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人터뷰] 실력파 여성 듀오 레이니, 10년의 결실 그리고 시작

[쿠키人터뷰] 실력파 여성 듀오 레이니, 10년의 결실 그리고 시작

기사승인 2012-10-04 08:11:01

[인터뷰] “가수는 노래를 잘 해야 한다” 이 말에 토를 다는 사람들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 원칙은 수도 없이 흔들렸다. 오디오형 가수가 아닌, 비디오형 가수가 나오면서 ‘립싱크’는 당연시 되었고, 그룹으로 나오면서 노래를 잘 하는 단 한명만 내세우고, 나머지는 퍼포먼스와 비주얼로 승부를 하려 하기도 했다. 물론 최근에 ‘나는 가수다’ ‘불후의 명곡2’ ‘슈퍼스타K’ 등의 오디션 혹은 경연 무대를 통해 사람들은 다시 오디오형 가수를 찾기 시작했고, 이는 바로 온라인 음악차트에도 반영이 될 정도였다.

그리고 반갑게도 ‘노래 잘 하는 가수’들이 속속 가요계에 도전장을 내밀며 대중들과 만나기 시작했다. 노래를 듣는 이들에게 감동을, 혹은 전율을 주는 이들은 ‘가수’(歌手)의 본 의미를 다시 생각나게 만든다. 신인이라는 말이 붙이기가 무색한 여성 듀오 레이니(Rainy) 역시 마찬가지다.

김보행과 신디(본명 신규정)로 구성된 레이니는 어느 날 뚝딱 만들어진 듀오가 아니다. 10년의 우정과 실력이 뭉쳐 나온 소중한 결실이다. 10년 전 이들은 같은 매니저에게 캐스팅되어 처음으로 만나게 된다. 이후 이들은 서로 다른 길을 가는 듯 하다가도, 꼭 같은 자리에 있는다.

“옛날에는 오디션을 보려면 먼저 테이프에 노래를 녹음해서 보내서 먼저 합격해야 했죠. 그런데 전 무작정 오디션을 보려고 기획사에 전화를 했었어요. 그런데 당시 전화를 바꿔주는 사람 대신 매니저가 전화를 받은 거예요. 그러더니 바로 전화로 노래를 불러보라고 하고나서는 만나자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나서 연습생이 된거죠.”

“전 교복을 입고 노래방에서 노래를 부른 모습이 인터넷에 올라서 팬카페가 있었는데, 그것을 보고 매니저가 연락이 왔어요. (당시 신디의 인터넷 팬카페 회원은 5만 명에 달했다) 그래서 서울에 와서 오디션을 보고 연습생 생활을 했는데, 그 자리에 보행 언니가 있더라고요. 그렇게 해서 처음 만났는데, 이후에 여러 소속사에서 스카웃 제의가 있어서 가보면 보행 언니가 있더라고요. 듀오를 할 운명이었죠.(웃음)”

서로가 서로를 끌어당기듯이 만난 둘이지만, 이들에게는 각각 톡특한 이력이 있었다. 김보행은 브라운아이드걸스의 초창기 멤버였다. 사실상 팀이 구성되기까지 김보행의 힘은 컸다. 하지만 데뷔 직전에 김보행은 팀에서 나왔고, 그 자리에 가인이 합류해, 지금의 브라운아이드걸스가 됐다. 이런 인연으로 브라운아이드걸스 멤버 제아는 지금까지도 김보행을 응원해주고 있고, 김보행의 ‘슈퍼디바’ 출연을 적극 지원하기까지 했다. 물론 이 과거는 김보행에게는 안타까움으로도 남는다.

“당시 팀을 나오고 나서 25살 어린 나이에 결혼을 했죠. 가수와 결혼 둘 중 선택하기에는 힘들었죠. 그런데 어쩌면 가수로 데뷔하지 못한 어려움을 결혼으로 도망가려고 했던 것 같아요. 브라운아이드걸스가 데뷔하고 활동할 때, 방송을 보지 않았어요. 당연히 속이 상했죠. 물론 후회해 봤자 소용이 없다는 것을 이제는 알아요. 그리고 저도 이제 데뷔를 하고 제 목소리로, 제 노래를 들려 드릴 수 있잖아요.”(김보행)

기획사에 들어가기 전부터 이미 막강한 팬덤을 형성했던 신디도 사실 대중들에게 모습을 드러내기에 녹녹치 않은 과정을 겪었다. 여러 가수들의 앨범에 참여했고 드라마 OST를 불렀지만, 신디의 이름은 아직은 무명이었다. 그러나 2009년 일본으로 무대를 옮긴 신디는 달랐다. 일본에서 2010년 발표한 데뷔 싱글 ‘히토츠’가 일본 음악잡지 오리콘의 스타예감 코너에 선정됐고, 두 번째 싱글 역시 호평을 받았다. 그러나 ‘제대로’ 활동하려는 순간 대지진이 일어났고, 어느 순간 일본 가요 시장도 급격히 변해 신디가 활동할 영역이 좁아졌다.

“지난해 3월 초에 리메이크 미니앨범이 발표했는데 반응이 좋았어요. 그런데 11일 대지진이 나서면 사실상 앨범 판매는 하지 못하고, 위문공연을 다녔죠. 그 이후에는 케이팝이 들어오면서, 일본 가요계도 아이돌만 만들더라고요. 발라드 솔로 가수가 설 자리가 없어지고 제가 할 수 있는 일도 없더라고요. 그래서 마냥 기다릴 수 없었고, 한국에 돌아오게 됐죠. 지금 생각해보면 보행 언니 만나서 레이니 할 운명이었나 봐요.”(신디)



이들 팀 이름 레이니는 이들이 갖는 운명(?)에 기인했다. 한마디로 ‘뭐만 하려 하면 비가 왔기 때문’이다. 물론 두 멤버가 갖는 이미지도 한몫했지만, 전적으로 비와 관련된 일화에서 팀 이름이 탄생했다.

“타이틀 곡인 ‘이별말’ 녹음할 때도 그렇고 프로필 사진 찍을 때도 비가 엄청 왔어요. 그래서 아마 저희 프로필 사진 보시면 그게 그대로 머리 모양에 드러날 거예요.(웃음) 이후에도 연습하자고만 하면 비가 오고, 한번은 무대에 오르는데도 비가 오더라고요. 그런데 우울하거나 ‘왜 이렇지’라기보다는 기분이 좋았어요. 그래서 팀명도 레이니로 정했죠. 그런데 첫 방송 때도 비가 올까요?(웃음)”

사실 이들의 타이틀 곡 ‘이별말’은 레이니의 실력을 100% 보여주지는 못한다. 10년의 내공은 디테일하게 곡을 완급 조절해야 하는데, ‘이별말’은 이 부분보다는 고음과 저음을 오가며, 다소 대중적인 취향에 포인트를 맞췄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들의 역량이 부족하다는 것은 아니다. 레이니가 소화해낼 수 있는 수많은 영역 중 일부만을 보여줬을 뿐이다.

“저희가 어떤 길을 걸어왔고 어떤 실력을 가졌든 일단은 신인이잖아요.(웃음) 거기에 충실하려 해요. 평가는 대중들이 해주시겠죠. 우선은 저희 둘이 한 팀으로 뭉쳐서 앨범을 냈다는 것 자체가 좋아요. 10년의 결실이고, 시작이죠.”

국민일보 쿠키뉴스 유명준 기자 neocross@kukimedia.co.kr / 사진=박효상 기자
유명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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