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인애’보다는 ‘장미’로 많이 불린다. 예명으로 오해받기도 했고, 남궁이나 독고처럼 성이 ‘장미’인 줄 아는 사람들도 많았다. 한번 들으면 잊을 수 없는 이름만큼이나 장미인애의 이미지는 강렬했다.
2003년 MBC 청춘시트콤 ‘논스톱4’로 데뷔하며 많은 CF와 드라마, 영화 등에서 주로 밝고 당찬 캐릭터를 선보이며 신세대적인 이미지를 구축해왔지만, 사실 최근작인 ‘복희누나’를 제외하면 딱히 기억나는 대표작을 꼽기가 힘들다.
‘배우’만큼이나 ‘방송인’의 이미지가 강했던 그가 지난해부터 달라졌다. 장미인애는 지난 5월 종영한 드라마 ‘복희누나’로 4년 만에 복귀했고, 내달 방영 예정인 MBC 새 수목드라마 ‘보고 싶다’로 다시 한 번 안방 문을 두드린다.
데뷔 10년 차임에도 “이제 막 시작하는 기분이 든다”는 그는, 갓 데뷔한 신인배우처럼 긴장과 기대가 공존하는 모습이었다.
“4년간 쉬다 지난해 ‘복희누나’를 통해 복귀를 했는데요, ‘난 아직도 활동 중이다’라는 것을 알릴 수 있던 작품이라 뜻 깊었어요. ‘복희누나’가 운명처럼 다가온 작품이라면 ‘보고 싶다’는 10년 만에 다시 데뷔하는 느낌을 주는 작품이에요.”
드라마 ‘보고 싶다’는 가슴 설렌 첫사랑의 쓰라린 상처를 가슴에 품고 살아가는 두 남녀의 숨바꼭질 같은 사랑이야기를 담은 작품. 극 중 추리소설을 연재하는 웹툰 작가 김은주 역을 맡은 장미인애는 귀여운 허당 캐릭터이지만 짝사랑하는 남자로 인해 상처를 지닌 인물을 연기한다.
전작에서 고전적이고 단아한 한 여자의 일생을 그리며 이미지 변신을 시도했다면 이번 ‘보고 싶다’에서는 나이게 딱 맞는 신세대적인 캐릭터를 맡았다.
“키가 워낙 커서 어렸을 때부터 늘 내 나이보다 많은 배역을 맡게 됐었죠. 이번에는 딱 제 나이와 맞는 캐릭터를 만나게 돼 무엇보다 좋아요. 또 함께 하는 배우들도 비슷한 연령대라 더 기대가 되고요. 왠지 더 어려진 것 같은 느낌이에요.”
‘보고 싶다’의 촬영을 앞둔 시점에서 장미인애는 큰 울타리가 필요하다고 느껴 새 소속사와 전속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JYJ와 송지효 등이 소속된 씨제스엔터테인먼트에 둥지를 튼 것.
“일을 앞으로 차근차근 잘 해가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어요. 이 자리까지 걸어온 것만 해도 사실 스스로 대견하다고 느끼고 있거든요. 하지만 늘 내게 울타리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왔었어요”
한때 예능 프로그램에 자주 출연하며 화려한 입담을 드러냈었던 장미인애는 솔직한 발언과 두어 차례 열애설에 휩싸이며 이목을 끈 바 있다. 때로는 사실과 다른 오해를 받기도 했다. 그는 “어릴 때부터 활동을 해서 그런지 이미지 메이킹이라는 것을 잘 몰랐었다”라며 “루머에 해명을 하지도 못했었다. 일종의 시행착오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장미인애가 연기에 집중하기 위해 트위터도 접은 것도, 친구들과의 만남도 당분간 자제하고자 하는 것도 모두 새로운 시작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이 가장 행복해요. 처음 데뷔한다는 생각이 들만큼 떨리고 새로워요. 이제는 진짜 배우 장미인애의 모습만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이번에 장미인애가 맡은 배역 김은주는 추리소설을 연재하는 웹툰 작가다. 정의감과 의협심에 불타는 다혈질이지만 짝사랑하는 한정우(박유천) 앞에서 만큼은 여자로 보이고픈 귀여운 면모를 지닌 허당 캐릭터다.
무게감 있는 정통 멜로극에서, 장미인애는 꾸밈없고 솔직한 매력을 발산하며 작품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각오다.
“겉으로는 밝지만 상처를 안고 사는 아픔이 있는 인물이에요. 작가로서의 마인드 등을 연구해야할 것 같고, 하나하나 만들어가며 보여드리고 싶어요. 평소에도 글 쓰는 것에 관심이 많았는데 이번 기회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게 돼 인연이라고 생각해요.”
책을 내거나 전문적인 글을 많이 써본 적은 없지만, 그의 문장력은 작가 원태연이 인정했을 정도로 수준급이다. 평소 친분이 있던 원태연이 새로 출간된 자신의 책을 장미인애에게 건네며 장난스레 ‘독후감 써서 보내라’고 했고, 장미인애는 실제로 책을 읽은 소감을 글로 담아 보냈다. 그의 글을 읽은 원태연은 “이렇게 글을 잘 쓸 줄 몰랐다”며 놀랬다는 후문이다.
“시놉시스에 적힌 ‘그리우니까 사랑이다’라는 글을 읽고 마음의 울림을 느꼈어요. 설레고 행복한 사랑 이야기를 접하기 힘든데, 우리 드라마를 통해 시청자들이 감동을 느끼셨으면 좋겠어요. 그게 정통 멜로의 매력이니까요.”
장미인애는 “이번 드라마 ‘보고 싶다’가 나의 ‘터닝포인트’가 될 것 같다”며 여느 때보다도 기대되고 설레는 모습이었다. 데뷔 10년째를 맞았음에도 “다시 데뷔하는 기분”이라는 장미인애의 새로운 출발이, 앞으로 어떤 연기로 열매를 맺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두정아 기자 violin80@kukimedia.co.kr 사진 박효상