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人터뷰] PK헤만의 18트랙 앨범, 1시간 13분간의 ‘늪’에 빠지다

[쿠키人터뷰] PK헤만의 18트랙 앨범, 1시간 13분간의 ‘늪’에 빠지다

기사승인 2012-08-26 15:18:01

[인터뷰] ‘감성 래퍼’ PK헤만(본명 김지환)의 앨범은 ‘어 이거 뭐지, 앞부분만 들어볼까’라고 귀 기울였다가는 끝까지 듣게 되는 매력을 지녔다. 거친 것 같으면서도 감미롭고, 늪 속에 푹 빠지는 듯한 느낌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지난 6월 발매한 정규 2집 ‘셀라’(SeLah)도 그렇다. 시디 한 장에 겨우 3~4곡정도 수록하는 요즘 무려 18곡을 넣은 이 앨범은 1번 트랙 ‘PK 스토리’(PK story)부터 귀를 떼지 못하게 한다. 그리고 18번 트랙인 ‘우리가 함께한다면’까지 1시간 13분여 동안 쭉 감성을 연결시킨다. 2000년대 초반이면 하지도 못할 질문이 나올 수밖에 없다. 왜 18곡이나 수록했을까.

“그것도 한 장에 넣어야 돼서 줄인 거예요. 제가 18트랙을 만들겠다고 한 것이 한 10년 되었어요. 18트랙을 만든 것이 어떤 이슈를 주겠다고 해서가 아니에요. 클래식, 발라드, 알앤비 등 노래 장르를 쭉 뽑아봤어요. 여기에 이 랩이라는 것을 넣었던 것이죠. 사실 랩만으로는 노래가 어려워져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곡을 스토리텔링하는 과정에서 랩만이 아닌 멜로디도 나와야 편하게 들어요. 각각의 장르를 다 하다보니 18트랙이 된 거죠. 머리에 쥐나는 줄 알았어요.(웃음) 이 앨범은 상업적이라기보다는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 담았다고 보시면 되요. 1번 트랙부터 중반까지는 대중들과 교감하고 싶은 곡이고, 10번부터는 제 이야기를 하게 되죠.”

실제로 7번 트랙까지는 다른 가수들의 피처링도 들어가며 보다 편안하게 음악을 들을 수 있었다면, 이후에는 랩으로만 구성되는 곡들이 주를 이룬다. 정확하게 구분이 되는 셈이다. 정규앨범이 보통 하나의 스토리를 따라가는데, 이 구분을 하려면 또다른 고민이 필요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정도 기승전결은 생각했죠 그런데 이렇게 잡으니까 두서가 없어지더라고요. 그래서 아예 반으로 나누자고 생각했죠. 테이프가 판매되던 시대에는 가능했죠. A사이드, B사이드요. A는 엔젤, 화이트, B는 데빌, 블랙 등으로요. 그런데 하다보니 알아서 나눠지더라고요. 1전 인트로는 세상에서 가장 긴, 전형적인 스토리텔링에 준해서 만든 것이고, 10번은 굉장히 멋있는 코드에 반(半)가성 호흡을 사용해 노래를 불렀죠. 래퍼가 노래를 부른다면 웃길 수 있지만 그런 보이스에서 나오는 보컬적인 면이 매력이 있다고 생각을 했죠. 그런데 정작 신음소리만 이슈가 되더라고요.(웃음)”

앞서도 거론하고, 이전까지도 마찬가지지만, PK헤만의 앨범에는 항상 많은 이들이 참여한다. 이번 앨범 역시 마찬가지다. 절친인 HOT 출신의 이재원을 비롯해 그룹 7942, 래퍼 MC한새, 태원, 유리, 상상밴드 출신의 베니, 투앤비 출신 솔지 등이 이번 앨범 작곡과 피처링, 편곡 등을 도왔다. 이 광폭의 인맥이 어떻게 만들어진 것일까.

“가수들은 대부분 딱 필요한 인맥하고만 대인관계를 맺죠. 저는 일 때문에 만난 매니저를 한명 알게되면, 그 매니저가 데리고 있는 가수, 안무가 등의 인연이 소중하다고 생각해요. 저는 연예인하려고 노래하는 것도 아니고 그래서 가식을 떠는 것을 싫어해요. 털털하고 보이니까, 사람들이 저를 가수로 안 대해요.(웃음) 그냥 나이로 보고 형, 동생, 친구를 삼죠. 어차피 같은 업계이고, 한 어깨 넘으면 다 아는 사이잖아요. 그리고 우리가 아는 유명 가수들도 다 사실 인간적이에요. HOT하면 한 시대 풍미했던 아이돌인데, 누구보다 한량이고, 술 좋아하고 그래요. 한도 끝도 없이 자유로워지고 싶어하죠.”



특히 이번 앨범 참여 인물 중에서 눈에 띄는 사람은 배우 김현주다. 9번 트랙 ‘언로맨틱’(Unromantic) 도입부에 PK헤만과 전화 통화하는 다정한 연인을 연기했다. 올해 4월 김현주는 PK헤만과 함께 작업한 ‘건망증’을 발표했었다. 또 직접 참여는 아니지만, ‘언로맨틱’에는 PK헤만이 평소 이상형으로 꼽은 탤런트 김태희가 가사에 들어가 있다. 게다가 피처링은 투앤비 출신의 솔지다. 세 여자가 이래저래 엮인 곡인 셈이다.

“아 그렇게 됐네요.(웃음) 사실 이 노래는 어중간한 세대인 저희 세대 연애에 대한 이야기에요. 저희 세대가 결혼을 빨리 하기도, 늦게 하기도 애매해서 연애를 많이 해본 세대거든요. 이러다보니 여자나 남자나 사랑이라는 감정에 대해 ‘사람이 바뀌어도 사랑이라는 감정은 남아있구나’라는 것을 알죠. 그래서 결혼은 안했어도 오래된 연애를 하고, 사람 사는 것이 뭔지 알고, 여자친구를 위로하고 토닥여주며 보듬어주는 이야기를 노래에 담았죠. 가장 편할 수 있는 톤으로요. 하지만 사실 저는 이런 톤을 안 좋아한답니다. 그리고 김태희 씨는 팬으로 정말 좋아해요. 한번은 녹음을 하고 있는데, 옆방에서 굉장히 노래를 못 부르는 목소리가 들리더라고요. 녹음실 관계자가 한 여배우가 CF송을 부르는데, 저보고 가르쳐주면 안되냐고 해서, 거절했는데 그게 김태희 씨더라고요. 지금 CF에 노래 나오던데요.(웃음)”

실상 PK헤만의 삶은 그렇게 순탄치만은 않았다. 중고등학교 시절 운동을 좋아했고, 그러던 중 권투를 배워 어릴 적에 제법 주먹 좀 썼다. 물론 무작정 휘두른 것이 아닌, 불량한 학생들이 대상이었다. 그러다 우연찮게 이태원에 가게 돼 랩을 알게 되었고, 랩을 하기 위해 다시 영어를 공부했다. 그 덕에 이태원에서 옷 장사를 통해 어린 나이에 적잖은 돈을 벌기도 했다. 새벽에 클럽에서 다른 래퍼들과 랩을 하면서 플레이 킬러(Player Killer) 즉 PK라는 이름도 얻게 됐다. 그리고 이러한 경험은 고스란히 현재 PK헤만의 곡에 묻어있다.

그리고 이러한 과거는 PK헤만의 꿈으로 직결된다. PK헤만은 자신이 힘들게 살았던 과거를 돌이켜보면 현재 힘들게 사는 청소년들을 제대로 된 뮤지션으로 육성하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청소년 보호단체 류의 발언이 아니다.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현실적인 희망이다.

“힘들게 자란 아이들을 위해 문화 빌딩을 지어서 직접 음반을 제작해준다거나 유명 기획사에 오디션을 볼 수 있도록 주선해주는 등의 일을 하고 싶어요. 그 공간에서 원없이 놀게도 해주고 자신들이 하고 싶은 음악도 자유롭게 하면서 자신들의 길을 찾아가게 만들게 하고 싶죠. 그렇게 해야 만들어진 가수가 아닌 진짜 가수가 나오지 않을까요.”

국민일보 쿠키뉴스 유명준 기자 neocross@kukimedia.co.kr / 트위터 @neocross96
유명준 기자
neocross@kukimedia.co.kr
유명준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