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연예] 맞춤법 논란에 휩싸였던 KBS 수목드라마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차칸 남자’(차칸 남자)가 결국 백기를 들었다. 오는 19일 방송 분부터 제목을 ‘착한 남자’로 변경하기로 한 것.
‘차칸 남자’는 방영 전부터 제목을 두고 한글 관련 단체들이 “우리말을 파괴하는 표현”이라며 “잘못된 맞춤법으로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라고 강력히 반발하고 나선 바 있다. 한글 단체들은 지난 13일 KBS를 상대로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서울남부지법에 냈다.
뿐만 아니라 국립국어원도 KBS에 공문을 보내 ‘차칸 남자’가 한글맞춤법과 국어기본법을 위반하고, 한국어에 대한 잘못된 지식을 다른 나라에 전파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전달하고 시정을 촉구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드라마의 자막이 맞춤법을 틀리면서 더 큰 뭇매를 맞았다. 극중 서은기(문채원)은 라이벌 회사의 사주를 받고 얼굴 피부 트러블을 호소하는 가짜 고객을 만나는 장면에서 일본어 대사를 구사했고, 하단에 한글 자막이 등장했다.
그러나 자막에는 ‘치우지 않아도 돼요’를 ‘치우지 않아도 되요’라고 적었고 ‘먼저 일어날게요’는 ‘먼저 일어날께요’로, ‘재료이기도 하고요’는 ‘재료이기도 하구요’라고 기재했다. 제목에 이어 자막으로 인해 ‘차칸 남자’는 ‘한글 파괴 드라마’라는 오명이 더욱 뚜렷해졌다.
처음에는 ‘창작 정신’과 ‘서적 허용’을 내세우던 KBS도 가중되는 논란과 비난에 결국 백기를 들었다. KBS는 “‘차칸 남자’라는 제목은 사랑을 되찾는 방법으로 복수를 하고자 했던 한 남자(송중기)가 스스로 본성을 되찾게 만드는 깨달음을 얻게 되는 드라마상 전개과정을 극적으로 표현한 핵심 단어”라며 해명한 바 있다.
‘차칸 남자’로 제목을 정한 것은, 극중 뇌손상을 입게 되는 은기가(문채원) 마루(송중기)를 보며 자신의 일기장에 ‘차칸 남자’로 맞춤법을 잘못 기재하는 장면 때문이다. 이 부분을 상징으로 하기 위해 ‘착한 남자’가 아닌 ‘차칸 남자’가 됐다.
이는 영화 ‘말아톤’과 흡사한 경우로, ‘말아톤’이 자폐아동인 주인공 초원(조승우)이 일기장에 마라톤을 ‘말아톤’으로 기재한 사례와 같이 제작진이 맞춤법에 어긋난 표기임에도 제목으로 채택한 사례와 유사하다. 또한 연극 ‘늘근도둑 이야기’ 등 공연물에서도 이따금씩 맞춤법을 다르게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차칸 남자’는 영화나 연극과 달리 공영방송이라는 틀 속에서 자유롭지 못한 채 비난의 여론을 맞았다. KBS는 국어문화원으로 지정받아 5,000만원의 예산을 받고, 공영방송으로서 표준어 보급에 앞장서야 하는 의무가 있다. 때문에 결국 KBS 제목 변경이라는 선택을 함으로써 논란은 일단락 될 것으로 보인다.
19일 ‘차칸 남자’ 3회 방송부터는 ‘착한 남자’로 변경된 제목으로 방송된다. 본 방송 자막 고지 후 ‘차칸 남자’ 홈페이지 및 관련된 모든 문구는 ‘착한 남자’로 변경될 예정이다. 제작진은 “마지막으로 좋은 드라마를 위해 현장에서 열심히 촬영 중인 제작진과 배우들에게 격려를 부탁드리며 제작진 역시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드린다”라며 “공영방송으로서 한글문화 창달을 위해 KBS는 변함없는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차칸 남자’는 사랑에 전부를 걸었던 한 남자 강마루의 처절한 삶과 서은기, 한재희 등 세 남녀의 얽히고설킨 진한 사랑과 복수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다. 송중기와 문채원, 박시연, 김태훈, 이광수 등이 출연 중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두정아 기자 violin80@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