이에요. 그리고 나서 나중에 힘들어하죠.(웃음) 1인 2역이기 때문에 힘들 것이라고 생각을 안했죠. 다행인 것은 두 개의 캐릭터가 대본상으로도 명확해요. 약간 애매한 상황이면 힘들었겠지만, 그게 아니에요. 충녕이 궁 밖으로 나가서 해구랑 고생하잖아요. 그 장면에서처럼 충념은 전적으로 상대 배우에게 100% 맡기고 갔어요. 전 거기에 맞췄죠. 자연스럽게 말이죠. 그에 비해 덕칠은 아예 만들어서 갔어요. 캐릭터를 잡고 간거죠. 사실 노비에 대해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감독님이 1차원적으로 생각하시더라고요. 그냥 우리가 생각하는 노비로 가시더라고요.(웃음)”
‘나는 왕이로소이다’가 관심을 받는 것은 주지훈의 복귀작이라는 점 때문만은 아니다. 쟁쟁한 출연 배우들도 한몫 한다. 백윤식, 변희봉, 박영규, 임원희, 김수로는 물론 백윤식의 아들 백도빈까지 합류했다. 연기력과 웃음 모두를 쥐고 있는 이들이 버티고 있는 작품에서 주지훈은 어떤 연기력을 펼치려 했을까.
“배우마다 스타일이 다 다르겠지만, (다른 배우들의 연기력을 보는 등) 전 그런 것에 신경을 돌릴 여력이 없어요. 제 것에도 집중하기 바쁜데요. 저도 그런 능력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주로 전 연출님 스타일에 맞춰서 해요. 제가 시나리오를 만들고 연출하고 주연하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시나리오가 친절하면 친절한대로, 불친절하면 불친절한대로 가죠.”
주지훈은 이번 영화 이후에 드라마에도 출연한다. SBS 주말극 ‘신사의 품격’의 후속 ‘다섯 손가락’의 남자 주인공으로 캐스팅된 것이다. 당연히 논란이 일었다. 영화라는 매체와 방송이라는 매체는 엄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영화와 달리 임하는 마음가짐이나 태도가 다를 것이라 여겨졌다.
“아무 덤덤하지는 않은데, 기본적으로 드라마를 하기로 하고 작가님이랑 감독님이 불러주셨을 때 그 마음이 느껴져서 했어요. 제가 대본을 받았을 때는 성인 분량이 없고 아역 분량만 있었죠. 그 상황에서 ‘당신이란 연기자가 이 작품에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어요. 거기에 마음이 동했죠. (캐스팅 논란 이후) 안 좋은 소리를 들었을 때 마음이 안 좋다기보다는 한번더 불 살려 보자, 더 연기에 매진하자는 생각이었죠. 그들이 불안해하고 안 좋은 시선으로 보는 것은 섭섭하지 않아요. 내가 잘못한 것이니까요. 아버지에게 배웠지만 20살이 넘으면 누구 핑계를 댈 수 없어요. 이 모든 일이 제가 던진 돌의 파장이에요. 하지만 이런 것들에 우려하기보다는 더 집중하고 더 열심히 하는 것에 제 몫인 것 같아요.”
국민일보 쿠키뉴스 유명준 기자 neocross@kukimedia.co.kr / 사진=박효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