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영화] 눈높이가 높아진 관객에게 코미디 영화가 웃음을 주려면 ‘뜬금없는’ 장면을 내놓거나, 미리 알려지지 않은 캐릭터를 선보여야 한다. ‘건축학개론’의 조정석이 가장 대표적인 예다. 영화가 대중들에게 알려지는 과정에서 철저히 조정석은 없었다. 그러나 몇 신 등장하지 않는 그는 영화의 웃음코드로 자리 잡았다.
‘시실리 2km’와 ‘차우’의 신정원 감독이 3년 만에 만든 ‘점쟁이들’(감독 신정원, 제작 다세포클럽‧사람엔터테인먼트)은 코믹호러를 앞세워 ‘나 웃기는 영화다’라고 내세웠지만, 이는 패착에 가까운 결과를 불러오는 꼴만 됐다.
신정원 표 코믹호러 3부작의 완결판인 이 영화는 신들린 마을 울진리에서 벌어지는 미스터리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점쟁이들이 모인다는 독특한 설정에서 출발한다.
스토리의 탄생 배경에는 배우 지진희가 있다. 그는 영화 제작사 다세포클럽 장원석 대표와의 술자리에서 태국 여행 중 가이드에게 들었던 흥미로운 이야기를 풀어놨다. 태국 관광에 나선 점쟁이들이 버스를 타고 가던 중 단체로 접신됐고 알고 보니 그곳에서 오래전에 수천 명이 사고사했다는 것. 실제 이 장면은 영화 속에서 재현된다.
이 이야기에서 모티프를 얻은 장 대표는 영화화를 준비했고 다양한 캐릭터를 가진 점쟁이들을 등장시켰다. 김수로는 귀신 쫓는 점쟁이 박선생으로, 이제훈은 공학박사 출신 점쟁이 석현, 곽도원은 귀신 보는 점쟁이 심인, 김윤혜는 과거를 보는 점쟁이 승희, 양경모는 미래를 보는 어린 점쟁이 월광, 강예원은 사건을 파헤치려는 열혈기자 찬영으로 분해 극을 이끈다.
영화가 갖고 있는 장점은 점쟁이들의 캐릭터가 각각의 영역에서 살아있다는 점이다. 특히 이제훈이 기존의 이미지를 벗고 잘난 척의 끝을 달리는 허당 점쟁이로 변신한 것은 어느 정도 극을 풍성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여기까지가 ‘점쟁이들’의 한계이자, 끝이다.
영화 ‘해운대’에서 박중훈이 “내가 네 아빠다”를 외친 것과 비슷한 허무함을, 김수로와 이제훈이 선사한다. 아니 어쩌면 처음부터 ‘우리는 코미디다’를 외쳤기에 ‘점쟁이들’의 타이밍은 ‘해운대’의 타이밍보다 더 급을 낮춰버렸다.
개성 강한 캐릭터들이 스토리 안에서 하나로 어우러지지 못한 채 따로 노는 듯한 느낌도 ‘점쟁이들’의 단점이다. 김수로는 ‘신사의 품격’에서, 이제훈은 ‘건축학개론’에서, 곽도원은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에서 입었던 옷이 더 몸에 맞는 듯하다.
코믹과 호러 장르가 조화를 이루지만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고 하기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상황과 허를 찌르는 신 감독 특유의 연출에 소소한 웃음이 터지긴 하지만, 장면 장면일 뿐 극 전체적으로 봤을 때 방향성을 잃고 갈팡질팡한다. 물론 신정원 표 코미디를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호불호가 강한 영화가 될 듯하다. 오는 10월 3일 개봉.
국민일보 쿠키뉴스 한지윤 기자 poodel@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