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아 최소 12개 있어야 밥-김치 먹을 수 있어= 노년기 삶의 질은 치아가 결정한다고 할 수 있을 만큼 치아가 주는 영향이 크다. 치아가 건강하면 음식을 골고루 꼭꼭 씹어 먹게 되므로 영양상태가 좋아지고 소화불량에 시달릴 위험은 적어진다. 씹는 운동 자체가 뇌의 퇴화를 늦춰 기억력도 오래 유지하도록 돕는다.
연로한 부모님은 치아가 아프거나 불편해도 웬만해서는 자녀들에게 말하지 않는다. 하지만 치과질환은 병을 방치하고 치료가 늦어질수록 환자가 겪는 고통이 커지고 치료비용도 몇 배로 늘어난다. 부모님이 이야기 하지 않아도 자녀가 먼저 묻고 꼼꼼하게 챙기는 것이 부모님의 고생과 치료비용을 더는 길이다.
변욱 목동중앙치과병원 원장은 “노인들이 치과를 찾았을 때는 중증인 경우가 많다”며 “ 치료가 늦어지면 주변 치아들까지 연쇄적으로 빠질 위험이 있으므로 일찍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부모님의 치아건강을 가장 쉽게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치아의 개수를 세어보는 것이다. 한국인의 주식인 밥과 김치를 먹으려면 치아가 최소 12개는 있어야 한다. 통계적으로 70대 이상에서는 자연치아가 14.2개 밖에 남지 않는다. 대화를 할 때 발음이 어눌하거나 새는 느낌이 나는 것도 치아가 부족해서 일 수 있다. 부모님의 치아 개수를 세어 12~14개보다 적으면 틀니나 임플란트 틀니 등 보철치료를 고려해야 한다.
◇고기-떡-뜨겁고 차가운 음식 못 먹으면 치주질환 의심= 부모님의 치아 상태를 알아보는 두 번째 방법은 부모님의 드시는 음식의 종류를 눈 여겨 보는 것이다. 평소 좋아하던 고기나 떡처럼 질기고 쫄깃한 음식 대신 무른 밥이나 생선처럼 부드러운 음식만 드시면 치아가 부실하거나 치아를 지지하는 잇몸이 약한 상태일 가능성이 높다.
풍치라고도 하는 잇몸병은 잇몸에 염증이 생겨 이로 인해 피가 나고 아프고 시린 증상이 나타나는 질환이다. 60대 이상에서는 고혈압, 당뇨병 등 다른 전신질환이 잇몸병을 악화시켜 치아를 잃게 되는 경우가 흔하다. 따라서 치주질환이 의심되면 즉시 치과에 가서 잇몸치료를 받아야 한다.
초기에는 스케일링으로 치석을 제거하는 등의 간단한 치료로 건강한 잇몸을 회복할 수 있지만 중증으로 진행되면 몸을 절개해 세균과 염증을 제거하는 수술을 한 후 인공뼈를 이식하는 치조골 이식술이나 내려간 잇몸을 새로 만들어주는 치은이식술을 받아야 한다.
부모님이 이미 틀니를 착용하고 있다고 해도 잇몸에 맞지 않거나 망가져있다면 틀니로 인한 통증 때문에 입 안에 상처가 나고 음식을 잘 먹지 못할 수 있다. 틀니는 부서지지만 않는다면 언제까지고 쓸 수 있을 것 같아 보이지만 수명이 5년 정도이며 6개월마다 한 번 씩 치과를 찾아 잇몸에 맞게 조정해야 한다.
변욱 원장은 “치아가 빠진 잇몸은 자연적으로 부피가 줄어들고 이로 인해 틀니와 조금씩 틈이 벌어져 헐거워지고 통증이 생긴다”며 “부모님이 틀니를 잘 끼지 않거나 낀 상태에서 발음이 어눌하고 음식을 잘 먹지 못하면 틀니를 점검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성지 기자 ohappy@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