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 도플갱어’?…기획사가 만들고 논란 되면 누리꾼 탓?

‘000 도플갱어’?…기획사가 만들고 논란 되면 누리꾼 탓?

기사승인 2012-08-23 08:10:01

[쿠키 연예] 지난 7월 23일 ‘‘한가인 닮은꼴'' 고두림, 이목구비 싱크로율 99.9%?’라는 제목의 보도자료 하나가 메일로 들어왔다.

내용은 “탤런트 한가인을 닮은 사진을 자신의 미니홈피를 통해 공개한 모델 고두림이 화제다. 이번에 공개된 사진에서 고두림은 얼핏 보면 한가인 으로 착각할 만큼에 이목구비, 오똑한 콧날, 피부톤, 미소를 머금은 모습 등 전체적인 분위기가 비슷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적었다.

이날까지 기자들은 고두림이 누군지도 몰랐다. 단지 비주얼로 이슈를 만들어 연예인이 되려는 사람들 중 한명이며, 이를 핫이슈컴퍼니라는 기획사가 자료를 만들어 언론사에 배포한다고만 생각했다. 물론 대부분 ‘00녀’나 ‘000 도플갱어’처럼 고두림 역시 일부 언론사를 통해 검색어에 오르는 등 화제가 됐다.

그러나 지난 17일 방송된 코미디TV ‘얼짱TV-홍영기의 사생후기’에 출연한 고두림은 기획사가 꾸며 배포한 사진과 상이하게 다른 외모로 누리꾼들에게 “어디가 한가인과 닮았느냐”며 어이없는 반응을 이끌어 냈다.

여기까지는 기획사의 무리한 홍보로 인한 해프닝으로 넘어갈 수 있다. 그러나 기획사의 무리수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22일 보도자료를 통해 “고두림이 ‘한가인 도플갱어는 어디에’ 등의 자극적인 기사들로 본인이 자신감을 많이 상실했으며, ‘한가인 도플갱어’라는 닉네임을 상당히 부담스러워 한다”고 밝혔다.

결국 기획사가 ‘한가인 도플갱어’라는 말을 만들어 이슈화 시켰으면서, 방송을 통해 시청자들과 누리꾼들에게 ‘닮은 구석이 없다’고 비난받자, 마치 대다수 사람들이 고두림에게 ‘한가인 도플갱어’라고 불렀으며, 이를 본인이 부담스러워한다는 식으로 책임 전가를 한 셈이다.

실상 이 회사뿐 아니라, 적잖이 기획사들이 여성 연예인 지망생들의 자극적인 사진이나 보도자료로 대중들의 관심을 끌려 무리수를 종종 둔다. 그러나 당사자가 곤혹스러워 하거나, 자신들의 뜻대로 이슈가 되지 않는 경우 마치 자신들의 피해자인양 물러서고, 책임을 누리꾼들에게 돌리곤 한다.

엉뚱하게도 피해자는 비주얼만 앞세운 연예인 지망생이고, 수많은 누리꾼들은 가해자로 둔갑하는 것이다.


한 연예계 홍보대행사 관계자는 “매일같이 이슈가 쏟아지는 가운데 가장 손쉽게 이슈화 시킬 수 있는 것이 외모다. 때문에 누구 닮았다느니, ‘00녀’같은 마케팅을 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정작 사진이 노출된 당사자에 대한 비난은 신경쓰지 않는 것이 문제”라며 “여기에는 무조건 기사화 시켜주거나, 검색어에 오른다고 해서 베껴 쓰는 언론 행태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유명준 기자 neocross@kukimedia.co.kr / 트위터 @neocross96
유명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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