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통에 어깨결림으로 괴로워” 알고 보니 우울증

“두통에 어깨결림으로 괴로워” 알고 보니 우울증

기사승인 2012-09-25 10:53:01
[쿠키 건강] 업무 스트레스와 대인관계의 어려움으로 근심, 걱정이 많은 소극적인 성격의 회사원 박 씨(28)는 최근 원인 모를 두통, 어깨결림, 전신통증, 소화불량 등으로 고생해왔다. 정형외과, 소화기내과, 신경과 등 여기저기를 다니며 진료를 받아도 모두 이상이 없다는 결과만 받아 오히려 근심만 더해가는 나날이 계속됐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은 박 씨는 다소 충격적인 진단을 받았다. 그동안의 두통과 어깨결림, 전신통증, 소화불량 등의 증상이 우울증으로 인해 나타난 신체증상이라는 진단을 받은 것이다. 이런 사실을 모르고 원인을 알 수 없는 그동안의 증상에 대해 스트레스를 받아온 박 씨는 우울증을 키워왔다.

우울증은 인구 100명중 15명이 평생을 살면서 한 번 정도 앓을 만큼 흔한 질병이면서도 자살로 이어질 수 있는 치명적인 질병이기도 하다. 우울감, 식욕부진, 만사 귀찮음 등 정신적인 증상만 나타난다고 알고 있는 경우가 많지만 박 씨와 같이 신체적 증상을 동반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그렇다면 우울증은 어떤 질환일까. 우울증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우울증에 대처하는 자세에 대해 을지대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정성훈 교수의 도움말로 알아본다.

◇우울증, 흔하지만 치명적일 수도…= 우울증은 전 세계 남성의 5~12%, 여성의 10~25%가 평생 한 번은 경험하는 가장 흔한 병 중 하나이다. 흔하다고 해서 곧 그것이 대수롭지 않은 질병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우울증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전 세계인의 공통된 문제로 세계보건기구(WHO)는 21세기 인류를 가장 괴롭힐 질병 중 하나로 우울증을 지적한다.

우울증 환자들은 지속적으로 우울하고 공허감에 시달리며 모든 일이 귀찮고 재미가 없어지며 항상 피로하고 생각도 행동도 느려진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또한 식욕감퇴, 집중력과 기억력 감퇴, 성욕 감퇴, 불면증 등의 증상이 잇따라 나타나고 때로는 반대의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우울증 증상이 심해지면 극단적으로 세상과의 소통을 차단하고 약물이나 알콜중독에 빠지는 경우도 많으며 결국 자살로 이어지기도 한다.

◇몸이 아파도 우울증이다?= 우울증은 흔히 마음이 슬픈 상태일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실상 슬프다는 것과 우울하다는 것은 별개의 현상이다. 우울하다는 것은 정신과 신체의 에너지가 고갈돼 지친 상태로 무기력하며 의욕이 없고, 입맛도 없고, 활동성이 줄어들게 되며 때로는 삶 자체의 의미를 잃어버려 외적으로 힘든 상황이 없는데도 죽고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정성훈 교수는 “정신적 증상을 우울증 증상의 전부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두통이나 어깨결림, 전신통증, 소화불량, 피로감 등의 신체적 증상 역시 우울증의 증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며 “두통, 어깨결림, 전신통증 등의 신체적 증상이 2주 이상 지속되고, 막연한 우울감, 집중력 및 기억력 감퇴 등의 증상과 동반됐다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마음의 병 아니라 생물학적 질환= 우울증은 일종의 뇌질환이며 결코 마음이 약하거나 어리석어서 생긴 병이 아니다. 물론 심리적인 요인이 첫 단추의 역할을 하지만 심리적 스트레스를 수용하고 소화해내는 신체의 능력은 유전적으로 결정되기도 하고, 술 담배 등의 약물이나, 내분비계 질환, 만성 염증성 질환, 암 등 특정한 신체질환에 의해 결정되기도 한다. 결국 우울증이란 생물학적, 심리적, 환경적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스트레스를 소화해내는 인간의 뇌에선 여러 생화학적 변화가 일어나는데 우울증 환자들의 뇌에서는 이런 변화가 비정상적으로 나타나게 된다. 뇌의 송과선에서 분비되는 멜라토닌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은 인간의 성행동, 수면, 기분 등을 조절하는 기능을 발휘하는데 우울증의 한 유형인 계절성 정서장애 환자들의 경우 이 물질의 분비가 원활하지 못하다.

◇약물치료와 함께 행동치료, 광선치료 등 병행= 우울증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사람들은 이를 두려워하거나 회피하지 말고 치료에 적극적으로 임해야한다. 전문의를 찾아가 상담을 받고 약물을 꾸준히 복용하고 스스로 저조한 기분에서 벗어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지금 우울증에 빠져 있는 경우 당장 행동을 바꾸기는 어렵겠지만 급성기 치료를 통해 몸과 마음이 조금 가벼워졌다면 당장 몸을 움직이도록 애써야 한다. 또한 우울증에서 회복돼 정상생활을 되찾았다면 향후 재발을 막기 위해 생활습관 및 태도를 바꿔야 한다.

무엇보다 규칙적인 수면과 식사가 가장 중요하며 영양상태가 나빠지고 수면을 제대로 취하지 못하는 것만으로도 우울증이 재발할 수 있기 때문에 틈나는 대로 햇빛과 자연을 접해야 한다. 조깅, 수영, 자전거타기 등의 유산소 운동은 몸의 건강의 돌려주고 정신적 에너지를 충전하는데도 좋은 방법이다.

적어도 1주에 세 번 이상, 적어도 땀이 약간 밸 정도의 강도로 운동을 하고 친구들과의 만남이나 공통관심사 추구로 친밀한 인간관계에서 동떨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바둑, 낚시, 영화감상, 공연관람 등 뭔가 삶을 윤택하게 할 수 있는 활동들도 필요하다. 달거나 카페인이 많은 음식은 피하고, 과도한 음주와 흡연을 피하는 것도 필수적이다.

정 교수는 “우울증 환자는 실내조명을 밝게 유지하는 것이 좋으며 정신적인 고립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되도록 혼자 있는 시간을 줄이고 가까운 가족이나 친구에게 도움을 청해 대화를 많이 하는 것이 좋다”고 충고한다.

그러나 이러한 방법으로도 극복되지 않으면 전문의의 상담과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신경전달물질의 균형을 찾아주는 약물 치료를 15일 이상 투약해야 하며 항우울제는 수면제나 신경안정제와는 달리 습관성이 되거나, 기억력이 떨어지는 증상도 거의 없다. 증상이 호전되더라도 의사의 중단지시가 있을 때까지 약을 꾸준히 복용해야 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성지 기자 ohappy@kukimedia.co.kr
김성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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